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사랑아, 바닷물이 밀려 들면 순천만 갈대가 뿌리부터 젖지 않더냐 고단한 세상의 어깨를 가만히 어루만져 온전히 치마폭에 쓸어담는 여인의 숨결처럼 먼 바다의 바람을 품고 조용조용 물이 들면 순천만 갈대는 가슴까지 젖지 않더냐 서두르지도 않고 애달아하지도 않으면서 봄바람인 듯 혹은 가을 바람인 듯 이쯤에선 슬픔도 평안하다 하리라 어느 달 높이 솟아오는 밤에는 세상의 소리는 모조리 사라지고 물소리와 갈대 소리만 남아 서로 넘나들 때 사람들은 그 곡조를 사랑이라 하리라 당신의 현을 따라 대금이 울고 대금이 가는 곁에 이어 줄을 고르면 다시 바닷물 찰랑이고 갈대가 울어 사람들은 그 소리를 사랑이라 하리라 우리가 순천만에서 바람을 읽는 동안 갈대는 머리까지 노을에 젖고 순천만 갈대 소리 날개에 묻어 저녁새 아스라이 날아가지 않더냐.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그건 아닙니다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