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희는 불사조다>
나는 불사조를 보았다.
어떠한 곤란에 부딪쳐도 좌절하거나 기력을 잃지 않는 사람을 보았다.
문경희 누님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불사조임을 확인하게 된다.
화순에서 태어나 그녀는 남부럽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뇌수막염에 걸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학교도 그만두고 집에서만 살던 그녀는 29살이 되어서 고향집을 떠났다.
장애인 생활시설이었다.
시설에서 23년을 살면서 장애인 야학을 다니며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초중고 검정고시 과정을 3년 만에 마쳤다.
이후 그녀의 꿈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과 탈시설이었다.
가족뿐 아니라 모두가 반대하는 탈시설을 목숨을 걸고 감행했다.
장애인 그룹홈과 자립주택에서 2년여를 살다가 2010년, 54살이 되어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부양의무제 때문에 수급권자가 되지 못해 극심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부양의무 기준이 완화되면서 2016년에 수급자가 되었다.
그녀가 수급자가 된 후 맨 처음 했던 일은 실로암사람들 후원과 다른 장애인 결연이었다.
2019년 6월, 연하곤란 및 심장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다.
14개월 동안 치료를 했으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매월 400만 원이 넘는 간병비는 그녀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녀는 이번에도 요양병원을 가지 않고 비위관(콧줄)과 석션에 필요한 의료기구를 가지고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며 퇴원했다.
그녀는 활동지원 447시간으로 생존이 불가능했다.
광주장애인종합지원센터에서 223시간을 추가 지원해 주었으나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혼자 있어야 했다.
그야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4시간을 견디어 냈다.
2021년 5월, 그녀는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누리던 봄 날은 너무나 짧았다.
작년 말로 만 65세가 되면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아야 했다.
처음에 광주시는 만 65세 도래자에 대한 24시간 지원 사례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다행히 장기요양 100시간, 활동지원 보전급여 300시간, 광주시 추가시간 477시간을 받게 되었다.
그래도 부족한 15시간은 활동지원사 두 분이 기꺼이 자원봉사로 채워주셨다.
문경희, 그녀는 불사조다.
뇌막염으로 장애를 갖게 된 후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고비마다 그녀는 죽음을 선택했지만 보란 듯이 되살아났다.
새로운 길을 열어온 그녀가 있어서 다행이다.
올봄에는 꽃구경을 함께 가서 불사조의 비결을 물어봐야겠다.
(202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