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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겨울 초입에 들어선 12월을 잘들 보내고 계신가요?
네, 기나긴 겨울밤을 달래줄 책을 권하려고 왔습니다.
이번 도서는 추리물이랍니다. 움직이기 싫어서 집에서 방콕하고 있는 분들. 서스펜스 넘치는 책속으로 푹 빠져보세요. 읽는 내내 뇌가 핑핑 돌아갈 거-예요.
도서명: 이니미니
저자: M.J 알 리지
* 이 도서는 아이프리 9번 문학에 3번 추리 코너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처음은 제목이 낯설어서 관심이 갔다. 그리고 소개글을 본 순간, 촉이 섰다. ‘밀폐된 장소’와 ‘두 명의 인질’, 이것은 납치 및 연쇄살인의 키워드다. ‘한 개의 총알’이라는 문구는 섬뜩한 스토리를 암시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문장이 주의를 끌었다.
“이니 미니 마이니 모(eeny meeny miny moe) -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딩동댕.”
‘이니미니’, 이 작품 심상치 않다. 소개글에 일부 단어들만 보아도 CSI 시리즈 등의 추리 수사극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내게는 구미가 확 당긴다. 그러나 소개글에 요약된 극한 스토리에 책을 다운받을지 좀 망설였다. 추리를 즐기지만, 너무 파급이 큰 작품은 읽으면서 내가 피해를 입는다. 감정이입이 지나쳐서 다음날 컨디션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읽을까, 말까. 이니 미니 마이니 모. 어떤 것을 고를까요, 알아맞춰 보세요. 딩동댕. 정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세상에, 이런 도전장이라니, 이 책은 초장부터 독자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그리고 나는 결국, 이 작품을 다운받았다. 이쯤에서 ‘이니미니’의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죽일 것인가, 죽을 것인가? 죽거나 혹은 살거나, 두 가지 중 당신의 선택은?
한 커플이 납치되었다. 납치된 연인은 샘과 에이미. 런던에 있는 한 공연장에서 나와 집으로 가려던 중 쏟아지는 비에 차를 얻어타게 된 두 사람은 그대로 납치되어 버려진 수영장에 감금된다. 풀려날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 한개의 총알이 들어있는 총으로 둘 중 누군가가 상대방을 죽여야한다. 총을 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것이 싫다면 스스로 자살을 해도 된다. 물도 먹을 것도 없는 곳에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한계점에 다다른 두 사람. 결국 총을 사용했고, 살아남은 이는 에이미였다. 경찰에게 진술을 했지만, 수사반장 헬렌 그레이스는 쉽게 믿지 못한다.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다니,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데이트폭력? 셈의 학대? 그래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인가? 그러나 헬렌은 어쩐지 에이미의 말이 거짓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납치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 납치된 건 벤과 피터, 두 남자다. 버려진 발전소에 감금된 둘, 그리고 살아남은 이는 피터, 벤의 상사였다. 그로 인해 ‘연쇄납치살인사건’으로 가닥을 잡은 헬렌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범인은 여보란 듯 계속 범행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두 명의 매춘부가 납치되었다가 한 명만 살아 돌아온다. 헬렌은 이 사건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모녀 사이인 마리와 애나, 둘다 아파트에서 죽은채 발견되었다. 더불어 그들은 헬렌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이웃이기도 했다. 에이미와 셈 커플, 벤과 피터 직장 상사와 부하, 두 명의 매춘부, 마리와 애나 모녀, 이들 사건의 연결고리는 과연 무엇일까? 범행 대상, 감금 장소, 둘의 관계까지 전부 불특정하다. 심지어 범인의 인상차기에 대한 진술도 각각 다르다. 금발의 수리공 여성, 까만 머리칼의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성. 두 진술 모두 여성이지만, 이래서는 몽타주를 특정짓기 어렵다. 공통점이라고는 범인은 피해자에게 둘 중 하나만 살아남도록 선택을 강요했고, 피해자들은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다는, 바로 그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보이지 않았던 길에 한줄기 실마리가 찾아든다. 에이미의 어머니, 벤, 마리를 치료한 적이 있는 심리치료사 해나 미커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것이다. 사건의 작은 실마리를 찾아낸 헬렌은 믿을 수 있는 동료인 마크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그런데, 다음날 그녀는 마크를 의심해야하는 상황을 포착하게 된다. 수색영장으로 긴급 압수한 해나의 컴퓨터 속에서 몇 사람만 접근할 수 있는 기밀자료가 발견된 것이다. 내부에 배신자. 그게 누구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은, 그녀의 동료이자 파트너 마크였다. 그 와중, 사건 용의자 해나 미커리가 변호사와 함께 실종되고, 며칠 후 나타난다. 헬렌에게 전할 범인의 메시지를 품은 채로. 범인에게서 날아온 전언은 ‘내가 너를 표창한다.’는 것인데. 범인은 헬렌 그레이스, 그녀를 노리고 있다. 그렇게 시시각각 그림자가 다가드는 가운데, 그녀의 동료 찰리와 마크가 행방불명된다. 대체 범인의 정체는 누구인가? 그녀의 과거 속에 단서가 있다. 아니, 그녀의 과거로부터 범인은 걸어오고 있다. 과연 연쇄납치살인사건’은 중단될 수 있을까? 그리고 헬렌 그레이스, 그녀의 선택은?
잔인한 선택, 둘중 과연 어느 것이 옳은가? 아니,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란?
소설은 SM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채찍으로 맞는 여자와 그녀를 때리는 남자. 이 대목에서 나는 초장부터 범죄 현장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곧 경찰이 들이닥치거나 사건이 알려지겠지, 그렇게 짐작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매를 맞는 여성의 정체는 본 글의 주인공, 헬렌 그레이스 형사였다. 세상에, 형사가 마조히스트적인 성격장애자란 말인가. 정의롭고 투철한 여형사는 어디로 갔는가. 의아함도 잠시 내 예상이 깨져서인지 몰입도가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이니미니’라는 작품의 제목은 ‘어떤 것을 고를까요’로 시작되는 동요에서 따온 것이다. 제목에 걸맞게 글속의 인물들은 선택을 강요받고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한 ‘선택의 책임’은 그들을 얽어매는 족쇄가 된다. 한쌍씩 납치당해 감금되는 사람들. 식량도 물도 없이 단 둘이서 외지고 밀폐된 공간에 갇힌다. 오로지 있는 것은 총 한 자루와 휴대폰뿐. 범인은 메시지로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통보한다. 둘 중 하나만 살 수 있다. 죽든지, 죽이든지,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택해라. ‘이니미니’라는 제목이 딱이다. 어릴 때 이 게임 자주 했었는데, 글속 상황이 이렇다보니 꽤나 섬칫하기도 했다. 정말 잔인하다. 둘중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게임. 물과 식량이 조금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 사람은 얼마나 버틸 수 있고, 또 함께 갇혀있는 이에 대한 믿음은 얼마나 가게 될까? 커플, 직장동료, 모녀.... 이들의 심리를 보면서 내가 만일 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갈팡질팡, 어떤 결론도 내려지지 않았다. 한계점까지 도달했을 때 난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에이미와 피터처럼 살아남았다는 고통에 평생을 맨정신으로 살아갈 자신도 없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자신없긴 마찬가지였다. 밀폐된 공간 속 두 인질의 심리전은 잔인하면서도 퍽이나 애처로웠다. 납치당한 피해자들의 심리, 범인의 독백, 피해자의 주변인, 그리고 헬렌과 찰리, 마크 등의 다양한 입장에서 사건을 살펴볼 수 있었고, 탁월한 심리 묘사와 적나라할 정도의 상황 묘사는 글의 몰입도를 높였다. 굶주릴 대로 굶주려 자신의 팔의 살을 뜯어먹거나 자신의 소변을 받아 먹는 장면, 바퀴벌레나 개미를 잡아 먹거나 상처에 생긴 구더기를 나눠먹는 장면 등은 징그럽다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론 안쓰러웠다. 또 식량을 감추고, 서로를 경계하며, 재비 뽑기로 죽을 사람을 정하는 모습에서는 인간의 욕망, 어떻게 해서든 살고자 하는 처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절박한 순간, 어쩔 수 없이 총을 들어 상대를 겨누어야 했던 사람들. 동료를, 지인을, 연인을 자신의 손으로 해치는 심정이란. 살인 후에 자신 스스로 정당방위였다 말하지만, 살아남아서도 마음을 닫아버린 피해자들. 엄밀히 말하자면, 인질들에게 있어, 생사 여부를 떠나 피해자도, 또 가해자도 없었다. 오로지 피해자만 있을 뿐이었다. 예전 읽었던 ‘꿈시리즈’와 같은 모턴의 논법 상황이다. 어느 쪽을 고르든 최악이니까. 한편 글속 여형사 헬렌 그레이스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였다.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피해자간의 연관성은 안 보이고, 범인의 의도도 오리무중이다. 그 와중에 경찰 내부 부패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했고,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 여겨지는 남자를 의심하기까지 해야 했으니, 정말 여러 모로 여주인공 헬렌은 힘들다. 하지만 읽는 독자의 입장에선 정말로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책장은 잘만 넘어가는데, 글이 어느새 거의 끝나가는데, 범인의 윤곽은 보이지 않는다. 중간중간 범인의 독백이 나오고, 여러 인물이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죄다 꽝. '아직도 범인이 안나오면 책이 어떻게 끝나려고 이러나? 혹시 다음 편에....’ 이러는 건 아닐까. 독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끝까지 베일에 쌓여 있었다. 거의 막판에 가서야 밝혀진 범인, 그는 정말로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 와중 여주인공 헬렌의 과거도 들어난다.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상황들, 다른 방법은 정말 없었던 걸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인물들을 보며 마음이 짠했다. 헬렌의 과거에서 비롯된 범인도 마찬가지였다. 헬렌에게는 불행한 과거가 있다. 그때 그녀를 지탱해주고 구원해준 것이 바로 ‘그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헬렌의 부모를 살해한 범인이기도 했다. ‘그녀’는 헬렌에게 은인이자 한편으로는 용서할 수 없고, 결별하고 싶은 존재이기도 했다. 헬렌은 선택해야 했다. 과거와 그녀인가, 아니면 새롭게 나아갈 길인가. 그리고 헬렌은 선택했다. 후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과거와 결별하고, 새롭게 시작하기를. 그러나 과거와 결별했지만, 유년의 상처는 남았다. 일종의 죄책감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표면화된 게 소설 첫머리에 나왔던 스스로를 ‘학대’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했던 과거의 ‘선택’은 부메랑처럼 헬렌에게 돌아왔다. 그녀의 심정, 그녀가 한 선택이 이해간다. 은인이자 원수인 ‘그녀’를 버리는 일, 그 선택은 헬렌에게도 큰 상처였을 것이다. 은인이자 원수라는 양자 사이에서 방황하기 싫어, 외면하는 길을 택했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는 남기 마련이니까. 그래서라도 더욱 경찰 업무에, 다른 사람을 구하는 일에 매달렸을지도 모른다. 구하지 못했을 때는 더욱 혹독하게 자신을 질책했을 것이다. 한편 헬렌이 저버린 ‘그녀’의 심정도 공감이 갔다. ‘내가 너를 표창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련의 사정을 알고나자, 그 메시지에서 다른 것이 보였다.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질투, 손을 내밀었지만 끝내 외면당한 데서 오는 분노, 그런 선택을 한 헬렌에 대한 원망. 그래서일까, ‘그녀’는 납치한 인물들에게 똑같이 ‘선택’을 강요한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헬렌에게도 묻는다. 범인이 살아온 환경, 범행을 저지른 동기를 보며 ‘그녀’의 심정이 이해는 됐지만, 그 어떠한 이유로든 죄없는 사람을 죽이는 건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생사 여부를 떠나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괴물이다. 서평을 쓰는 지금, 헬렌이 앞으로의 무게를 감당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이 책, 여형사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였다. 이런, 얼결에 연작 소설을 시작해버렸다. 알아보니 묵자로 4권까지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이쪽에서는 언제 전자도서로 만나볼 수 있을지 감이 안 온다. 그러나 나오면 바로 다운받지 싶다. 헬렌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극복해서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해나갈지 궁금하니까 말이다. 또 나도 삶을 살아가며,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후회가 적은 길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헬렌처럼 살아가며 평생 두고 죄책감에 시달릴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나의 선택으로 인해 ‘그녀’와 같은 불쌍한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이니미니’, 생각할 거리와 재미와 서스펜스가 잘 버무려진 소설이었다. 단지 부작용이라면 묘사가 너무 실감나고 심리가 너무 적나라해서 부담이 된다는 것. 물론 그런 묘사 덕분에 몰입도가 굉장했지만, 동화력과 공감력이 높은 독자에게는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이 작품을 들기 전의 독자에게 주의하길 권하고 싶다. ‘이니미니’, 일단 읽는 것을 선택해서 손해날 건 없다. 단, ‘이니미니’를 고른 여파를 상쇄시켜줄 훈훈한 책을 미리 준비해두고 읽을 것!
* PS. 그 훈훈한 작품은 다음 서평에서 추천하겠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