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미시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비록 철없던 어린 시절의 공상이나 꿈같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두려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무언가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물리적 현상에 대한 믿음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과학적 밑받침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은 때로 과학의 범주를 벗어난다. 그런가 하면 과학에 앞서가는 영역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바로 공상과학 소설이다.
소설이라는 특성을 십분 발휘해서 상상력을 무한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설도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과학을 그럴듯하게 차용한다. 다시 말해 과학이 밝혀낸 사실에 약간이 상상을 더하는 것이다. 그럴 때 독자들은 흥미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너무 허황된 이야기는 그저 ‘전설의 고향’처럼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SF 공상과학 소설은 나름대로 과학적 사실에 약간의 상상을 가미한다. 여기서 바로 그 ‘약간의 상상’ 부분을 걷어내기만 하면 오롯이 과학의 영역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착각과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과학과 SF 공상과학 소설을 넘나들며 탐색하며 우리들을 자극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분명히 모두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가장 가까이는 바람이 그렇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피부로 느낄 수는 있다. 향기도 그렇다. 향기는 코로 분명히 느낄 수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전자파도 그렇고 전류도 그렇다. 원자며 전자도 그렇다.
그런가 하면 소금이나 설탕 같이 보이는 것들을 물에 넣으면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한다. 하나의 물질이 다른 물질과 만나면 본래의 모습이 투명하게 된다는 것은 사고의 확장성 때문에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호기심이 과학과 만남으로써 마침내 투명 망토를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명 망토의 크기는 커질 것이고, 세상은 그 투명 망토 속에 조금씩 감추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오늘날 AI가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듯이 투명 망토 또한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있고 없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함이 파멸을 불러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전쟁이 양상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보이지 않음’의 과학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물체의 상대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울 때 물체의 운동이 매우 크게 달라진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극미의 세계에서는 빛과 물질의 운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것과 아주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다.
두 이론은 우리가 물리학과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고, 여기서 나온 새로운 통찰은 오늘까지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큰 범주에서 이 두 이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흥미롭게도 보이지 않음에 대한 연구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아니면 그게 가능하기는 한지 등에 답하기 위한 쓴 것이다. 즉,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자연 현상을 넘어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보이지 않는 망토’는 어린 시절 만화책에서 보던 것들이다. 주인공이 그 망토를 걸치면 신기하게 사라져 버리고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그런 망토가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실재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명 망토의 물리학’을 설명하는 최초의 과학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고 한다. 망상속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그렇다니 놀랄 일이다.
하기는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비행기에는 레이다에 걸리지 않는 ‘보이지 않는’ 비행기인 스텔스가 있다. 따라서 생각을 달리하면 ‘보이지 않는’ 어떤 물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일에 가장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SF 작가나 만화가들이 아닐까 싶다. 이때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음’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것이다. 스텔스 기는 레이더에서만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자리에 없는 것, 숨어 있는 것, 위장해서 얼른 알아보지 못하는 것, 눈을 감을 때 등이 모두 보이지 않음과 연관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보이지 않음’은 ‘특별한 방식으로 빛을 조작하여 자연적인 상태보다 물체를 보기 어렵게 만들 때, 물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간주한다. 이런 정의로는 소파 뒤에 숨거나 조명을 끄는 것과 같은 진부한 방식은 제외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SF 영화 속에서는 투명 인간이 주로 나쁜 짓을 저지른다 하지만 투명화 기술은 자동차 사고를 줄이거나 수술을 돕는 등 의외로 유익한 용도로도 많이 활용된다. 의료 분야의 투명화 기술로 대표적인 것이 CT, MRI이다.
다. 과학과 허구의 만남
‘보이지 않음’에 대한 관심은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도 있었다. 타이탄족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플라톤의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간간히 이어져 왔으며 근대에 와서도 여러 소설에서 나타난다.
즉 ‘보이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는 과학적 상상과는 상관없이 허구적 소설의 주요 테마였다. SF 공상과학 소설이 그 절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들은 온전히 허구라기보다는 과학의 힘을 빌린 그럴듯한 허구였다. 즉 그들은 과학에서 허구의 발상을 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늘 공상가들보다 한 발 늦었다. 즉 과학이 있고 공상이 이를 발판으로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공상이 있고 과학이 이를 검증하는 형태로 뒤를 따른다. 아이작 뉴턴은 중력 법을 도입함으로써 물체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중력 역시 보이지 않는다. 뉴턴은 광학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전의 광학 연구는 주로 빛의 기하학적 성질과 곡면 렌즈와 거울에서 반사와 굴절이 일어날 때 물체의 상이 어떻게 맺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뉴턴의 광학 연구는 빛의 물리학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였다.
그는 본질적으로 ‘빛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뉴턴의 가장 유명한 업적은 흰색 빛이 가시광선의 모든 색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는 유리 프리즘을 사용하여 흰색 빛을 무지개 색으로 분리하여 이를 입증했다.
뉴턴은 투명함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투명함이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하나 시도는 SF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 영향으로 과학자들도 투명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적외선, 자외선, 빛의 입자, 파동, 전류, 빛, 엑스선, CT, MRI, 원자 등에 대해 그것이 어떻게 물리학에서 이해되고 연구되고 활용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러한 보이지 않음에 대한 물리학이 투명 망토 제작에 이르고 있음을 소개한다.
라. 투명 망토
아인슈타인의 중력 개념에 따르면 거대한 물체는 그 주변의 공간과 시간을 뒤틀어 그 공간을 통과하는 물질과 빛의 경로에 영향을 준다. 이로부터 빛의 공간의 가운데에 숨겨진 영역을 우회하여 마치 아무거도 만나지 않은 것처럼 지나가도록 공간을 왜곡한다는 상상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투명 망토다. 시냇물에 잠긴 바위에 물이 흐르듯 물체 위로 광선이 흐른다. 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광선이 지나간 물체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광선은 그 위로 휘어져 관찰자의 눈에 그 뒤쪽에 있는 이미지를 전달할 것이다. 중간에 있는 물체는 보이지 않게 된다.
빛을 흡수하지도 반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현실화된다면 전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싸울 상대방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가시광선을 차단하는 투명 망토, 즉 정말로 보이지 않는 물체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만약 투명 망토가 만들어졌다면 이것을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도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컨데, 해변의 전망을 가리고 있는 정유 공장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도대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혹스럽다.
SF 소설에서는 투명 망토가 자주 등장한다. 망토로 사람을 감싸면 사람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게 된다. 공상 소설 작가들의 생각은 더러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가 하면 과학자들의 사고에 새로운 물꼬를 터주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투명 망토를 제작하는 것은 어렵다. 많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은폐 영역을 숨기려면 부피 전체에 걸쳐 굴절률의 변화가 극심해야 한다. 투명 망토가 만들어지면 인간의 관음증이 폭발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투명 망토가 완벽하다면 망토를 볼 수 없지만 망토 속에서도 바깥을 보지 못한다.
어떻든 연구가 거듭되자 차츰 투명망토가 작은 수준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기 위해 책의 말미에 두 개의 부록을 수록하고 있다. 하나는 ‘나만이 투명 망토 장치 만드는 법’이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부록 중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음에 관한 소설들의 목차를 제시해 놓은 것인데 이 역시 보이지 않음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찾아서 읽어보면 좋은 것이다. 그런 소설들 속에서 우리가 그보다 멋진 생각을 해낼 수도 있을지 모르는 일일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