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리틀준이가 숟가락 들고 나서면 그 때부터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압니다. 혹시나 제가 리틀준이의 원치않는 행동을 혼내는 것만 하고, 그렇지않은 상황(잘 놀고, 잘 먹고)에는 반응을 하지 못했나 급반성하면서 식사준비하는 동안 기다려주는 리틀준이 표시나게 칭찬해주고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한껏 추겨 올려주었습니다
마침 어제 물놀이 덕인지 아침 컨디션도 좋고 자고 일어나 저한테 오는데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입니다. 이마에는 어제의 흔적을 달고... 근데 미소가득한 얼굴로 '이제 곧 밥먹을꺼야 기다려줘서 고마워'라고 한 말이 이 녀석에게는 밥먹자로 들리니 벌떡 일어나 나왔건만 아직 준비 중이니 분노폭발, 숟가락 하나 들고 아무거나 찔러보며 먹으려 합니다.
못하게하니 더 분노폭발, 그 모양새를 바라보는 태균이 표정이 민망하고도 거리의 기인 바라보듯 하는데 기록이 없어 아쉬울 정도입니다. 오늘 장조림에 넣을 삶은 달걀까고 있다가 한참 껍질까지를 놓칩니다.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리틀준이 요새 2%에 흠뻑 빠졌습니다. 탄산음료 너무 좋아하는 완이를 위해 '복숭아맛 2%'로 음료를 바꾸었는데 슴슴하면서 은근한 맛이 물보다는 맛있고 탄산음료보다는 확실히 덜 자극적이라 이 녀석이 딱 원하던 맛이었나봅니다. 완이도 처음에는 딱 거부하더니 살짝 맛보고는 꽤 흡족해합니다.
이 음료가 어찌나 마음에 드는지 이 음료통을 놓치 못하고 오늘 아침에는 생수통에 든 물을 이 음료통에 따랐다가 다시 컵에 부어먹습니다. 근데 들고온 생수통이 물은 다 따라먹고 얼음만 남아있던 것이라 물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걸 부여잡고 낑낑거리며 따르고 있는 폼이 또 웃음나게 합니다.
다른 생수통을 가져다 가득 부어주니 다시 컵에다 부어서 먹고는 흡족한 얼굴. 조금 있다 컵들고 와서는 물달라고 하는데 아직 2%통에는 물이 반이나 남아있습니다. 그걸 상기시켜 주고 따라먹으라 하니 '아 그랬지!'하는 표정... 완이가 손에 음료수들고 어딘가 한바탕 뛰어갔다오면 다 팽개치고 오듯이 아이들의 기억기전은 역시 집중력 게임입니다. 집중력을 논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들~~
비가 내리는 휴일이지만 어디론가 가봐야 되겠습니다. 숟가락 아니면 컵 아니면 플라스틱통, 숟가락은 밥, 컵은 물, 플라스틱은 자극놀이, 쉴 새없이 물마시고 쉴 새없이 화장실가는 다소 기이한 이 패턴은 그나마 밖을 돌아다녀야 벗어날 수 있겠지요.
아토피때문에 저보고 한약과 더불어 물을 많이 주라고 주문하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제가 주고말 것도 없이 과하게 마셔대는 물은 그야말로 과하다못해 그냥 매순간의 생활 자체입니다. 물론 한약은 먹이지 않고 지금까지 콜라겐만 1캡슐씩 쭉 먹였더니 한 두달 전부터는 아토피 커녕 긁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너무 어렵게 우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간단명료한 해결법들은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사실 가능하지가 않죠. 이럴까저럴까? 이것때문에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까? 저 사람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등등의 우울증적인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한 간단명료한 해결법들에 대한 불신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이 한의사들 집단 아닐까요? 이걸 읽는 한의사들이 혹시 있다면 엄청 반발하겠지만 제가 보기엔 한의사들 중 일부는 자격증을 악용하여 간단명료한 해결책들을 어렵고 복잡하고 효과는 없지만 장기간 환자로 내 곁에 둘 수 있는 수단의 대상으로 만드는 듯 합니다. 발달장애라는 질환만큼 이걸 만족시켜 줄만한 의료대상도 없기도 하겠지요.
이야기가 옆으로 새기는 했지만 비오는 휴일, 완이는 그래도 뽀로로 보는 재미라도 생겨서 자기만의 의미있는 활동 하나는 건졌습니다. 자기만의 의미있는 사회적 활동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장은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이제 9개월 정도라고 판단되는 리틀준이에게는 물놀이가 가장 적격인데... 날이 이러니 참... 날씨사정은 던져버리고 물놀이한다해도 끝내야할 때 그 때의 전쟁은 또 어쩌누...
첫댓글 리틀 준이와 완이 그리고 두 형아의 발전을 저절로 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