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팰트로, 제시카 심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헤어 건강을 위해 시도하며 미국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노푸. 과연 탈모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노푸 신드롬 최근 노푸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였다. ‘노푸’란 ‘노 샴푸(No Shampoo)’의 줄임말.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으로 JTBC <에브리바디>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이 탈모를 예방하기 위해 노푸를 한다는 소식을 방송하며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이영돈 PD는 화학 성분이 들어 있는 샴푸를 깨끗이 헹궈내지 않으면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매일 아침 샴푸를 두세 번 펌핑해 거품을 손에 가득 내어 머리를 감아야 속이 시원했던 나는 제아무리 노푸가 두피 건강에 좋다고 해도 시큰둥했었다. 그러나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노푸를 시작했다는 사람들의 후일담이 등장하고 며칠 동안 노푸를 하니 두피가 깔끔해졌다는 간증의 글이 올라오자 조금씩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노푸가 정말 탈모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서른 고개를 갓 넘기며 머리를 묶을 때 두 번 감던 헤어밴드를 세 번 감게 되고 샴푸 후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의 잔해를 목도하니 새삼 노푸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노푸 첫날, 미지근한 물로 헤어를 충분히 적신 뒤 마치 거품이 있는 것처럼 두피를 마사지하며 씻어냈다. 거품이 없으니 시원한 느낌도 없고 머리카락은 물에 젖은 미역처럼 축 늘어졌다. 물이 두피에 닿긴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마사지가 되지 않았다. 머리를 말리니 정수리 부근에 그간 숨어 있던 잔머리가 고개를 들었고 수시로 빗질을 해도 머리카락이 엉키고 뻣뻣하고 부스스했다. 저녁엔 기름기가 올라오고 두피가 근질거렸다. 다음 날 아침 머리 상태는 최악이었다. 손가락으로 훑으면 부드럽게 찰랑거리던 헤어가 뒤엉켜 빗질조차 잘 되지 않았으며 머리카락은 기름기와 섞여 떡져 있었다. 둘째 날에도 어김없이 물로만 감았는데 20분간 마사지해도 오일로 머리 전체를 코팅한 듯 기름기가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머리를 말려도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머리를 감고 난 직후임에도 정수리와 앞머리 부근엔 기름기가 가시지 않았다. 하루 종일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만지면 기름기가 묻는 듯해 머리를 더욱 질끈 묶었다. 셋째 날에는 베이킹소다를 사용해보았다. 두피는 산성이고 베이킹소다는 강력한 알칼리성으로 두피와 헤어에 남은 피지를 제거해준다고 한다. 베이킹소다를 한 스푼 덜어 물과 섞어 두피와 헤어 곳곳에 문지르며 마사지했다. 거품이 잘 나지 않아 이게 닦인 건지 모를 정도였지만 물로만 감았을 때보다 조금 개운한 느낌은 있었다. 푸석한 머릿결도 살짝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두피가 찐득한 느낌은 머리를 말려도 계속되었다. 그렇게 넷째 날, 서랍장에 고이 넣었던 샴푸를 다시 꺼내 들었다.
노푸, 정말 탈모에 효과적일까 노푸를 몇 년째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한 달이 노푸의 최대 고비이며 그 인고의 시간만 버티면 두피 스스로 밸런스를 맞춰 피지 분비가 줄고 머리카락이 더욱 두꺼워지는 것은 물론 기름기가 윤기로 거듭난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푸에 호의적이지 않다. “모든 사람이 노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지루성 두피나 비듬, 염증 등의 문제성 두피는 피지와 노폐물이 제거되지 않아 두피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어요. 특히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모발이 퇴색되고 손상될 수 있죠.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혼합할 경우 강한 세정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두피에 자극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누메로원 헤드스파 김은숙 원장은 노푸가 탈모의 해결책은 아니며 샴푸가 탈모의 원인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화학 성분 때문에 샴푸를 쓰지 않으면 두피에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샴푸의 1차적 기능은 두피와 모발에 달라붙어 있는 노폐물과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것. 샴푸를 하지 않아 노폐물과 각질이 두피에 쌓이면 오히려 두피 트러블을 유발해 탈모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샴푸를 사용하는 방법과 헹구는 과정, 과도한 피지 제거가 두피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지 샴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적인 대답이다. WT메소드 강남점 서현진 원장은 샴푸 전에 브러시로 엉켜 있는 모발을 충분히 빗질해 부드럽게 만든 후 따뜻한 물로 두피와 모발을 충분히 적시고 단발머리까지는 100원짜리 동전, 그 이상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샴푸를 덜어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이때 샴푸액을 두피에 바로 바르지 않고 손바닥에 덜어 거품을 충분히 낸 뒤 거품을 두피와 모발에 바르는 것이 포인트. 전두부와 두정부, 측두, 후두로 나눠 꼼꼼하게 마사지하고 손가락으로 두피를 만져가며 미지근한 물로 천천히 헹궈준다. 15분가량 머리를 감는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충분히 헹궈주는 것이 좋다. 샴푸는 실리콘과 계면활성제를 함유하지 않은 것을 고르자. 계면활성제는 독성이 매우 강하고 피부에 빠르게 흡수된다. 특히 합성 계면활성제는 몸에 쌓이면 배출이 잘 되지 않고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며 노폐물과 함께 두피 표면을 보호하는 피지막과 두피 세포를 녹여 두피의 유수분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방어력을 떨어뜨린다. 웰킨 두피/탈모센터 황지영 부팀장은 이 과정에서 두피의 면역력이 저하되어 두피 속에 세균과 외부 오염 물질이 침투하면 결국 탈모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실리콘 성분은 모발을 부드럽게 하고 정전기를 방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장시간 사용하면 모발 큐티클을 코팅해 영양분 흡수를 방해하고 두피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 방부제 역할을 하는 파라벤 역시 적은 양이라도 암세포 성장을 촉진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