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에 장이 섰다.
제법 규모가 크다보니까, 골목이란 골목, 공터만 있으면 장돌뱅이들이
꾸역꾸역 그들의 한달 생계를 다양하게 풀어놓는다.
언젠가 마석시장 안에 칼국수를 아주 맛나게 잘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름도 아주 특이하다.
'브라가 칼국수집' 이다.
'블랑카' 도 아니고 '브라가' 란다...
아마 종교적인 지역이나 인물과 관련이 있는것을 보니, 주인장이 무슬림은 아니고
아마 크리스챤인듯 했다.
그러나 맛만 좋으면 종교가, 이름이, 신념이 무슨 상관있으랴..
이 또한 우리의 입과 위를 즐겁게 해주고, 정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 또한
베품이고 기도이고 기쁨일터인데.....
장돌뱅이들이 길게 그리고 골목 깊숙이까지 쳐놓은 천막이 제법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그 긴 천막을 따라 들어가보니 허름한 식당이 눈에 띄었다.
바로 찾던 칼국수집이었다.
요즘엔 칼국수집도 하도 체인점이 많고, 손님의 이목을 끄느라 인테리어도 삐까번쩍하게 꾸미기 때문에
그런것에 익숙해져 있는 내겐, 시골장터라는 선입견에 그래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들어가는 입구부터 웬지 휑했다.
점점 기대 반감.... ㅠㅠ
지인의 말로는 점심시간 때는 앉을 자리도 없다는데, 마침 오후 한나절이 훨씬 지난터라
식당안에는 나를 포함해서 네 테이블밖에 없었다.
흘끔흘끔 일단 눈치로 그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훔쳐보며 첫번째 분석에 들어갔다.
그러나 먹는 모양이 거의 조용하게 어떠한 표정도 없이 먹는일에만 열중하고 있다보니
어떠한 반응도 내 육감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더라... ㅠㅠ
그리고 두번째는 냄새다...
그런데 두 테이블만 열심히 먹고 있고, 휑한 식당안에 칼국수 냄새가 진동할 것도 아니어서
그것도 또한 파악이 되지 않아서 에잉~ 모르겠다 하고 냉수나 들이켰다....
드디어 주문한 칼국수가 나왔다.
엄청 큰 대접에 담긴 양을 보니 벌써 배가 불렀다.
이 집에 특이한것은 쇠고기 고명이다.
보통 칼국수집에서는 쇠고기를 다져서 볶아 면 위에 조금 뿌려주는게 보편적이다.
그런데 여기는 고기를 푸욱 삶아서 결대로 얇게 찢어 갖은 양념에 무쳐내는 것이다.
이북식이었다...
코를 먼저 들이대고 흐음~~~ 하고 맡아보고는 수저로 한숟가락 떠먹어 보았다.
그런데 사골국물로 만들어서 아주 깊은맛에 진국이었다.
예전에 어떤 집은 국물에 분유가루를 넣는다고 했고, 나 또한 맛에는 한 미각 하기 때문에
바로 걸릴텐데, 진짜 사골국물이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맛있는 집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갔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새끼 악마가 호시탐탐 꼬투리를 잡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바로 국물을 이야기 하는 거다.
칼국수는 면발도 중요하지만, 국물에서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골국물이라니 이건 거의 위험한 게임이다...
일단 경제적인 비용이 만만찮고, 그로 인해서 도덕적인 문제도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나의 새끼 악마는 그 점을 노린것이다.
어디 분유국물인지 사골국물인지 걸리기만 해봐라..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주인장한테 항의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혹시나 하는 마음 한켠에 역시나 하는 나의 노파심이 승리했다는 쾌재의 의미였다...
김치는 바로 즉석에서 무쳐주는지 젓갈냄새와 양념냄새가 코에 찡했다.
칼칼하다는 얘기다.
난 개인적으로 젓갈을 많이 넣은 김치를 좋아한다.
아무튼 면을 뜨기전에 국물을 정말 엄청 많이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물론 요즘같은 불경기에 오리지널 한우를 쓴다면 원가도 건지기 어렵겠지만,
어떤 비법을 썼는지 국물에서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집에서 끓여먹는 사골국물만큼이나 진했다...
자, 이제 면발을 감상해보겠다.
얼마전 워커힐 근처 칼국수집에서 그것도 꽤나 규모가 크고 손님이 바글바글대는 식당에서
칼국수를 주문해서 먹은적이 있었다.
그런데, 면을 떠먹고 나서 정말 너무 실망했다.
왜냐하면 겉으로 보기에도 면발이 좀 퉁퉁 불은듯했고, 국물과 면발이 따로 놀고 있었다.
아마 손님이 많이 올것 같으니까, 미리 면을 삶아놓았다가 국물을 부어서 내어놓는것 같았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또다시 똑같은 실망을 되풀이 할까봐 조심히 한 입 먹어보았다.
그런데.. 우와~~~
일단 면발이 노리끼리하게 식욕을 자극하는 색깔이었다.
그렇다고 노란염료를 풀었다는건 절대 아니다..
아마 국물이 면발에 배었기 때문일것이다.
그리고 면발이 얼마나 쫄깃쫄깃하고 찰지는지 몰랐다...
겉절이에 면을 싸서 후루룩 들이켜서 오래도록 입안에서 씹어도 그 쫄깃함이 그칠줄 몰랐다.
그리고 고소함이란....
혼자 먹기엔 남을만큼 양도 많이 담아주어 이 맛있는 칼국수를 남기는것 또한 미련이 남을듯했다.
결국 우격다짐으로 바닥이 보일만큼만 국물을 남기고 모두 먹어치웠다.
먹성좋은 사람이라면 혹은 한 두끼정도 굶은 사람이라면 공기밥 하나 추가해서
면을 건져 먹고 남은 걸죽한 국물에 밥을 말아서 칼칼한 김치를 처억 얹어서
한 입 가득 먹어도 맛있을것 같았다.
아무튼 내가 여지껏 먹어본 칼국수중에 정말 감동하면서 먹기는 여기가 처음이었다.
물론 울산 진하해수욕장을 지나 고리 원자력발전소로 가는 지방도로 좌측편에
'효재 칼국수집' 도 정말 맛있다.
그 집도 주인장이 직접 면을 반죽하고 밀어서 칼로 썰어내어 끌이기 때문에
국물이 아주 걸죽하고 국물 위에 김과 쑥갓잎 그리고 콩가루를 얹어주어서 정말 담백하다.
Anyway~~~
혹시라도 지나가면서 나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이 글을 읽는 나그네가 있다면
한번쯤 꼭 가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브라가 칼국수'
031-594-0037
일요일은 쉰답니다~~~ ^^
첫댓글 칼국수 제가 먹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