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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이상옥(창신대학 문창과 교수) | |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이목이 당선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모든 영광을 승자에게만 돌리고 패자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당선이 유력해지자 벌써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다, 결국은 빈차를 따라가는 해프닝(이명박 후보가 탔을 것으로 추정하고 중계 차량이 뒤쫓아감)도 연출하였다. 보도태도도 너무 일방적이다. 가령 어느 방송을 보면, “어제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48.67%, 거의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또 2위와의 격차도 무려 500만표를 넘어 사상 최다표차 기록으로 압승했습니다”라고 보도하면서, 출구조사에서 50%를 넘었다는 가상 수치의 여세를 몰아 마치 이명박 후보가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것으로 말한다. 그런데 실상 그 이면을 보면 이런 보도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63%다. 그렇다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37%는 마땅한 후보가 없어서 기권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이명박 당선자는 총유권자 3765만3518명 중 1149만2389표를 얻었기에 전체 유권자 30% 정도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얻은 표는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얻은 1201만4277표(48.9%)에 비해 52만여표가 적고, 득표율에서도 0.2%포인트 정도 낮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고, 참여정부의 정치노선을 지지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참여정부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진일보시킨 점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보수진영에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잃어버린 10년 좌파정부’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과연 10년이 잃어버린 것만 있었겠는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일부 매스컴이 야단스럽게 당선자를 집중 조명하는 것이 왠지, 못마땅하고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우리나라를 5년 동안 이끌 대통령 당선자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지나친 것은 당선자를 위해서도 좋을 게 없다.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다. 승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빛난다. 뒤숭숭한 마음이, 아침 출근길 KBS 해피FM ‘행복한 아침 정한용·왕영은입니다’(오전 9시5분~10시55분)를 듣고 한결 따스해졌다. 정치판의 떠들썩한 보도보다는 필부필부인 청취자들이 쓴 사연이 왕영은의 목소리를 통해 필자의 귀에 들릴 때 얼마나 훈훈하던지. 그 사연의 하나는 이렇다. TV 드라마에서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부모에게 애걸할 때 부모가 하는 말이 장돌뱅이가 아니니, 허락한다는 투로 장돌뱅이를 폄하한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면서 사연은 시작된다. 편지의 주인공은 소위 장돌뱅이다. 그녀는 장돌뱅이의 삶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아름다운지를 그림같이 묘사한다. 아침 일찍 5일장이 열리는 곳을 찾아가면 장돌뱅이 선배 할머니가 먼저 전을 펴고 앉아서 반갑게 맞아주는 얘기며, 서로 준비한 점심을 같이 펼쳐 놓고 나눠먹는 얘기, 또한 5일장을 찾는 나이 든 분들이 자신이 먹고 입는 것은 아끼면서 자식이 찾아온다고 하면 자식이 좋아하는 반찬거리를 아낌없이 사는 얘기 등등이다. 이런 사연을 듣다보면 장돌뱅이들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인간적인가를 알 수 있다. 장돌뱅이 그녀가 그려내는 삶의 가치나 태도는 여느 철학자의 인식 이상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대통령 당선자에게로 향하는 스포트라이트의 절반쯤은 필부인 장돌뱅이 그녀에게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왜 승자에게만 집중 조명하는 것일까?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대통령 당선자보다는 패배를 인정하고 겸손히 머리를 숙이는 낙선자에게 마음이 더 가고, 그보다 해피FM ‘행복한 아침’의 주인공인,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장돌뱅이 그녀에게 더 마음이 간다. 내 자신이 아무래도 너무 이상주의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입력 : 2007년 12월 22일 토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