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18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케이시내 군사법정에서 여중생 사망사고 피고인 페르난도 니노에 대한 공판을 재개했다.
미군쪽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해 법정에 언론을 초청했다”고 말했으나, 재판을 참관한 기자들에 따르면 미군이 지정한 여섯명의 기자만이 법정에 들어갔으며, 애초 참관이 허용된 다른 기자들은 별도의 방에서 폐쇄회로 TV를 통해 재판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휴대폰 이외에는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며 그나마 법정이 휴정했을 때만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자들도 한번 부대 밖으로 나가면 당일은 다시 취재를 위해 들어 올 수 없었고, 법정이 끝나기 전에 부대에서 나오는 것조차 제한을 받았다.
미군장교 3인, 사병 4인으로 배심원단 구성
이날 재판은 배심원단 선정으로 시작됐다. 애초 장교5인, 사병5인으로 선정된 배심원단은 판사,검사,변호사의 신문을 거쳐 7인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형사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이번 재판은 배심원단이 구성되고 배심원의 평결에 의해 유·무죄가 판단된다. 배심원단 평결은 이번 배심원 7명 가운데 3분의 2가 되는 5명 이상이 유죄를 인정할 때 확정된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쪽은 모두 진술과 증인신문을 통해 ▶관제병 니노 병장이 반대쪽 차량에서 신호를 보냈는데도 사고방지 노력을 하지 않은 점과 ▶여중생을 발견한 뒤에도 운전병에게 적절하게 경고하지 않아 결국 여중생들을 숨지게 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쪽은 ▶사고지점의 지형적 특성상 여중생들을 일찍 발견하기 어려웠고, ▶발견 뒤 경고했으나 통신장비에 결함이 있어 전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생들도 소음으로 인해 귀를 막고 걸어가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했다.
검찰측 증인 증언내용
18일에는 주로 검찰측 증인이 나왔는데, 이날 법정에서 증인들이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Sgt. Michael Murray
사고차량의 앞에서 진행하던 차에 타고 있었다. (사고차량은 일행 차량 중 세번째로 진행중 이었음) 피해 학생들을 발견하고 두팔을 들어 크게 X자 수신호로 관제병인 니노에게 멈추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수신호를 확인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당시 대열은 시속 10 마일도 안되는 속도로 천천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Pvt. Kyle Rousch
반대편 차선에서 진행하던 차량에 당시 탑승했다. 여학생들을 보고 니노가 탑승한 차량에 수신호를 보내 멈추라고 했으나 수신호를 확인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숲으로 가려진 코너를 돌아 나올 당시 니노의 차량과 피해학생들과의 거리는 50m정도였고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학생들은 도로 바로 바깥쪽에서 걷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길바닥을 보며 일렬로 걸어 가고 있었고 그 중 하나는 귀를 막고 있었다.
Sgt. Gene Wilson
AVLB (사고차량) 차량 전문가.
전에 동일 차종을 몰다가 사고를 낸 전력이 있다. 이 기종은 한국 도로에서 운행하자면 별도의 재교육이 필요할 정도로 한국에서는 운행하기 어려운 차량이다.
운전병의 경우 차량의 구조상 운전에 필요한 시야의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고, 관제병의 임무는 이런 운전병에게 적절하게 도로 상황을 알려줘야 하는 것인데 니노는 이를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검사와 변호인단의 공방
군 수사관과 검사측은 당시 사고를 재연한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측은 니노가 탑승했던 것과 동일한 차량을 이용해 니노(관제병)가 앉은 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사건현장을 재연했다. 검사측은 당시 코너를 돌아 학생들을 발견할 때 까지의 시간, 거리(50m)상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사고였음을 입증하려 했다.
또 검사측은 사고차량 내부구조 도면을 통해 운전병의 경우 차량의 구조상 운전에 필요한 시야의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사고현장을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을 제시하면서 시간과 거리에서 사고를 피할 여유가 있었다는 검사측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당일 아침 출발 전에 훈련을 위한 안전점검(safety meeting)이 없었다는 사실을 특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청객으로 피해 가족은 나오지 않았고, 법무부와 외교통상부에서 각 1명씩 나와 재판과정을 참관했습니다. 한국정부에서 나간 관리들은 "비교적 공정하게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9일은 변호인측 증인이 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인 증인도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