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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108월] G20 준비, 완벽하면서도 지나침 없도록
오랫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해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마침내 이번 주 열린다. 경찰은 지난 주말부터 갑호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서울회의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각인시키는데 좋은 기회라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다수 국민이 일상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도 G20 회의의 의미와 효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해서 억지로 강요하거나 함부로 불편을 주어서는 안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웬만한 국제 행사나 국빈 방문 때마다 일방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통제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런 모습은 미처 청산하지 못한 후진성을 노출, 도리어 나라의 격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일부 외국 언론에는 이미 G20 준비 과잉을 조롱하는 기사가 등장한 판이다.
우리는 일찍이 이런 점을 우려해 경호ㆍ경비를 포함한 G20 준비에 무리수를 두는 일이 없도록 거듭 당부했다. 서강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서울 국제민중회의가 돌연 취소됐다가 번복된 일은 경위가 어찌됐든 부끄러운 일이다. G20회의 때마다 비판적 대안을 모색하는 국제 민간행사가 열리고 있고, 행사예정 장소도 G20 회의장과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 구내였다. 정부 개입을 의심 받기 마련인 경직된 대처는 스스로 수준을 낮추는 잘못이다.
어느 선진국에도 있는 노숙자들을 우범자처럼 격리하고, 공무원들을 거리청소에 내모는 일 따위도 마찬가지다. 서울 일부지역 구청에서 G20 정상들이 지나는 길에 악취가 풍길 것을 걱정해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제한한 것도 코미디에 가깝다. 정부가 G20 회의 당일 차량 2부제 운행을 강제가 아닌 자율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을 우습게 만드는 행태들이다.
G20 행사를 통해 세계에 보여줘야 할 것은 다양성과 자율에 기초한 성숙한 민주 선진사회의 모습이다. 그 것이 완벽한 안전대책이나 빈틈없는 대회 준비에 못지않게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핵심 요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108월] ‘전태일 40주기’ 노동계, 반성과 혁신 계기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어제 서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매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날(11월13일)을 전후해 열리는 행사지만, 분신 40주기를 맞는 올해 행사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곧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판하는 성격도 띤 이날 대회는 어느 때보다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그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목소리가 단순히 기념식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 민주노총이 노동기본권 사수, 노동법 재개정,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주요 요구 사항으로 내세우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실은 40년 전보다 크게 나을 게 없다. 특히 비정규직의 열악한 상황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개선되던 노동조건이 다시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조건 악화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기업 쪽에 있지만, 노동계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정규직의 권리 지키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비정규직 문제를 소홀히 한 탓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 이기주의는 ‘노동자 연대’라는 노동운동의 핵심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폐해도 낳는다. 비정규직의 권리 약화가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정규직 상황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는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민주노조운동’의 신뢰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가 최근 외부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민주노총이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견은 고작 38.1%에 불과했고 52.2%는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8%가 가장 심각한 노동문제로 비정규직 문제를 꼽은 걸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동계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자본 탓만 해서는 세상이 결코 바뀌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20101108월] 소말리아 해적 소탕에 국제 안보기구가 나설 때
원유운반선 삼호드림호와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24명이 지난 4월 초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지 7개월 만인 6일 풀려났다. 해적들은 선주(船主) 삼호해운으로부터 950만달러(105억원가량)를 몸값으로 받아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해적들은 지난달 9일 케냐 해상에서 통발어선 금미305호 선원들도 납치해 붙잡고 있다.
한국 선적(船籍) 또는 한국인이 탄 선박이 2006년 이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것이 일곱 차례에 이른다. 한국을 포함해 해적에 피해를 본 각국 사례는 2008년 111건, 2009년 217건에 이어 올 들어 9월까지 289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은 올해 해상범죄 289건 중 44%, 126건을 저질렀고 특히 선박 납치는 39건 중 35건을 차지했다. 이들은 몸값으로 한 해 1억달러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돈으로 중화기(重火器)를 사들이고 테러조직과 연계해 국제 암시장에서 자금을 모은 뒤 몸값을 받아내 배당금을 줄 정도라고 한다.
유엔 안보리는 2008년 외국 정부가 해적 퇴치를 위해 소말리아 영해에 들어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결의안 4개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우리 청해부대를 비롯해 40여개국 해군이 연합해군사령부(CMF) 지휘 아래 해적을 쫓고 선박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제 공조체제는 망망대해에 숨어다니는 해적들이 눈도 끔쩍 않을 만큼 허술하다. 공해(公海)에서 해적질이 버젓이 벌어지는 현실은 21세기 문명의 치욕이다.
이제는 안보리 소속 강대국들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포함한 다자안보기구들이 직접 나서 해적 소탕작전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치안력을 회복해 해적 근절에 앞장설 수 있도록 각국이 지원하는 일도 시급하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가 촘촘하고 강력한 해적 소탕망을 짤 수 있도록 국제 여론을 조성하는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01108월] 800년 된 팔만대장경도 멀쩡한데
‘건조 기술(Drying Technology)’이라는 잡지가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발행되는 이 잡지는 건조·탈수 방법에 대한 과학·기술·공학의 학제적(學際的)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국제 학술지다.
건조 문제에 대해 이런 학제적 국제 학술지가 있을 정도로 건조는 아직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건조된 목재라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21세기에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목재 건조와 관련, 수천 년 인류 건축사에서 축적된 경험적 기반과 첨단 과학적 기반이 있다. 어느 정도 예측과 통제가 가능하다. 최근 광화문 현판에서 발견된 목재 균열은 그래서 천재(天災)일 가능성이 작다.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충격적이다. 광화문 복원의 의의나 우리나라 전통 목재 건물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을 생각할 때도 충격적이다.
백제 장인들의 손길로 탄생한 일본 나라현의 호류지(法隆寺)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로 인정받아 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800년 된 팔만대장경도 멀쩡하다. 그러나 지난 8·15 광복절 경축식에 맞춰 원래 모습으로 복원된 광화문의 현판에는 3개월 만에 눈으로도 확연히 보이는 균열이 생겼다.
3일 균열이 생긴 광화문 현판 사진을 공개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참으로 황망하고 기가 막힌 일”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복원 3개월도 되지 않아 심하게 손상됐다는 점은 복원 과정이 얼마나 날림으로 진행됐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균열이 현판에 사용된 나무의 수축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오다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복원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판 균열은 다른 인재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7월부터 정부가 광화문 완공의 공기를 단축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기 단축으로 인한 전통 건축 공정의 무시, 편법 적용이 ‘불가피’하게 돼 부실 복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왔었던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공기를 앞당기다 오히려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셈이다.
여기서 잠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전통 건축 공정을 따르자면 광화문 복원이 주요 행사에 맞출 수 없어 미완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오히려 대내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한국 전통 건축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광화문 현판 균열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관련 기록과 목재 건조의 과학이 있다. 원인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 역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인재들을 막는 길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1108월] 학교에서조차 외면 받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내년 4월부터는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와 대학까지 전국의 모든 학교가 장애인에게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2008년 4월 시행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의무이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그 시한을 6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현 시점에서 편의시설 설치율은 5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학교 건물에 승강기나 경사로를 설치한 비율은 초등학교 36.5%, 중학교 26.6%, 고교 25%에 불과하며 점자블록을 설치한 곳은 21.8~23.8%에 머물렀다. 지역별 편차도 심해 평균 설치율 최하위인 경남은 겨우 23.1%였다.
참으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에게 가장 기초적인 권리의 하나인 ‘이동권’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할 만큼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배려하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학교시설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장애인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생활을 배우는 공간이 학교이다. 아울러 장애를 딛고 자신을 계발해 사회에 나가서도 한몫을 하게끔 준비하는 공간 역시 학교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마저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누리지 못하고 차별을 실감한다면 그들이 어떻게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
내년 3월이면 각급 학교가 새 학년을 시작하므로 그에 맞춰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비하려면, 실질적으로 남은 기간은 석달 남짓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선학교는 돌아오는 겨울방학을 활용, 편의시설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게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예산을 지원하게 돼 있는 각 시·도 또한 이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기한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학교에 장애인 편의시설도 갖춰 놓지 않고 ‘공정 사회’ 운운하는 건 너무 낯 뜨거운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108월] IMF 지속 개혁으로 신흥국 발언권 더 높여야
국제통화기금(IMF)이 국가별 지분율 조정을 확정했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6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인도와 브라질이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반면 캐나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밀려났다. 한국의 지분율은 1.41%에서 1.80%로 높아져 순위가 18위에서 16위로 올라섰다. IMF 집행이사회는 지난 5일 이 같은 조정안을 결정하고 2012년 187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전체 총회에서 승인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분율대로 발언권이 인정되는 IMF의 의사결정구조를 바꾸기 위해 신흥국의 지분율을 높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신흥국과 개도국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현실에서 미국과 서유럽이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IMF의 기형적 구조를 더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이번 지분율 조정을 "2차대전 직후 출범한 IMF의 65년 역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평가한 것도 그만큼 체제 변화가 절실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IMF가 신흥국과 개도국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 우선 유럽 국가들이 갖고 있는 집행이사 자리 9석 중 2석을 신흥국에 양보키로 했는데 경제상황 변동에 따라 전체 24개의 이사 자리 조정이 적기에 더 빠른 속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IMF 직원 채용에서도 지분율 상승 국가들에 대한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IMF 총재는 유럽에서,세계은행(WB) 총재는 미국에서 가져가는 나눠먹기 인사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은 지분율이 17.67%에서 17.41%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에서 실질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15% 이상을 유지한 유일한 국가로 남아 있다. 미국과 유럽이 개도국의 파워를 명실상부하게 인정하겠다면 총재 자리를 개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중국도 글로벌 금융이슈를 논의하는 데 지금과는 다른 책임감이 요구된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성숙하고 진지한 자세로 나서야만 지분율 3위 국가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IMF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108월] 급증하는 은행부실 대책 서둘러야
저축은행에 이어 시중은행들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따른 부실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건전성 악화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 부실규모가 커지자 금융 당국은 부실채권비율을 올해 말까지 1.7%로 낮추라며 압박하고 나서 시중은행들은 부실 PF대출 처리방안을 놓고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부실채권 잔액은 지난 6월 말 25조6,000억원에서 9월 말 30조3,000억원으로 4조7,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비율도 같은 기간 1.94%에서 2.32%로 크게 높아졌다. '카드대란'를 겪었던 2004년 3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 부실대출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높고 당기순이익도 내고 있어 자체적으로 부실채권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 회복세가 매우 더디고 내년부터 전반적인 경기도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돼 부동산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8ㆍ29대책으로 주택시장이 다소 회복되고 있는 것과 달리 PF사업은 여전히 어렵고 사업을 포기하는 곳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부동산 PF대출 부실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실채권을 소화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은행들의 부실채권 해소방안은 충당금을 쌓거나 아니면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캠코)나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등에 매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부실채권처리시장이 포화상태라서 매각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공적자금 성격인 구조조정기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 문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은행 부실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부동산 붐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늘린 은행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책임경영풍토 정착을 위해서라도 일차적으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은행들은 올해 1조원 이상의 흑자가 예상될 정도로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스스로 감당할 능력이 있다. 당국도 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에 적극 나서도록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은행의 건전성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황호택 칼럼/황호택(논설위원)-20101108월] 이마트 피자와 SSM의 두 얼굴
출근길 아파트 단지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골목길에 가게들이 어깨를 비비고 들어서 있다. 떡방앗간 공인중개사사무소 세탁소 치킨집 만두집 베이커리 정육점 미용실 이발소…. 고만고만한 음식점들이 많다.
지하철역 근처에 ‘朴텔러’라는 맞춤 양복점이 있다. 간판에 영어로 ‘tailor’(재단사)라고 병기(倂記)해 놓은 것을 보면 ‘박테일러’를 잘못 쓴 게 분명하다. 양복점 주인 정 씨는 그전 주인이 이민 가면서 내놓은 가게를 인수해 박텔러 상호를 그대로 쓰고 있다고 했다. 45년 경력의 정 씨는 10대 소년 때 양복점 직공으로 들어가 20여 년 만에 독립해 가게를 차렸다. 한쪽 구석에는 브러더미싱 구형 모델이 놓여있었다. 정 씨는 “환갑이 넘었는데 업종을 바꿀 수도 없고, 양복 수선도 하면서 그럭저럭 꾸려간다”고 소개했다.
대기업 슈퍼마켓(SSM)의 출현으로 동네 가게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구멍가게가 슈퍼에 밀려나고 슈퍼는 대형마트와 SSM에 자리를 내준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은 창업 후 3년 안에 열 집 중 여섯 집이 문을 닫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을 보면 터키(40%) 그리스(35.5%) 룩셈부르크(33.8%)에 이어 한국(30.0%)이 4위로 높다. OECD 평균 15.8%의 두 배에 가깝다. 우량기업이나 서비스 업종의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사회안전망이 빈약하다 보니 먹고살 길을 찾아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든다. 결국 과당 경쟁이 벌어져 간판과 인테리어 업자만 돈을 번다는 얘기도 있다.
* 기업 일자리 적어 자영업 과잉
나우콤 문용식 대표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슈퍼 개점해 구멍가게 울리는 짓 하지 말기를…그게 대기업의 할일이니”라고 반말 트위터를 보내 한밤 설전이 벌어졌다. 신세계는 자사의 SSM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사업 초기에 개설한 17개에서 더 늘리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해명했다. SSM은 롯데슈퍼 239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214개, GS마트 190개다. 문 대표가 SSM을 공격할 의도였다면 표적을 잘못 잡았다.
문 대표는 SSM에서 방향을 얼른 돌려 “피자 팔아 동네 피자가게 다 망하게 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 일이냐”고 이마트를 겨냥했다. 그는 “사회가 멍드는 건 재벌 대기업을 비롯한 기득권층의 탐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나우콤의 ‘아프리카’는 광우병 촛불시위를 생중계했던 인터넷 방송이다. 문 대표의 말에서 대기업과 SSM에 대한 촛불좌파의 인식이 묻어난다.
SSM과 이마트 피자는 계층 갈등을 부추기기에 좋은 재료다. 청와대 관계자는 “SSM이 우리 사회에서 반(反)기업 정서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반세계화와도 관련이 있다. 정부는 SSM을 규제하자니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걸려 적지 않게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홈플러스 대주주는 영국 테스코 그룹이다.
SSM과 대형마트는 두 얼굴을 가졌다. 유통구조를 현대화하고 생활필수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중산층과 서민에게도 득이다. SSM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에서 소상공인의 피해만 거론되고 소비자 후생(편익)이 배제돼 있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많은 판매원을 채용해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모든 것을 시장논리에만 맡길 경우 동네 가게로 살아가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당장 큰일이다.
이마트 피자는 체인점 피자에 비해 규격은 더 큰데 값은 절반이다. 왕십리 이마트는 최근 논란을 의식했는지 하루 250개로 한정 판매를 했다. 과연 소비자들이 동네 피자를 살리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가. 소비자들은 문 대표만큼 ‘정의롭지 않고’ 가격에 민감하다. 그는 ‘동네 피자’ 편을 들었지만 그것 역시 대부분 체인점 피자다. 피자가게의 강점도 있다. 이마트 피자는 세 종류뿐인데 전문점에서는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고객의 기호에 따라 주문생산도 한다. 신속하게 배달도 해준다.
* 소비자 편익과 니즈도 다양하다
요즘 중소상인들이 어려운 것은 온라인 판매의 영향도 크다. 청소년들은 인터넷에서 수천수만 가지의 상품을 클릭해 일일이 비교하며 물건을 사는 데 익숙하다. 1960, 70년대의 거리 풍경을 장식했던 농방 양복점 양장점 시계포 같은 가게들은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박텔러처럼 기성복과 고급 맞춤복의 틈새에서 살아남는 가게들이 많아지면 거리 풍경이 다채로워지고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질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그리고 세계화에 따라 새로운 자영업종이 무수히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을 도리는 없다. 장기적인 해법은 서비스업 규제를 과감히 풀어 좋은 일자리를 공급함으로써 자영업자의 비중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1108월] 일요일의 남자, 송해
<전국노래자랑>(KBS1)이 ‘딩동댕’을 울린 지 30년이 됐다. 1980년 11월9일 첫 전파를 탔으니 내일이 생일이다. 한국인은 지난 30년 동안 딩동댕 소리를 들으며 휴일 점심을 들었다. 방방곡곡 무명의 스타 3만여명이 노래하고 춤을 췄다. 보통사람들이 특별해지는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시청자들은 가장 편하게 풀어져 이를 지켜봤다. 정권이 다섯번이나 바뀌었지만 악단의 반주는 우렁찼고, 약간 ‘촌스러운 무대’에는 신명이 넘쳤다.
<전국노래자랑> 한복판에 진행자 송해가 있다. 말의 인플레가 심해서 너도나도 ‘국민’ 자를 붙이지만 이 시대 진정한 국민MC는 송해이다. 담당 PD가 100명 넘게 거쳐갔지만 사회는 여전히 그의 몫이다. 감히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성역이다. 세살 아이부터 곧 세상을 떠날 어르신까지 그를 껴안고 입을 맞춘다. 그래도 상스럽지 않다. 84세의 나이지만 온 국민의 오빠요, 형님이다. 키가 작아도, 배가 튀어 나왔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일요일 낮을 지배하는 독재자임에도 그를 보면 반갑고 유쾌하다.
송해는 한국전쟁이 터진 이듬해 월남했다. 고향은 황해남도 재령이다. 악극단 가수와 희극배우를 지내다 보니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었다. 그는 지금도 치열하게 살고 있다. 함께 활동했던 선배, 동료들은 거의가 세상을 떴다. 또 언제부턴가 후배들의 부음을 들어야 했다. 지난 7월 한참 밑인 백남봉 후배가 홀연 떠나가 그를 슬프게 했다. 그래도 그는 전국을 돌며 웃음을 뿌린다.
송해의 목소리는 여전히 낭랑하다. 일요일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편안하다. 세상이 무탈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송해는 늙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의 한결같음이 어느덧 우리의 믿음이 되어버렸다. 늙지 않고 웃음을 주는 ‘광대 선생’이 있음은 얼마나 다행인가. 제발 늙지 말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니 그와 같이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김인협 악단장도 수척해 보인다.
그동안 송해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무대는 2003년 평양 모란봉에서 열린 공연이었단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많이 울었단다. 고향에 갈 때까지, 북한에도 딩동댕을 울릴 그 때까지 강건하시기 바란다. 약주가 과하다 들었는데 이제 좀 줄이고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일요일을 지켜주기 바란다. <전국노래자랑> 30년, 송해 선생에게 삼가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박봉규(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20101108월] 작심삼일 하기
같은 태양이 뜨는 똑같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일주일, 한 달, 1년을 나누어 그 첫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는다. 새해가 되거나 입학, 첫 출근과 같이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날이면 지나온 세월을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결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쉬 약해지게 마련이다. 금연 결심으로 신년 초에 뚝 떨어졌던 담배 판매량이 3~4월이 되면 다시 늘어나고, 책상서랍 속에는 처음 몇 쪽만 쓰다가 만 일기장만 쌓이게 된다.
당연하다. 아무리 굳게 다짐한다고 하더라도 보통 사람이 자신과의 약속을 평생 지켜 나가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벌써 성인(聖人)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일 것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하자. 사람들은 작심삼일을 의지력이 박약한 사람을 나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사용하고 있으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년간 또는 평생 담배 끊기는 쉽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독한 마음 먹으면 사흘이야 왜 못 끊겠는가? 사흘째 저녁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작심삼일하는 것이다. 사흘 후에는 다시 작심삼일하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1년, 10년 처음의 결심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흘이 다 지나기 전에라도 처음의 결심이 어긋나게 되면 하루하루 내지는 순간마다라도 새롭게 각오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은나라의 탕왕은 자신의 세면대에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하라`는 경구를 새겨놓고 아침저녁 자신을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제왕도 그러한데 일반인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최근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100일 다이어트`에 도전했던 일반인 출연자들이 대부분 수십 ㎏을 감량해 화제가 됐다. 이들 모두도 100일이라는 기간을 열흘, 일주일 단위로 우선 쪼개어 매 기간의 작은 목표에 충실했다. 그러다 보니 100일이 지난 후 엄청 가벼워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심삼일하면서,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면서 어제의 삶에 새로운 무엇을 더하다 보면 어느날 처음의 결심이 어느새 습관화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