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본 산도라지꽃/최길하
그렁그렁 매달고 불려 키운 눈물처럼
깊은 밤 늙은 암소 쇠방울 별빛처럼
먼 전생 어느 비탈에서 잃어버린 영혼처럼.
(시조공부)
동지섯달에 왠 뜬금 산도자리꽃?
마음엔 겨울에도 봄이 있고 봄에도 가을이 있다
마음은 경계가 없다.
反影이란 소가 달밤에 눈을 지긋이 감고 되새김질하는 것과 같다.
소는 한 채 법당이다. "牛堂!"
시재(詩材)와 시는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
자연의 씨앗들을 보자. 느티나무씨앗 단풍나무씨앗등은 프로펠러 같은 날개에 들어 있다.
송화가루는 바람에 날리게 되 있고, 도꼬마리 도깨비 바늘은 개털에라도 붙어 멀리가려 하고,
콩류는 깎지 속에 알이 익으면 깎지가 비틀리며 용수철 작용을 해 멀리 튕겨보낸다.
시재도 시와 멀리 떠어질 수록 좋다. "하늘 천 하고 땅지" 한다.
멀고 낯설수록 임펙트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시의 댓구법은 이것이 시 그 자체다.
시재인 사물과 동떨어진 엉뚱한 풍경을 끌어오는데
꼭 연결지어져야 한다. .
연결이 되지 않으면 정말로 엉뚱한 말이 되겠지?
시조의 종장은, 내 마음에다 그 상(象)과 상(像)을 伴影하고 反影해야 한다
시조에서 종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다.
그래서 종장은 운율도 變奏된다.
3.4로 곧게 흐르던 것이 3.5로 휘돌아 간다.
가슴을 훑고 가는 것이다.
직(直)을 곡(曲)으로 만드는 것이다.
曲, 종장에 마음의 곡절을 담아내는데, 이런 것이다.
우리 옛 어머니들이 힘겹고 고달픈 인생살이 중얼중얼 푸념을 한다.
부엌에서 불을 때며, 쌀을 일며, 밭을 메고 고추를 따며...
한참 푸념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멜로디가 붙는다. 노래가 된다.
정선아리랑의 탄생이 바로 그런 것이다.
"아리랑"의 뜻 자체가 그런 것이다. (내 주관적 설이긴 하지만...)
한강 두만강을 '아리수'라 한다. '항아리' '마늘짱아리' '병아리'
임산부다. 부설질 듯 애틋하다. 연약하다. 볼록하다.
품고 있는 연약한 그 무엇이 떨리고 밖으로 비치는 것이다.
아-볼록한 것이. 리-흘러내린다. 랑-아지랑이. 물결, 떨림이다.
마음에 품은 사랑이 있으면 밖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은 속일 수 없다고 한다.
"제 누구 있는거 아니야?"
표정에 행동에 드러나고 알게 모르게 비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게 아리랑이라고 본다. (아직까지 아리랑의 나라에서
아리랑에 대한 정설은 못 내리고 있다)
정선 진도 밀양 원곡아리랑 모두 자연발생적인 것도 이를 반증한다.
우리 옛 여인들이 어디 자기말하고 살았는가? 가슴에 품고 살았지.
그래서 여인들의 푸념에서 노래가 된 것이다.
마당놀이 대사를 상놈이 진짜 그렇게 내뱉는다면 곤장맞을 일이다.
"그냥 놀이라니까!" 하며 가슴에 찬 압력을 빼낸다.
종장 3.5의 굽이는 말(푸념)이 노래가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종장은 어떻게 써야하지?
내 마음과 심상에 녹여 초 중장과 하모니를 이루어야 한다.
요약 하자면
초 중장의 직이 종장 곡(굽이)이 되는데
이는 마음에 반영(反影)된 풍경을 그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종장은 글자수만 맞추어서는 안된다.
글자수 律이 3.4로 쭉 같은 길을 가면 쉬운 것을
변형시킨 이유가 바로 마음의 곡절을 담아 휘돌아빠지라는 것이다.
이것이 1자를 더 주어 굽이지게 한 이유다.
종장의 굽이는 꼭 내 가슴을 휘돌아가야 된다.
마지막 句도, 초 중장에서는 3.4를 4.3으로 바꾸어놓은 이유가 있다.
종장의 3.5는 내 가슴에 담아 휘돌고, 4.3-훑어서 빠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조 창에서 마지막 절 4/3의 3은 부르지 않고 생략하는 것이다.
....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하느냐'는 창에서 생략한다.
집을 짓는데 초장 중장은 방을 들이는 것이고
종장은 방에 커다란 창을 내서 借景한다 -산경이 보이고 강물이 보이고 들판이 보이게 하는
것이다. 커다란 창을 내고 밖을 보는 것이다. 멀리 있는 풍광을 가슴의 줌으로 당겨오는 것이다.
이 시조는 "돌아본"이 키워드다.
"아니 도라지꽃이 아니고?" 할 것이다.
이것을 차원이라고 한다.
실제로 수학 물리 화학에서 차원은 올라갈수록 비틀어져 있고 숨어있다.
산길을 가는데 풀벌레소리도 있고 풀들과 꽃들도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연보라색 도라지꽃도 스쳐지나갔다.
지나갔는데 가슴에 잔영이 남아 있는 것이다.
가슴에 쌓인 어떤 잠재의식과 만나 감정의 작용을 일으킨다.
그래서 한참 가다가 돌아보니.....
물리적인 것을 화학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오감(눈 귀 혀 코 피부)의 안테나로 받은 물리적 전기신호를
뇌의 뉴런에서 호르몬 신경계로 화학적 변주를 한 것이다.
시의 차원을 높이려면 눈에 보이는 물리적 풍경이나 사물 현상을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계의 호르몬 작용 화학적 변주를 해야 한다.
"한참을 매달고 불려 키운 눈물처럼"에서
'한참을' - "그렁그렁"으로 바꾸었다.
앉아있는 파리보다 날아다니는 파리에 눈이 먼저간다.
왜?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명사 부사는 "제 죽은거야? 산거야?" 하는데 의성어 의태어는 살아있음 그 자체다.
훈민정음에 개짓는소리, 닭우는 소리, 바람소리 학소리 다 표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살아있는 글쓰기의 표상 같은 것이 의성어(소리 흉내말) 의태어(움직임 흉내말)다.
첫댓글 공부 잘했습니다.
창작법에 대하여 책으로 발간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냥 떠돌며 살만큼 살게 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