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쓴 김연아 헌정 시
이문수
이천기독문인회 증경회장
설봉감리교회 담임목사
올림픽 경기는 끝이 났지만 김연아열기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더 뜨거워지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경기에서 2연패는 이루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쳤지만 국내외 언론은 대부분 불공정판정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모든 경기의 판정과 관련하여 초연한 모습을 보였던 김연아 선수는 사실 금메달 보다 더 값진 것을 바라보고 경기에 임하였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 주었다. 금메달이라는 욕심보다도 최선을 다하여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더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녀가 금메달 보다 더 한 차원 높은 목표를 위해 경기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색깔이 없는 메달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금메달은 판정오류로 빼앗길 수 있을지 몰라도 색깔이 없는 그 메달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색깔이 없는 메달이란, 눈에 보이는 황금 빛 명예와 부로부터 마음을 비우고 진정성있는 내적가치를 추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 이상의 진성성있는 스포츠와 예술의 경지를 추구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일까 그가 보였던 마지막 경기는 점수만을 겨냥한 딱딱한 기술자랑 보다는 관객과 감동을 주고받는 물흐르듯 흐르는 우아한 연기와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농익은 기술로 채워졌다. 그녀는 경기를 마친 후 아주 중요한 말을 했다.
“실수는 없었지만 연습처럼 완벽하진 않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기분 좋고 또 감사드립니다. 너무 힘들어서 빨리 지치고 힘들었는데,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해내서 기뻤습니다. 준비하면서 체력적, 심리적 한계를 느꼈는데 이겨내려고 했습니다……내 경기력에는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습니다 말씀드렸듯이 금메달은 제게 중요하지 않고 출전하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가 어떻게 그렇게 초연 할 수 있을까. 의도적이든 아니면 비의도적이든 혹은 얼결에 한 말이든 그녀의 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말(글)은 곧 사람이라고 프랑스의 식물학자 드.뷰폰은 말했다. 그녀의 말속에는 그녀의 인격과 스포츠 정신이 녹아있는 것이다. 극에 달하는 고된 훈련생활과 많은 국내외 경기를 통한 경험들이 그렇게 성숙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인생은 메달을 놓고 경주하는 경기와 같다. 성경에도 “너희도 상을 얻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고전9:24)라고 하였으며, “저희는 썩을 면류관을 얻고자 하되 우리는 썩지 아니할 것을 얻고자 하느니라”(고전 9:25)라고 하였다. 예수그리스도는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희 아버지가 갚으시리라”(마6:4)고하셨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하늘의 금메달(면류관)이 있다는 말씀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메달은 진정성 있는 감동의 인생경기에 승리한 자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보며, 보이지 않는 하늘의 메달을 생각해 보았다.
색깔이 없는 메달
-피겨여왕 김연아의 마지막 경기를 보며
이문수
세상에는
세 종류의 메달이 있다고 한다
선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메달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한다
빙상의 무대에서 그녀가 춤을 멈출 때 까지는
그녀가 원했던 메달이 무엇이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황금빛에 물든 눈으로 사람들이 지켜보는 동안
보든말든 알든말든
그녀는 생애에서 가장 깨끗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을 때에만 출수 있는 춤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춤을 춘 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메달이 주어진다
“금메달은 제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깨끗해서 색깔조차 지워버린
색깔이 없는 메달도 있었다
그녀가 춤을 마치고
빙상의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그녀가 남긴 빈 무대 위에
내 삶의 마지막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서럽도록 깨끗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의 메달도 있다
*소치동계 올림픽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김연아가 했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