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내 정신의 통제권
타라 웨스트오버(Tara Westover)
<배움의 발견(Educated)> (2018)
이 회고록은 한 젊은 여성이 자기를 발견하는 놀라운 여정을 감동적으로 이야기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책과 지식의 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칠남매 중 막내로 아이다호 시골의 자연 속에서 자란 웨스트오버는 어렸을 때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성경, 모르몬경, 조지프 스미스와 브리검 영(조지프 스미스는 모르몬교 창시자이고 그가 살해되자 브리검 영이 뒤를 이어 모르몬교를 이끌었다)의 연설문을 공부하면서 읽기와 쓰기를 배웠다.
웨스트오버의 아버지는 극단적 생존주의자(대피시설을 마련하고 식량을 비축해서 전쟁 등의 큰 재난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로 “공립학교는 아이들이 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술책”이라고 믿었다. 그는 총과 탄약과 통조림 식품을 비축하고 가족이 연방 정부와의 대결 그리고 그가 말하는 이른바 “가증스런 시절”에 대비하게 했다. 그는 의사나 병원을 믿지 않았으며, 자신과 아들들이 자동차 사고에 이어 폐철 처리장에서 사고를 당해 끔찍한 부상을 입고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랬다. 타라가 오빠 숀이 폭행했다고 알렸을 때 타라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자신의 삶은 이런 식으로 규정되었다고 타라 웨스트오버는 쓰고 있다. 여자는 실질적인 선택권이 없으며 아버지의 말이 법이라고 들었다. “나는 내 삶이 어떻게 끝날지 알았다. 열여덟 살이나 열아홉 살이 되면 나는 결혼하게 될 것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농장 한 귀퉁이를 내주고 내 남편이 그 위에 집을 지을 터였다. 어머니는 내게 허브에 대해, 또 산파 일에 대해 가르쳐주곤 했다.” 웨스트오버가 아이들을 갖게 되면 “어머니가 그 아이들의 출산을 돕고, 언젠가는 내가 그렇게 할 터였다.”
웨스트오버는 솔직하고 사무적인 어조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찬가지로 침착한 어조로, 자신이 이룬 놀라운 도약에 대해 이야기한다. 웨스트오버는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에 가고 마침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웨스트오버가 이 책을 쓴 것은 교육이 어떻게 자기 삶의 궤적을 완전히 바꿔놓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수단이면서 그에 못지않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듯하다.
그 도약은 타라의 오빠 타일러 (아버지에게 저항하며 대학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났다)가 대입자격시험(ACT) 공부를 권유하면서 시작되었다. 웨스트오버는 가장 가까운 서점까지 약 64 킬로미터를 차를 타고 달려가 학습 안내서와 대수 교과서를 샀고, 수개월 동안 집중해 공부한 후 열일곱 살의 나이에 브리검 영대학에 입학했다. 아버지의 반응은 이랬다. “인간의 지식을 좇아서 신의 축복을 창녀에게 내버렸구나. 넌 신의 진노를 사고있어. 오래 걸리지 않을 게다.”
웨스트오버는 대학에서 자신의 깊은 무지에 놀라고 말았다. 나폴레옹이나 인권운동이나 홀로코스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룸메이트 가운데 하나가 음란한 옷을, 그러니까 쥬시꾸뛰르 바지와 스파게티 같은 끈이 달린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것을 보고 혼비백산했으며 동급생들이 일요일에 영화를 본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웨스트오버는 계속해 나갔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게이츠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 대학의 방문 연구원이 되었으며, 박사학위를 위해 다시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돌아갔다. 웨스트오버는 공부를 하면서 학문의 세계로 나아갈수록 집에서더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숀이 자신과 여동생을 위협한 일에 대해 말했을 때 아버지가 매몰차게 숀의 편을 든 후에는 마침내 부모와 관계를 끊었다. 아버지는 웨스트오버가 한 말과 행동을 모두 철회하고 “다시 태어나”는 데 동의해야만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트오버는 부모의 사랑을 되찾고 싶었으나 아버지가 포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옳고 그름, 현실, 분별에 대한 (타라) 자신의 인식”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웨스트오버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내가 애써 해온 일, 공부해온 세월은 모두 나 스스로 한 가지 특권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준 것보다 더 많은 진리를 보고 경험할수 있으며 그 진리를 가지고 내 생각을 구성할 수 있는 특권말이다. 나는 많은 생각, 역사, 관점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자기창조가 의미하는 바의 핵심이라고 믿게 되었다. 지금 항복하면, 나는 논쟁에서 지는 것 이상을 잃을 터이다. 내 정신의 통제권 말이다. 나는 이런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받고 있었으며, 이제 그것을 제대로 이해했다. 아버지가 내게서 떨쳐내고 싶은 것은 악마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이런 자기애를 많은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웨스트오버는 계속해서 쓴다. “변화,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이를 교육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