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97297?redirectYN=N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시간이 금방가는 것 같습니다. 지난 개천절날에 장터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시 목요일입니다. 장터를 하는 날은 더욱 빨리갑니다. 차를 타고 이야기를 하고, 어르신들과 만나다보면 20~30분은 금방이지요. 그렇게 하루 30~40여명의 어르신들을 만나고 오는 이동장터입니다. 오늘도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하러 출발해봅니다.
9시 15분,
아침 일찍 어르신들은 마을 내 귀퉁이 한 면의 풀을 메고 계셨습니다. 차가 오는 것을 보고 바로 손을 흔드는 어르신.
"저쪽, 우사 있는데 있지? 거기 댓병 세개만 갖다놔줘. 돈은 내가 줄께."
우사 있는 쪽은 점빵차가 가는 경로가 아니라 오며가며 어르신이 손짓하는지 안하는지를 보고 들어가는 곳입니다.
늘 본다해도 놓치기 쉽상이지요. 어르신은 그걸 아시는지 다른 어르신께 부탁을 해놓으셨던것 같습니다.
그러고 올라가려던 찰나, 바로 윗집 이모님 머리도 안마른채 뛰어나오십니다.
"아휴 놓칠까봐 그렇지~~ 우리 사돈 내 알지? 거기 카스 미니 한 박스 갖다 줘요~" 하십니다.
그러고 올라가는길, 저 멀리 어르신 손짓하십니다. 주문하실것이 많으실 때 부르시는데, 오늘도 그러하신가봅니다. 가는길, 어머님에게 전화 옵니다.
"울집에 콩나물하고 두부좀 갖다놓고 가쇼."
마당에 도착해서 아버님 봬니, 아버님은 본인 드실것 먼저 챙기십니다.
"카스 미니 몇박스 있어? 있는거 다 내려주고... 그리고 이거 커피지? "
"어머님은 조지아 드시는데요?" , "아니 난 레쓰비여. 레쓰비 하나 내려놔줘"
그리고 결제 하시려던 찰나, "아버님 어머님이 콩나물, 두부 놓으라고 했는데요? " , "뭐.. 그럼 하나씩 만 둬. " 하십니다.
우리집의 아버지들, 시큰둥하게 심부름 해주십니다.
9시 35분,
오늘도 문이 닫혀 있는 어르신 집. 다행히 방충망은 열려있습니다. 마당근처에만 가도 티비가 무엇이 틀어져있는지 소리가 다 들립니다. 방충망 넘어 어르신께 다가가니 어르신 침대 위에서 식사하고 계십니다. 국 하나에, 반찬 하나, 그리고 밥.
어르신께서는 옷 챙겨입으시고 나오십니다.
"지난주 왜 안왔어?" 하시는 어르신.
"지난주도 문 두들기고 말했는데, 티비소리가 너무 커서 어르신께서 못들으셨어요." 라고 말씀드리니
"우리집 문은 안잠그는데, 누가 잠그는겨?" 하십니다.
오늘도 잠겨있었는데 말이지요.
지난주에 많이 못사셔서 그런지 오늘은 많이 사십니다. 다시마 1키로, 콩나물, 멸치액, 망고쥬수, 번들과자, 막걸리 ,고등어...
어르신께서 아직까지 스스로 조리하고 식사하실 수 있는 삶을 유지하고 있음이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9시 50분,
오늘은 아랫집 어르신도 함께 계십니다.
일단 불가리스 2줄 갖고 갑니다. 어르신께가서 여쭤보니,
"나도 같이 먹어야지~ 여기 주문할 때 나도 주문해야해~" 하십니다.
뒤에 계시는 어르신, 눈빛으로 메세지 주십니다. '그냥 그려려니 해~'
사고로 인해 인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었던 아랫집 어르신. 저도 이젠 그냥 그려려니 하고 늘 불가리스 2줄을 여유있게 더 챙깁니다.
언젠간 우리동네 대다수의 어르신들이 치매 혹은 인지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운 어르신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그럴 때 우리 점빵은 물건을 어떻게 팔고 드려야할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10시,
어르신댁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그간 약을 하고 잘 관리하신 덕분인듯 싶습니다.
어르신과 잠시 이야기 나누던 사이 옆집 어르신 오십니다.
"나 저번에 일 갈 때 마셨던 음료수 있는감? 그 배 음료수인데, 고거 참 맛나데. 차에 좀 갖고 댕겨"
갈아만든배 음료수를 참으로 드렸었는데, 정말 맛있었나봅니다. 매장에 있는거 확인하고, 어르신께 배달 해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갈려던 찰나, 감 먹으라며 단감 3개 주십니다. 시원한 저온저장고에 있었던 단감입니다. 보기만해도 맛나보입니다.
10시 50분,
오늘도 마을 안쪽에 계신 어르신 걸어나오고 계십니다.
"설탕 하나랑, 참이슬 하나.. 그리고 락스 하나 저 아랫집에 좀 놔줘"
어디가셨는지, 어르신께 부탁하셨나봅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이동장터가 오는날을 알고 종종 이렇게 이웃분들에게 부탁하시곤 합니다.
팔음회관에 총무님은
"우리 회관 누수 공사하는데, 일꾼들 드시라고 캔 커피 한 박스 갖다놔야겠어~ 좀 갖다놔줘~" 하십니다.
회관에 커피 한 박스 두고 출밟합니다.
11시 15분,
나락 수확하는 일이 한창입니다. 잠시 기다리던 찰나 옆집 어르신은 코다리 콩나물 하나 사갑니다.
"오늘도 커피 한 잔 줄까?"
오늘은 늦게 도착한지라 바로 가야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움직이려고 한 순간,
길 끝에 어머님이 손짓하십니다. 읍에 장보러 나가기 어려우니 저희 차에서 두부, 콩나물, 보리차 사십니다.
한창 바쁠때는 이렇게라도 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11시 30분,
골목에서 찬찬히 오시는 어르신. 오늘 장아찌를 담그시는지 간장 하나 고르십니다. 잔돈 500원을 더 내야하는 상황
잔돈 만들기 싫어하시는 것 같아 바로 포인트 처리 해드립니다. 어르신도 좋아라 하십니다. 별거 아니지만, 그간 구매 이력에 따라 쌓인 포인트로 잔돈 처리해드릴 때 어르신들은 더 싸게 산것 같은 기분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11시 45분
콩나물 갖다드리려고 가는 순간 골목에서 어머님 오십니다. 무거운것들을 많이 사십니다.
설탕 3키로, 간장, 락스, 퐁퐁, 콩나물. 한 번에 다 들까 싶다가 안될 것 같아 집까지 갖다드린다고 하니 좋아하십니다.
어르신 댁에도 감나무가 한창입니다.
"그래도, 많이 떨어진거야.. 예년같지가 않아." 하시는 어머님.
인사하고 나옵니다.
13시 45분,
오랜만에 어르신 뵙습니다. 반찬으로 갈 땐 자주 뵀는데, 근 몇달만에 봅니다.
늘 사시던대로 막걸리 3병. 그리고 오늘은 추가로 25도 소주 한 병 더사십니다. 술 담그시려나 봅니다. 어르신댁은 과수 나무가 많고, 동물도 많습니다. 그래서 늘 갈 때마다 풍경이 달라집니다.
13시 50분,
어르신께서 아드님과 한창 나락을 수확중입니다.
손짓을 계속하시며 이야기를 하시지만 기계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습니다. 어르신께 다가가니,
"울 집에 간장 하나 놔두고 가줘~" 하십니다.
"돈은 난중에 줄께~ 싸목싸목 가~~" 하시는 어르신.
80이 훨씬 넘는 나이에도 거뜬히 일하시는 모습이 대단하시다 싶습니다.
14시 10분,
오늘은 어르신 아드님이 안나오십니다. 최근 근 2~3개월동안 컨디션이 안좋아보였는데, 오늘도 술을 드신걸까요.
윗집 이모님만 오셔서 콩나물, 두부 하나 씩 사가십니다. 어르신 집에는 반찬 가방만 조용히 놓고 나옵니다.
14시 20분,
두부 2모 놓으러 가는 길,
어르신 마당에는 대추가 나뉘어 담겨져있습니다. 뭔가 시기가 다른걸까요. 3개로 나눠놓은 어르신의 대추. 나중에 한 번 여쭤봐야겠습니다.
오늘도 3천원, 밥그릇에 놓여져있는 돈 챙겨옵니다.
14시 40분,
어르신 댁에 반찬 가방 2개 갖고갑니다. 오늘도 두유 1박스는 기본.
어르신께서는 퐁퐁과 요플레 갖다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 덕분에 안쪽에 계신 어르신께 밑반찬을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이 신경써주신 덕분에 외진곳에 있는 어르신의 사회적관계가 이어져갑니다. 어르신이 고맙습니다.
15시,
오랜만에 이모님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어르신도 함께 오십니다.
"나 외상되나? 돈 안갖고 왔는데.." 하시는 이모님.
우유 한 통 사시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한 두번 본 사이도 아니고, 집도 아는데, 갖고 가셔요~" 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사이 우리 어르신은 회관에 커피 하나 두신다고 합니다.
"젤 큰놈하나 주쇼"
생각보다 비싼 커피값에 흠칫 놀라지만, 그래도 있어야 한다며 사십니다. 그 사이 우리 젊은 이모님 집에 금방 다녀오셨습니다.
카드 주시며, 결제 해주셨습니다.
떠나려던 찰나 지나가던 승용차 스더니
"레쓰비 한 박스 주쇼." 하십니다.
한개 500원이라고 하니,
"왜이렇게 비싸요? 350원에도 샀는데." 하십니다.
"그럼 싼대 가서 사세요~" 라고 말씀드리니, 웃으시며 "에이~ 그냥 웃자고 하는 얘기지~" 하십니다.
이 비싸다라는 표현.. 이젠 익숙해져야하는데...아니면 싸게 느낄 수 있도록해야하는데, 늘 들을 때마다 적응이 참 안됩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15시 10분,
마을 젤 윗 집에가니 어르신께서 나오십니다.
"울 어르신 오늘은 환타 안사셔요?" 라고 여쭤보니 웃으시며,
"오늘은 사이다, 그리고 두부 한모 주쇼" 하십니다.
늘 환타만 찾으셨던 어르신, 어르신을 위해 환타 한 박스 갖고옵니다. 누군가 환타를 사야합니다. 하지만 살 사람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사야 그 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 단품을 갖고 올순 없기 때문이지요.
15시 20분,
회관에 가니 오늘도 여럿 계시는 어르신들.
"나 지난번에 외상값, 값으려고 왔어. 자 카드!" 하시는 어르신.
지난번 배달기를 잘못갖고가서 결제를 못해드렸었습니다. 또 한 어르신은 술을 한 병 사시려고 하는데,
"아니, 왜 한 병만 사요? 같이 먹어야지?" 하며 옆에 어르신이 그러십니다.
오천원 주시는 어르신,
"어르신 세병 드릴까요?" 라고 웃으며 말씀드리니, 그러라고 하십니다.
두홉짜리 한 병은 어르신들에게 글라스잔 2잔으로 끝나니, 3병은 있어야 6명이 드십니다.
거기에 안주로 두부 한모 추가로 사십니다.
짧은 시간에 술 한 잔 할 수 있고, 대화 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그 여유가 어르신들에겐 '낙' 인가 싶기도 합니다.
15시 40분,
오랜만에 어르신이 손짓하십니다.
"물엿있어요? 큰거." 하시는 어르신. 하나 드리는데 어르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여민동락꺼 안팔아줘." 하십니다.
과거에 안좋았던 경험이 있으셨나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우리와 함께 했던 사람 때문에 안산다는것이었습니다. 직접 하지 않아도, 관련만 있어도 마음이 상하고, 이어지지 않는 우리 어르신들의 마음. 흘리기만해도 그럴 수 있기에, 안좋은 언행은 가능하면 무조건 하지 말아야겠다 싶습니다.
16시 00분,
우리 어르신 한창 콩 수확하기 바쁘십니다. 오늘도 밭에 계시는 어르신.
어르신이 있는곳에 차를 세우고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장아찌간장 그리고 요리당, 햄을 사십니다
할아버님께서 햄을 드시나보다 싶었습니다.
"집에 좀 갖다놓고 와줄텨?" 하시는 어르신.
아직 일이 덜 끝나셨나봅니다. 어르신 말씀듣고 집에 갖다 놓고 오는길, 우리어르신은 해가 떨어져가는 시간에도 계속 밭을 연신 살피고 계셨습니다.
16시 15분,
어르신 댁에 가니 오늘도 회장님과 총무님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마당에 있는 새로운 새끼고양이. 그새 새끼 고양이들이 많이 태어났나봅니다. 곳곳에서 울리는 고양이들.
어르신은 좋아라하시며 현관문 열어놓으라고 하십니다.
"그래야 이리와서 밥먹지~ 나비야~~"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께 지난번 우유값 관련해서 가격을 말씀드리니
"그러면 그냥 팩우유 먹어야겠어~ 1주일이면 괜찮을 것 같아~" 하십니다.
어르신께 알겠다고하며, 팩우유 1리터를 매주 챙기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유제품은 어르신들께 필요한 제품인데 관리와 유통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싶습니다.
오늘도 어르신들께 잘 전달하고 마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