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5.23) MBC 뉴스데스크가 또다시 윤석열 ‘정치검찰-족벌언론 연합 정권’의 시대에 진정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조선일보의 ‘유서대필 조작’ 시도를 엄밀한 팩트체크를 통해서 무너트린 것이다. MBC에게 필적감정을 의뢰받고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열사의 유서들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모두 동일인이 작성했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
그런데 어제 MBC 뉴스에서 더 놀랍고 가슴아팠던 것은 고인이 남긴 유서가 하나 더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YTN 기자, 즉 언론을 향해 남긴 유서였다. 이 유서에서 고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탄압이 저 하나의 목숨으로 그만 중단하였으면 합니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것뿐인데 구속영장 청구까지 하고 더는 탄압을 견딜 수 없습니다... 우리 건설노동자는 80년대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이제는 죽지 않고 일하고 힘든 일하면서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제발 노조 탄압 중단시켜 주세요. 그리고 죄 없이 구속된 동지들 풀어주세요.”
건설노동자들을 멸시하고 천대하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절절한 이 유서에서 고인은 민주노총과 사랑하는 동지들에 대한 정권의 탄압을 막아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건폭’ 마녀사냥에서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4개 야당만이 아니라 언론을 향한 유서를 따로 남긴 것이다.
언론이 쏟아내는 ‘건폭’, ‘공갈’ 등의 날선 단어들은 고인의 가슴에 비수로 박혔고 싸늘해지는 사회와 주변의 시선은 고인의 목을 졸랐다. 몸에 불을 붙이기 직전에 말리던 동료에게 고인이 했던 말도 “애들이 알까 봐 무섭습니다”였다. 따라서 이 마지막 유서를 보고 건폭 공세에 동참했던 모든 언론과 기자들은 고인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한다.
다시는 족벌언론과 정치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쓰면서 다같이 돌을 던지며 누군가를 마녀사냥하는 일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윤석열 시대에 정치검찰-족벌언론의 ‘연쇄 살인’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어제 MBC 뉴스에서 경찰이 고인에게 어떤 몹쓸짓을 했는지가 또 드러났다.
경찰은 이미 고인의 유서들을 즉각 유족에게 전달하지 않아서 비판받았는데, 어제 공개된 마지막 유서도 왜 한달 가까이 지나서야 공개된 것인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고인이 죽어간 현장을 바로 흙을 뿌려서 깨끗하게 정리해버린 문제다. 유서를 뒤늦게 전달한 것도, 현장을 바로 정리한 것도 그 의도는 뻔하다.
이 비극적 죽음이 낳을 정치적 효과와 책임을 덮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된 분신 현장의 흙덩이 밑에서 MBC 기자가 한달 만에 찾아낸 것은 잿더미 아래 녹아 눌어붙은 명찰이었다. 거기에는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고인처럼 돈없고 힘없고 노동자들이 어떤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요즘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유튜버들은 고인에 대해서 ‘혼자서 신나 끼얹은 아저씨’, ‘북한 지령받고 검찰 기소하니까 분신한 사람’이라고 조롱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집회현장에서도 경찰의 협조를 받으며 그런 방송을 하고 있다.
누구도 이런 혐오와 막말을 막지 않고 있고, 윤석열과 윤희근과 한동훈은 거꾸로 민주노총과 건설노조의 ‘불법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제 나온 지표들에 따르면 윤석열 집권 이후 지난 4년간 줄어들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다시 벌어지고 있다. 줄어들던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도 9년만에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기업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사라졌고, 거꾸로 기간제 고용이 799% 증가했다.
그리고 어제 윤석열은 기업경영인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나온 77%의 지지율에 기뻐하며 ‘이것이 진정한 지지율’이라고 했다. 그가 정말 신경쓰고 대변하려는 것이 누구의 여론과 이익인지는 분명하다. 어제도 또 검찰은 ‘간첩’이라며 전교조를 압수수색했다. 언제까지 이런 정권을 지켜봐야 하는가, 언제까지 정치검찰-족벌언론에 놀아날 것인가, 언제까지 ‘나하고는 노선이 다르고 원래 맘에 안들었다’면서 각개격파 당하는 사람들을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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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지막 유서 추가 발견‥"노조 탄압 중단시켜 달라"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6676_36199.html
2. 양회동 두 유서, 동일인 작성했지만 다른 글씨 왜?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6678_361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