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향기와 수액에 포함된 피톤치드는 테르펜계 물질로 소염제, 소독제, 완화 효과를 낸다. 숲 속에서 지속적으로 삼림욕을 한 아이들의 아토피가 호전되는 사례는 피톤치드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균을 막아내기 때문이다. 삼림욕을 할 때 느끼는 향긋한 냄새는 핀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이 공기 중으로 휘발하면서 나는 것인데, 이 테르펜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분비를 감소시켜 심리적으로 안정을 준다. 요즘 피톤치드 성분이 유행이라 갖가지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충북 대학교 산림과학부 신원섭 교수는 실제 숲에서 방출하는 천연 피톤치드가 최고라고 얘기한다. 피톤치드 성분을 넣은 제품은 차선책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숲에 있을 때는 뇌의 전두엽이 안정 상태를 유지 했으며, 혈압과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도 낮아지고 면역 글로불린 A의 농도는 높아졌다고 한다. 시냇물이 흐르는 것 같은 숲의 소리를 들려주거나, 고화질TV로 숲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숲에 있는 음이온의 양은 도심에 비해 14배에서 70배 가량 더 많다. 음이온은 폭포, 계곡물,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숲 속에서 방출되는데, 몸이 산성화되는 것을 막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등 면역 기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숲의 소리와 색깔,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났다는 탈출감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또 눈에 가장 좋은 색깔이라고 밝혀진 녹색의 천국인 숲은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딱딱한 아스팔트에 비해 낙엽이 잔뜩 쌓인 숲의 흙길은 발목이나 무릎으로 오는 충격을 덜어주기 때문에 오래 걸어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신원섭 교수(산림치유포럼 부회장)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숲에 자주 데려가고, 놀러가서도 콘도나 호텔보다는 텐트를 이용하면서 숲과 흙에 친숙해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어른이 되어서도 숲을 안식처로 삼게 되지요. 복작대는 도시에선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지만, 숲에서는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날 수 있으니까요.”
충북대학교 산림과학부 신원섭 교수의 사무실은 충북대학교 안, 나무로 울창한 숲 근처에 있었다. 촬영하는 사이에도 청설모가 도토리를 찾아 거리낌 없이 지나가고, 마을 주민들도 운동 삼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가볍게 조깅하는 숲이다. 기자가 학교 안인데도 숲이 울창해서 좋다고 한마디 하자, 재미있는 말을 꺼낸다. “숲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 알고 계세요?”
미국 델라웨어대학에서 실시한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심장 수술을 받은 23명의 환자에게 활엽수로 꾸며진 정원을 보게 했고, 같은 수술을 받은 나머지 23명에게는 건물 벽을 보게 했다. 숲을 바라본 환자들이 하루 정도 퇴원이 빨랐고 진통제 주사량도 놀랄 만큼 적었다고 한다. 또 하나, 미국 미시간 주립 교도소에 수감 중인 죄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숲이 보이는 감방에 있는 죄수가 병원에 가거나 사고를 치는 확률이 적었다고 한다.
신원섭 교수가 우리나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접 행한 연구에서도 근처에 숲이 있는 경우에는 근무 만족도가 높고 직무 스트레스가 낮았으며, 이직을 원하는 비율도 현저하게 낮았다고 한다. “컴퓨터 바탕 화면에 숲 속 사진을 띄워 놓거나, 사무실에 숲 사진을 걸어 놓고 자주 보는 것도 효과가 있답니다.”
신원섭 교수는 요즘 국립의료원, 충북대 의과대학과 함께 숲이 사람을 어떻게 치유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남녀 15명을 선발해 광릉숲에서 2박 3일 동안 삼림욕을 하게 한 뒤 혈압과 심장 박동 수, 말초 혈류량, 뇌파 등을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것. 참가한 사람들은 명상, 운동을 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특별히 강제된 프로그램은 없고, 나무 껴안기, 눈을 가리고 숲을 만져보기, 맨발로 걷기, 숲 속에서 영화 ‘아름다운 비행’ 보기 등 치료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활동만 한다. 실험은 2008년까지로 현재 진행 중이지만 벌써부터 놀라운 결과치가 나오고 있다. 환자들의 우울증 수준이 심한 우울 상태(우울 척도로 25점)에서 가벼운 우울 상태(11점)로 낮아지기 시작한 것. 스트레스와 관계 있는 호르몬인 코티졸도 줄어들었다.
신 교수는 앞으로 2008년까지 차근차근 기초 데이터를 모아서 우울증이나 고혈압 환자를 위한 산림 치료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때까지 숲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 하는 탐구와 실험은 계속될 예정.
1_희로애락을 나눌 친구 나무를 만든다
신원섭 교수는 매 학기 초, 학생들에게 친구 나무를 찾으라는 숙제를 내준다. 그리고 ‘왜 이 나무가 친구인가?’ ‘나무와 나는 어떤 관계인가?’ ‘나무는 한 학기 동안 어떻게 변했나?’를 주제로 리포트를 제출하게 한다. 처음에는 황당해하던 학생들도 나무 하나를 꾸준히 관찰하면서 잎이 돋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과정을 파악하게 되고, 힘든 속사정을 털어놓는 위안처로 삼기도 한다. 학기가 끝날 때쯤 되면 나무, 숲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2_두루마리 화장지 심으로 관찰하기
5미터 정도의 로프와 두루마리 화장지 속의 둥근 종이 심, 그리고 돋보기를 준비한다. 숲으로 가서 바닥에 로프를 늘어뜨리고 화장지 심 아래쪽에 돋보기를 대고 현미경처럼 해서 최대한 낮은 자세로 로프를 따라가며 숲길을 관찰한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숲에도 많은 식물과 곤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은 처음 봐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숲 치료 프로그램에 따라온 어머니 김모씨의 얼굴이 환해진다. 자살 소동만 3차례 벌였을 정도로 심하게 정신 질환을 앓았던 아들. 처음 숲 치료 프로그램에 온 아들의 모습은 낯설 정도로 밝다. 대구 수성구 보건센터에서는 지난 3월 말부터 2주에 한 번씩 정신 분열,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숲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숲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루소의 숲’ 주인인 김동일 교수(대구산업대학 유아교육학과 명예교수)의 제안이었다. 자신이 가꾼 아름다운 숲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을 보건소에 전달한 것. 보건소에서 정신 장애인들의 치료를 맡고 있는 윤재섭 소장(한국여가연구소)은 평소 숲이 가진 치유의 효과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이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아 ‘숲 치료 프로그램’이 탄생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숲의 치유 효과에 대해 확실히 검증된 결과가 없어요.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보고 우리도 한번 시도해보자 결심하게 되었죠.” 정신보건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중 희망자를 받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 약 6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는데 처음부터 참여했던 환자들은 계속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있는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단다. “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환자들의 표정이 밝아졌어요. 특히 저 분은 처음 왔을 때 환시가 굉장히 심해 계속 손을 허공에 휘젓곤 했죠. 그런데 숲 치료 프로그램에 계속 오시더니 환시 증세가 없어지더라고요.”
수성구 정신보건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정신 장애인들에게 하는 치료 프로그램을 숲에서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정신 치료인 미술 치료(나무 목걸이 만들기), 음악 치료(오카리나 불기), 원예 치료(야생화 심기)와 몸을 단련시켜주는 스트레칭, 트레킹 등을 병행한다.
숲 치료 프로그램 팀장에 의하면 보건소 프로그램실에서 똑같은 치료를 할 때에 비해 환자들의 반응이 2배는 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같은 치료법이지만 숲이라는 공간만 바뀌어도 치료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 또한 숲 그대로를 느끼고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프로그램도 숲의 상태에 따라 항상 달라진다.
숲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치료의 시작이기 때문. 날씨가 좋은 날은 맨발로 걷기를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다 같이 앉아 비 오는 숲의 소리를 듣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8일까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워낙 환자들과 가족들의 반응이 좋아 2차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는 중. 숲의 정신적 치유 효과를 우리나라에서도 확실히 알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1_숲에 자신의 분신을 만든다
숲 프로그램에서는 환자들에게 원예 치료의 하나로 숲 속에 야생화 심기를 실시하고 있다. 에디터가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도 “그때 심었던 꽃은 어디 있어요?”라며 자신이 심은 꽃을 찾는 환자들이 많았다. 또 자기 나무를 하나 지정해 숲에 갈 때마다 찾아가 인사를 하게 한다. 정신 장애우에게 숲에 자신의 분신이 하나쯤 있다는 사실은 자연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편안하게 한다.
2_잠자리의 눈으로 걷기
보통 숲에 가면 혹시 넘어지지 않을까 땅만 보고 걷게 된다. 잠자리의 눈으로 걷기는 뒤쪽까지 볼 수 있는 잠자리의 눈처럼 거울을 눈 밑에 대고 거울에 비친 숲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 아래에서 위로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자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독일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된 공원과 정원의 숫자만 1255개소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정원 가꾸기에 대한 잡지만 30종류나 될 정도로 나무나 숲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
해마다 곳곳에서 정원 박람회까지 열릴 정도다. 독일의 경우에는 온천과 연계된 산림 보양촌이 만들어져 있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요양을 하기도 하고, 환자 스스로 산림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의사의 처방이 있을 경우 숲에서의 요양도 의료 보험 혜택이 적용되는데, 숲 치료 프로그램의 호텔 비용이나 동반자의 비용까지 무료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병원 처방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산림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해도 보험료 할인 혜택이 있다는 것.
그래서 독일 정부가 삼림욕을 포함한 자연 요법에 지원하는 건강 보험료만 연간 8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윤동혁 PD의 책 『 나를 살리는 숲, 숲으로 가자』에 따르면 스키 탈 때 쓰는 폴대 두 개를 양손에 쥐고 숲길을 걷는 프로그램, 숲 속에서 하는 기공 수련, 100% 나무에서 추출한 정유 성분을 따뜻한 물에 풀어 목욕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어린 시절부터 야외 캠프에 참여하는 것이 상식. 그런데 이런 야외 캠핑이 치료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캠핑 치료는 1901년 뉴욕 주립병원 의사인 맥도날드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당시 다른 환자들로부터 폐병 환자들을 격리하기 위해 병원 마당에 텐트로 임시 병동을 세운 데서 시작되었다.
텐트에 수용된 폐병 환자들은 숲과 잔디밭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얼마 후 텐트 병동의 환자들의 회복 속도가 보통 환자들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미국의 많은 병원에서 캠핑 치료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캠핑 치료는 심지어는 청소년 범죄자나 여성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교화 프로그램으로까지 이용되고 있어 이채롭다.
또 다른 치료 형태는 비전 퀘스트(Vision Quest). 북미에 살았던 원주민의 성인 의례식에서 유래된 것인데, 인디언들은 소년들을 깊은 숲으로 혼자 들여보내 열흘 동안 음식도 먹지 말고 자신의 인생 비전을 세우게 했다. 이 행사를 현대적으로 접목시킨 것이 비전 퀘스트다.
숲에 들어가 세상과 단절된 채 며칠을 혼자 보내면 처음에는 답답하고 지루하지만 얼마 후에는 사람들과 나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다른 사람의 입장으로 돌이켜보게 되며 결국은 광대한 숲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왜소한지 깨달아 겸손해진다고 한다. 결국 숲에서 삶의 힘을 얻고 세상에 맞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되는 것.
일본에서는 숲을 이용해 스트레스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을 산림 세라피라고 보고, 아예 2004년 산업체, 대학, 연구기관, 정부기관이 참여해 산림 세라피연구회를 설립했다.
산림 세라피가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혀 내고, 각 지역의 좋은 숲을 산림 세라피 기지로 인증하는 것.
2006년 3월에는 8개 지역을 산림 세라피 기지로 인증했는데, 이 숲들은 고유의 인증 마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관광객이나 요양을 원하는 환자들은 치유 효과가 있다고 인증 마크를 받은 요양지를 찾아가면 되는 셈.
일본에서 산림 세라피가 본격적으로 강조된 것은 사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본 삼림총합연구소 박범진 연구원에 따르면 산림 세라피연구회의 최종 목표는 산림 세라피로 국민의 건강을 개선시켜서 사회간접비용(의료비)의 지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일본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노년층의 의료비 대부분을 국민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결국 산림 세라피를 통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 국가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