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로 한국문화 알리는 푸른 눈의 이방인
드미트라 E. 게이츠 씨
산사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우리 전통문화와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가 인기다. 템플스테이는 한국의 정신문화를 알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체험하고 싶어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외국인들과 말이 통하는 사찰로 잘 알려진 용인 화운사를 찾아간다. 가을 단풍이 물든 절집 앞마당에서 드미트라 E. 게이츠 씨가 주말 체험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왼쪽]용인시 멱조산에 자리한 화운사는 외국인 템플스테이로 인기가 높다.
[오른쪽]템플스테이를 통해 한국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리는 드미트라 E. 게이츠 씨
외국인에게 인기 높은 한국의 템플스테이
2002년 처음 템플스테이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총 31만 명의 외국인들이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것으로 집계된다(한국불교문화사업단, 2014년 기준). 현재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전국의 사찰은 총 215군데에 이른다. 산사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체험객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 때문에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서울 종로 조계사 앞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용인 화운사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화운사 정류장에서 내려 알록달록 가을 단풍이 물든 숲길을 따라 걸으니 기분이 한결 가뿐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주문이 나타나고, 바로 눈앞으로 두 팔을 벌린 멱조산의 품안에 소박하고 아담한 절집 화운사가 들어앉아 있다. 용인 멱조산 화운사는 1938년에 창건돼 올해로 77년 된 비구니 사찰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의 말사로, ‘화운(華雲)’이라는 이름은 ‘부처님이 설법하는 순간 꽃구름이 피어났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멱조산의 품안에 들어앉은 모습이 마치 ‘연꽃 위에 앉은 붓다’의 형상과도 같다 하여 연화좌의 풍수를 자랑한다.
대웅전을 바라보고 길을 따라 걸으니 작은 채마밭과 장독대가 늘어선 절집 풍경이 소담스럽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도량인 만큼 절집은 규모가 크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템플스테이 전용 시설인 템플관 앞에 주말을 맞아 템플스테이를 하러 온 국내외 체험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낙엽길을 따라 천천히 계단을 오르니 대웅전과 요사채, 법당 주변으로 가을이 완연하다.
[왼쪽/오른쪽]화운사는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국내외 체험객에게 인기가 높다. / 화운사 템플스테이 전용 공간인 템플관 [왼쪽]화운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체험객들이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
[오른쪽]화운사 대웅전. 멱조산의 품안에 고즈넉이 자리한 화운사는 소담하고 아름답다
한국문화에 흠뻑 빠진 푸른 눈의 이방인
화운사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상시적으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체험객과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사찰이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템플관 앞에 선 아이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하고, 살짝 긴장한 듯 머뭇거리는 외국인 체험객들의 모습도 보인다. 화운사 템플스테이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가족형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 있고, 외국인들이 언어 소통에 큰 어려움 없이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어 일명 ‘말이 잘 통하는 템플스테이’로 입소문이 나 있다. 지난해까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제불교학교도 운영되었다. 화운사 주지인 선일스님과 외국인 템플스테이 담당 지도사 드미트라 E. 게이츠(Demetra Elaine Gates. 여, 49세) 씨가 모든 프로그램과 일정을 영어로 진행해 소통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종무소 앞마당에서 머뭇거리는 외국인 체험객들을 보고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도 바로 푸른 눈의 외국인 게이츠 씨다. 개량 한복으로 맵시를 낸 그가 영어로 인사하자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외국인 체험객들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게이츠 씨는 한국문화를 한국인보다 더 사랑하는 미국인이다. 1989년에 처음 한국을 찾았다가 한국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 다시 한국을 찾았고,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지금은 아예 한국에 눌러 살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길포드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에 와서 이화여대 한국어 코스를 마쳤고,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행정학을 공부했다. 또 한국에 정착하면서 곧바로 대한영어교육협회(KOREA TESOL)를 창립했고, 몇몇 대학 강단과 교육연구소에서 영어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한국문화를 직접 배우고 알리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해마다 전국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한국문화를 익히고, 2000년 초부터는 우리 전통 연 제작 기술을 직접 배우기 시작해 수많은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왼쪽/오른쪽]화운사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체험객이 많이 찾는다. / 주지스님과 다담을 나누는 어린이 체험객들의 모습 [왼쪽/오른쪽]외국인 체험객을 반갑게 맞이하는 게이츠 씨 /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게이츠 씨는 우리 전통 연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구촌 곳곳에 신비로운 한국문화 알리고파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게이츠 씨는 이제 한국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를 자처한다. 그동안 몸으로 익힌 우리 문화와 템플스테이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는 이곳 용인 화운사에서 외국인을 위한 불교문화체험과 템플스테이를 직접 지도하고 있다.
“한국의 템플스테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독특한 문화입니다. 덕분에 저와 같은 외국인들이 템플스테이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체험객들이 찾아왔습니다. 이들이 언어 소통의 어려움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몫입니다.”
체험객들이 하룻밤 묵을 방에 여장을 풀자 곧바로 오리엔테이션이 이어진다. 게이츠 씨는 예불 등 사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소통에 관점을 둔다. 체험객들에게 합장, 묵언과 차수 등 사찰의 기본 예절을 몸소 보여주고, 좌선과 명상, 발우공양, 연등 만들기, 108배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게이츠 씨의 설명을 듣는 체험객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같은 외국인 입장에서 그의 맞춤형 설명이 쉽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 사찰의 예절 등 프로그램 안내가 끝나자 외국인 체험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경내를 돌아보며 진행되는 도량 안내가 시작되자 외국인 체험객들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게이츠 씨의 걸음을 고요히 따른다. 예불, 명상, 좌선, 소금만다라 등 기본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동안 파란 눈의 외국인 체험객들은 점점 한국문화와 사찰문화를 흥미롭게 이해하기 시작한다.
“템플스테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한 독특한 문화를 경험케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잘 마련되어 있으며, 시설과 운영 시스템도 매우 좋습니다. 저 역시 외국인 입장에서 매우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를 좀더 널리 알리고 싶어 SNS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공감을 통한 소통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게이츠 씨는 현재 세계 여러 나라의 여행자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한편, 한국에 잠시 거주하거나 다니러 온 여행객, 교환학생, 영어 원어민 교사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적극 유치하는 등 우리 전통문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게이츠 씨. 앞으로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더 깊이 공부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지구촌 구석구석에 널리 퍼지길 희망한다.
[왼쪽]외국인 체험객에게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직접 설명하는 게이츠 씨
[오른쪽]자녀를 동반한 외국인 체험객들이 템플스테이를 하며 행복해한다. [왼쪽]소통에 어려움 없이 편안한 템플스테이를 즐기는 외국인 체험객들의 모습
[오른쪽]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소금만다라, 예불, 108배, 숲속포행, 명상 등으로 진행된다.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체험객들과 기념촬영
여행정보
용인 화운사
주소 : 경기 용인시 처인구 동백죽전로대로 111-14
문의 : 031-335-2576
* 주말 체험형과 휴식형 템플스테이 : 성인 기준 1박2일 5만 원, 2박3일 8만 원. 예약 필수.
1.주변 음식점
청목서리태매운갈비찜 : 갈비찜 / 용인시 처인구 지삼로 508 / 031-322-2917
행복한마당 : 한정식 /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중부대로 2065-9 / 031-321-7800
교동두부 : 한정식, 두부 /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양대로 37 / 031-321-3332
2.숙소
한화리조트 용인 :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봉무로153번길 79 / 031-332-1122
베니키아호텔 윈 : 용인시 처인구 신정로 212 / 031-895-5000
동구박펜션 :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두창호수로 245 / 031-334-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