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극단적으로 살벌해지는 세상이 전개되고 있다. 공권력이 무너지고, 교권이 무너지고,
어른의 훈계가 무너치고, 참정치가 무너지고, 기후환경이 무너지고, 생명의 존엄성까지 무너지면서
비관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를 매스컴이나 인터넷에서 자주 접한다. 두렵고 불안한 세상이다.
무엇 때문일까? 폭력성이 짙은 게임이나, 드라마, 영상 등의 지나친 노출과 함께
자기중심적인 인권찾기운동이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중심적 인권찾기운동은
지극한 이기주의가 바탕이 되면서 그 분노를 표출하고, 불특정 다수를 행해 극단의 화를 분출하기도 한다.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물은 푸른 마음결이다. 푸른 마음결을 만드는 '물'은 예술이다.
- 임성구 회장, <권두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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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성이 시의 진실을 이룬다
시는 시인의 경험이 맑게 걸러진 한 순간이 어떤 영감을 받아 발현된 것입니다.
'마음속에 푸르른 잣나무가 서 있지 않고서는 수많은 잣나무를 그려 놓아도 껍데기일 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는 바로 '마음의 경험'이네요. 누구나 같은 경험을 한다 해도
나만의 마음의 경험이 없으면 시로 발현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될까요.
시가 탄생하는 비밀은 바로 은유와 모순어법에 있습니다.
동양의 시학에서도 '시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하고요,
시를 사랑하고 깊이 연구한 하이데거라는 철학자는
시인의 능력은 대상과 대상을 연결시키는 은유의 능력이라 하였습니다.
즉 대상과 대상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능력이지요. 여기서 은유는 모든 비유법을 통칭한 광의의 은유입니다.
흔히 시적 진실이라고 하지요. 시는 사실을 뛰어넘은 진실을 드러내주는 것이고
그 진실은 바로 은유에 의해 드러나는 것입니다.
참된 은유는 사실을 진실이게 만드는 힘이 있어 우리가 감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구체성이 시의 진실을 이룬다.'고 했습니다.
- 김일연(ㅣ조시인,. 전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위원장), <'경남시조' 작품을 통해 본 현대시조의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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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중앙역/ 김연동
산천어 한 마리가 스르르 다가와서 남녘 산협 신천지에 미지의 꿈 부려놓고 또 다른 소망을 싣고 설레는 듯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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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밥 주기/ 김혜원
한길 가 펜션에는 염소들이 살고 있어
사람만 지나가면 우르르 몰려온다
배춧잎 가져다주면 볼 날이 짧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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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이 있는 풍경/ 이우걸
화병은 언제나 한 계절의 음악이다
정성껏 조율해놓은 꽃들의 악보를 보라
그 곁에 놓인 의자는
친절이 마련한 객석
실비처럼 나직한 꽃들의 눈인사로
그 분위길 받들어주는 화병과의 담소로
때맞춰 오신 손님은
누구나 귀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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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이태정
그 사람을 그 자리에
부를까요 말까요
부르지 맙시다
우리끼리 봅시다
저 끼리
편먹고 놀다가
아쉬울 때만 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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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임성구
먼 길 떠났던 김광석이 돌아오는 곳
햇살이 들꽃 향기 데리고 기타 선율로
바람은 하모니카와 살가운 목소리로
가볍게 내려앉는 감성의 이슬들은
목석의 시간을 연두로 사뿐 깨우고
당신이 오시는 쪽으로 손차양하게 하는 그곳
메마른 땅을 적시듯 쩍쩍 금 간 영혼까지
꽃비로 흩날리는 하늘 구름 바라보면
별처럼 무한정으로 반짝이는 천국 오선지
천국에 그려놓은 악보 따라 걸으며
달콤한 바람 여백에 시를 쓰고 노래하네
세상이 흐뭇해질 때까지, 피워올린 꽃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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