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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사업은 어떻게?
시설에 계신 분들을 상담할 때는 시설 측에서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탈시설을 희망하는 거주인에게 협박(?)과 회유를 일삼기도 한다. 상담하는 활동가들에게 “걔네가 뭘 알겠어요?” “자립이요? 그게 가능해요?” “어휴~ 해볼 수 있으면 해봐요” “사회는 너무 위험해요. 여기가 안전한 곳이죠. 나가면 더 힘들어질 뿐이에요”라며 주저 없이 무능력하다고 말한다. 사람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는 그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들은 무슨 권리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 평가만 일삼는 걸까? 도무지 사람에 대한 예의와 조심스러움이란 보이지 않는다.
진심 어린 걱정인지, 아니면 장애가 심하면 ‘자립’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가졌는지, 여하튼 시설 종사자와 운영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함께 자립을 고민하고 지원해주기는커녕, 기대와 희망에 초를 치기 일쑤였다.
첫 단계인 상담부터 어기적거리니 주거복지사업은 숨을 고르고 고르며 가야 한다. 자기 인생의 선택을 눈앞에 두고 사람이 받는 번뇌와 고통, 힘겨움, 상처, 설렘, 방황 그리고 존재감에 대한 새로운 인식.
새로운 출발에 모두 기쁘게 지지하고 연대하면서 갈 수는 없을까?
나에게 집을 달라!
지난 12월 7일 ‘서울시 탈시설 장애인 주거권 대책’을 촉구하면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었다. 무려 50명이 넘는 휠체어 군단이 참여해서 기자회견인지 집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현안 중의 현안이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 산하 서울복지재단에 ‘장애인전환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면서 탈시설지원정책을 만들었다. 2008년 마로니에의 8인이 한 달 넘게 천막노숙투쟁을 진행하면서, 집을 달라 요구한 후, 시설이 아닌 자립생활을 선택한 이들에게 조금씩 기회를 주고자 마련되었다. 서울시는 아직 공적인 체계 속에 탈시설 지원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산하 출연기관에서 수행하는 탈시설 지원정책은 법, 제도와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사업이 올해 12월에 만료가 되면서, 현재 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내던 17명의 탈시설-자립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제 갈 곳이 없다. 가족관계도, 수중에 가진 돈도 없으니, 서울이란 이 비싼 집값 구조의 도시에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대상자가 서울시 관할 생활시설 거주인으로 한정되어 있어, 서울지역으로 탈시설한 장애인은, 다른 지역 생활시설거주인들은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있는 지원체계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모금회 주거복지사업으로 자립생활을 하는 17명 중 50% 넘게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주거복지사업 당사자들은 ‘서울시탈시설장애인주거권쟁취애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울시에서 체험홈과 자립생활가정의 입주자격을 확대한다면 시설에서 자립생활을 원하는 더 많은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살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추운 겨울, 연말이라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그 여유와 즐거움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거리로 나온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백 마디 설명보다 더 가슴을 후벼 파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님께 바랍니다 >
마음의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 신진수 올림
집이 너무 그립습니다
저는 시설에서 나온 지 벌써 1년 6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시설은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제 미래도 불투명하고, 가족은 없고, 아파도 내 몸 하나 제대로 쉴 곳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집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저는 시설에서 30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와 보니 경제적으로 집값이랑 물가는 하늘을 치솟는데 집 하나 얻을 돈조차 없다는 점이 힘들었습니다. 지금 사는 집도 제가 있던 시설이 관악구로 본적이 되어 있는 까닭에 자립과정으로 관악구청에서 도와집도 제가장 싼 보증금으로 2년 계약으로 사는 중입니다. 그런데 오는 5월 14일이면 이 집도 비워줘야 합니다. 서울시장님 저는 집이 꼭 필요한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한번 돌아봐 주시고 방도를 좀 생각해 주십시오. 이러다가 저 같은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 집단으로 죽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장님께 서투른 글이지만 이렇게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어려움에 부닥친 저와 저희 모두를 봐주시고요. 방도를 꼭 좀 부탁합니다.
“하느님! 오늘도 당신께 매달리는 저희 자녀를 돌아보시고 도와주십시오.” 매일 잠들기 전 이렇게 간절히 요구합니다.
- 김미경 올림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서울시를 바라며
- 송용헌 올림
저희에게 주거 공간을 주세요
저는 중랑구에 사는 김동필입니다.
저는 30년 동안 시설에 살다가 3년 전에 자립하고 싶은데 아는 분도 없고, 집이나 활동 보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생각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2010년 4월에 센터에서 주거복지사업을 알리기 위해 제가 있던 시설에 왔습니다. 다행히 체험 프로그램이 통해 제가 선정 돼서 자립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올해 연말에 끝났을 때 선정된 17명의 주거가 제일 문제입니다.
저희에게 주거 공간을 주세요.
시설 선생님들은 저에게 “시설에 있으면 편하고 따뜻하고 먹을 것을 주고 재워 준다. 여기 있는 게 행복이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저에게 “너는 왜 자립을 하느냐”고 “이게 행복인 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시설에 계시는 선생님이 하는 말이 맞아요. 하지만 제 자유가 없었어요.
저에게 앞으로 주거를 제공해 주시면 제 방도 꾸미고 활동 보조인하고 컴퓨터로 일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