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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내 ‘갈등’ 잘만 해결하면 발전 원동력…갈등 해결 6단계를 알자
직장인들은 이직 이유의 1순위로 갈등을 뽑고, 관리자는 하루 업무시간의 60% 이상을 갈등 해결에 쓰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한 해 갈등 해결 비용만 해도 300조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단순히 부풀려진 것만은 아닌 듯싶다. 하지만 갈등이 반드시 나쁜 걸까? 세계 최고의 IT 솔루션업체인 IBM과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은 그들의 성공 원인이 ‘갈등을 장려하는 조직문화’에 있다고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갈등을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항상 더 좋은 대안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잘만 해결하면 기업에 오히려 약이 되는 갈등, 어떻게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갈등학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갈등 해결의 6단계로 그 해답을 확인해 본다
직장생활 25년 차인 마케팅부서 김 부장은 오늘도 깊은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책상 위 가득 쌓인 결재 서류와 보고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고, 그렇다고 일일이 불러 확인하자니 반나절도 더 걸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똘똘하다는 서 대리마저 “부장님께서 이렇게 지시하신 줄 알고…” 라며 오히려 김부장 탓을 하니. 가뜩이나 앙숙인 영업부서와의 정기회의도 잡혀 있는 오늘, 아침부터 일진이 안 좋다 싶다.
하루 종일 영업부서와의 격렬한 전쟁을 치르고 퇴근한 김 부장. 집에 가면 편하게 쉴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대문을 여는 순간 아내의 공격이 시작된다. 또 초등학교 다니는 딸 아이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좀 놀아도 된다는 그의 생각과 달리,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아내는 요즘 들어 부쩍 아이 학원 문제로 짜증이다. 도대체 내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어딘지, 김 부장은 머리가 아프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갈등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풍경. 비단 김 부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한 경영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하루 평균 30% 이상의 업무 시간을 갈등 상황에 소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비중은 관리자로 갈수록 더욱 커져 고위 임원진에 이르면 62%에 이를 정도다. 상황은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어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갈등’ 그 자체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갈등(葛藤)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서로 불화하여 다툼, 상반되는 것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대립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 사이의 감정 대립, 종교전쟁이나 흑백논쟁과 같은 가치 충돌, FTA 반대운동과 노동자 파업 같은 이익 대립에 이르기까지 갈등은 다양한 이유로,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갈등, 잘만 해소하면 오히려 약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세계 컴퓨터 90% 이상에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마크를 새긴 반도체 제조 기업인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인텔의 성공 원동력을 “격렬한 논쟁과 갈등”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회사 내부나 외부에 쟁점이 있을 때 이를 덮어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제기해, 열띤 토론과 논쟁을 거쳐 발전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앤디 그로브가 사퇴한 지금도 인텔은 이 같은 ‘건설적 대립(Constructive Confrontation)’을 조직문화의 가장 큰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갈등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해결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매번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게 되고, 이것이 갈등에 대한 나쁜 인식을 만들어낸 것뿐이다. 잘만 해소하면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가지고 오는 갈등,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갈등학 전문가들이 말하는 갈등 해결의 6단계가 그 답을 제시한다.
1단계. ‘다름’을 이해하라
지금 바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손 깍지 끼기, 팔짱 끼기, 다리 꼬기 등을 동시에 해보자. 오른손이나 오른발이 위쪽에 올라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왼손이나 왼발이 위쪽으로 올라간 사람도 있다. 원래 했던 것과 반대되는 방식을 하려고 하면 생각 외로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작은 실험을 통해서도 남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갈등은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는 한 회사가 있다. 이때 “ROI가 나오긴 할까? 자료를 더 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라 직원들 사기가 낮은데, 이것까지 하면 더 힘들어 하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에서는 “일단 진행하고 나서 보자”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세 사람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 충돌이나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저 생각이 다를 뿐인 것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틀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생각에 차이가 있는 것뿐이다. 다름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갈등의 절반 이상이 해결될 수 있다.
2단계. 관점전환(Perspective taking)을 하라
관점 획득, 관점 전환이라고도 하는 심리학 용어 ‘Perspective taking’. 이것은 말 그대로 상대방의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나와 상대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상대의 관점에서 문제를 재구성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며느리에게 모질게 대하는 시어머니가 있다고 하자. 현명한 며느리라면 시어머니의 구박에 몰래 눈물짓기 보다는 자신이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 시어머니가 화를 내는 이유에는 ‘내가 우리 아들을 어떻게 키웠는데’와 같은 상실감, ‘내가 며느리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보상심리,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늙었다고 무시하는 거야?’라는 피해의식과 그에 상응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시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사소한 것에도 자주 조언을 구하고 의견을 묻는 모습을 보인다면 고부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심리학 실험에 따르면 이러한 관점전환은 만 7세가 되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즉 7살만 돼도 상대방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겠다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것이 관점전환인데, 갈등 해소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른이 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이 되면 어느 순간 상대방의 마음은 잘 생각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올바른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때로는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3단계. 숨은 욕구(Interest)를 파악하라
15세기 일본의 전국시대. 미천한 신분을 딛고 최고 권력자 등극을 앞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입지를 굳히기 위해 당시 2인자였던 마쓰히데와의 전투를 준비했다. 훗날 야마자키 전투로 불리는 이 날을 위해 도요토미는 당시 세력이 큰 귀족 중 한 명이었던 쯔쯔이준케에게 참전을 요구했다. 하지만 쯔쯔이준케는 도요토미의 승패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편을 들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도요토미는 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고, 드디어 일본 최고 권력자가 된 그는 괘씸한 마음을 품고 쯔쯔이준케에게 날이 밝는 대로 성으로 들어오라고 명했다. 쯔쯔이준케를 죽임으로써 다른 귀족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쯔쯔이준케는 밤새 도요토미의 화를 풀 묘안을 생각해냈다. 이는 무엇이었을까?
쯔쯔이준케는 낡은 찻잔 하나를 가지고 들어가 도요토미에게 바치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찻잔을 주군이신 성주님께 바친다”라고 이야기했다. 일본 제 1의 권력자임에도 태생에 대한 깊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도요토미에게 일본 최고 귀족이었던 쯔쯔이준케는 자신의 집안을 상징하는 찻잔을 바침으로써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요토미의 숨은 욕구, 즉 인터레스트(Interest)를 읽어낸 탁월한 해결책이었다 할 수 있다.
다른 갈등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왜?’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하는 것 만으로도 누구나 숨은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치열한 갈등 상황이라 할 지라도 상대방의 감춰진 욕구만 찾아낸다면 갈등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4단계. 공감하라
우리나라 국민 MC 2인
공감의 시작은 경청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단순히 열심히 듣는다고 해서 다 경청은 아니다. ‘귀 기울여 듣다(傾聽)’라는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 제대로 된 경청은 말하는 사람의 느낌과 감정, 생각까지 헤아리며 듣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평상시에도 하기 힘든 공감을 갈등 상황에서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감한다는 것이 꼭 상대의 주장을 100%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정할 수 없는 의견이라 하더라도 그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갈등 상황을 보다 부드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5단계. 긍정화법을 사용하라
어딜 가나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에게는 3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감정 통제를 하지 못한다. 둘째, 대화의 목적을 상실한다. 셋째, 극단적 이분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갈등은 발생하게 된 계기 그 자체보다도 오히려 갈등의 주체와 그 속에서 오고 가는 대화로 인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거꾸로 말하자면 말하는 방식에 따라 갈등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주말에 출근을 해야 하는 남편에게 부인이 “여보, 우리 이번 주말 가까운 데로 어디 놀러 갈까?”라고 묻는다. 이때 -50점짜리 남편의 대답은 무엇일까? 바로 결혼 10년 차를 넘긴 남편들이 대부분 내뱉고 마는 그 말, “한가한 소리 하고 있네!”다. “나 바빠!”라고 딱 자르는 남편도 0점이다. 그렇다면 “나 이번 주말에 출근해야 해”라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남편은 몇 점일까? 많은 사람들이 90점에서 100점을 외치지만 이것도 60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100점에서 플러스 알파까지 얻는 남편이라면 “당신 모처럼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싶구나? 나도 요즘 답답해서 그렇긴 한데, 이번 주말엔 출근해야 해”라고 대답할 것이다.
-50점부터 100점+α까지, 사실 메시지는 모두 똑같이 ‘못 간다’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천지 차이이며, 그것이 곧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집에서뿐만이 아니다. 마음에 차지 않는 보고서를 받은 상사들은 대부분 “보고서가 왜 이렇게 부실해? 빠진 게 너무 많잖아!”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대신에 “이 보고서는 조금만 더 보완한다면 아주 좋은 자료가 되겠어”라고 말해본다면 어떨까?
6단계, 창의적 ‘틀 깨기’를 하라
모처럼 가족들과 휴가를 떠난 당신. 기내에 가지고 들어가기엔 짐이 조금 크긴 하지만 화물로 부치기는 영 찜찜하다. 지난 휴가 때 짐을 분실했기 때문이다. 캐비닛에 짐이 들어가지 않아 끙끙대는 당신을 보고 승무원은 이 짐은 화물칸으로 보내야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당신은 묵묵부답으로 짐을 더 밀어 넣어본다. 어느새 재촉과 강경함이 묻어 나오는 승무원의 목소리를 듣자, 당신은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지난 번에도 짐 잃어 버렸을 때 절반 밖에 보상 안 되던데 뭘 믿고 맡기라는 거야? 이번에는 내 짐이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야 안심하겠어!” 짜증이 나기는 승무원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짐과 씨름하느라 길을 막고 있어 다른 손님들은 자리에 못 앉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 상황,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갈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 중 하나가 ‘어떤 한 쪽이 손해 보는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갈등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이 바로 창의적 ‘틀 깨기’, 협상에서 말하는 이른바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이다.
자신의 짐이 안전하게 가는지 보고 싶은 당신과 다른 손님의 편안함을 생각해야 하는 승무원. 실제 이런 상황이 발생한 영화 ‘미트 페어런츠(meet the fockers)’라는 영화에서는 결국 난동을 부리던 승객이 끌려나가고 만다. 하지만 창의적 틀 깨기를 해 본다면 일반 좌석보다 공간이 넓은 승무원들의 좌석에 짐을 놓아 당신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승무원이 여분의 가방을 제공해 당신의 큰 짐에 있는 짐을 2개로 나눈 후 캐비닛에 넣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이처럼 ‘누구 한 명이 포기해야 끝난다’는 기존의 생각을 뛰어 넘는 창의적 틀 깨기의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4억짜리 집을 사려는 사람과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파는 사람이 내년에 이 동네에 지하철이 들어올 예정이라며 갑자기 집 값을 5억 원으로 올리자고 한다. 그러나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금시초문인 지하철 이야기 때문에 원래 생각했던 금액보다 1억이나 올린다는 게 왠지 찜찜하다. 실랑이를 벌이다 거래까지 엎어질 상황,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4억 5000만 원으로 한다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지하철이 개통될 시에 1억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놓는다면 서로가 만족하는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창의적 틀 깨기는 경영에서 많이 쓰일 수 있다. 경영에서는 보통 나와 상대방의 기대치가 서로 다를 때, 그리고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같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상대를 신뢰할 수 없을 때 활용하면 갈등을 딛고 합의에 이를 수 있다.
갈등(葛藤)의 한자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칡나무(葛)와 등나무(藤)가 합쳐진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칡나무와 등나무를 보고 있자면 서로 얽혀서 어지럽게 자라고 있다. 복잡한 실타래와도 같은 갈등의 이미지를 잘 형상화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칡나무와 등나무는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더 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고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서로를 지지해주고, 썩은 가지는 알아서 도려냄으로써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갈등은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 결과, 삶을 위해서 서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느끼고, 이를 피하고만 싶어하기 때문에 갈등은 속에서 썩고 곪는다. 갈등, 잘만 해결한다면 우리 사회, 우리 기업과 우리 조직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