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허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여덟 번째 등굣길은 하늘길이다. 공항을 품은 인천의 미래와 꼭 닮은 항공 분야 인재의 산실,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꿈을 향한 날갯짓으로 비상하는 그 길을 황충하 총동문회장(16회 졸업)과 함께 걸었다.
걸출한 산업 인재의 요람
인하대학교와 인하공업전문대학, 든든한 두 선배에게 호위받듯 자리한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는 국내 최초의 항공 분야 특성화 고등학교다. 1958년 중앙종합직업학교로 개교한 이래, 1962년 한독실업학교, 1978년 인하공업고등학교, 1980년 정석항공공업고등학교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땐 한독실업학교였습니다. 독일의 지원을 받은 터라 실습 기자재의 대부분이 독일산이었어요. 철저한 실습 위주의 교육이 이뤄진 데다, 학생들도 다들 손재주가 좋아 책걸상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독실업학교. 1961년 우리 정부는 독일과 경제 및 기술 협조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독일식 우수한 기술 교육이 국내에서 실현됐는데, 그 첫 사례가 인천 한독실업학교였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인천의 성공에 힘입어 부산에도 한독실업학교 개교를 지시했고, 이는 부산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성실의 집’.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교정 한편에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휘호가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파수꾼이 되리라. 10년간 이어진 독일 정부의 든든한 지원 속에 교사 독일 연수, 졸업생 독일 유학, 실습용 기자재 도입, 교사 신축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그리고 이를 등에 업은 걸출한 산업 인재들이 쏟아졌다.
“이틀 동안 책가방 없이 학교를 다닐 정도로 실습 교육이 많았어요. 기술 하나만큼은 제대로 익힐 수 있는 학교였습니다. 세계 기능 올림픽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고, 국내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1980년 2월 황충하 총동문회장 졸업식 때 어머니와 함께
▲정석항공과학고는 지난해 제21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기관 부문 국무총리상과 개인 부문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총동문회 김연근 이사, 황충하 회장, 김종찬 교장, 정신석 교감.
국내 유일 항공 특성화 교육 10년
2011년,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국토해양부 항공 종사자 전문 교육 기관으로 지정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을 품에 안은 인천, 그 안에서 미래 항공 인재가 배출되는 선순환의 시작이었다. 항공 특성화 고등학교의 차별화된 면면은 교정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건물과 이어진 실제 비행기 기체는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1972년 에어버스 인더스트리가 개발한 A300-600R 제트 여객기입니다. 1974년 대한항공이 국내에 도입해 운항하다 퇴역한 기체를 항공 정비 인력 양성을 위해 학교에 무상으로 기부했습니다.”
단순히 이색적인 볼거리에 그칠 일이 아니다.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은 국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실습 무대가 됐다. 실제 학생들은 비행기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며 항공 정비와 관련된 생생한 정보를 얻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세월의 흔적 짙게 밴 C-45 기종도 전시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초기에 미군이 병력 수송기로 사용했던 비행기로, 국내에서는 1948년 대한국민항공사(KNA, Korean National Airlines)가 도입해 여객용으로 운항하기도 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있던 귀한 몸입니다. 졸업 사진 촬영의 필수 코스였죠. 저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수준 높은 기자재와 인프라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니 뿌듯합니다. 항공 분야 특성화 학교로 전환된 지 꼭 10년을 맞이하는 새해에는 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어 대한민국 항공 산업에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2011년 항공 종사자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정된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는 항공 분야에 특화된 교육 인프라와 인력을 통해 지속 성장하고 있다.
미래 항공 산업 강국 인천의 청사진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는 항공정비과, 항공기계과, 항공전자과, 항공전자제어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랫동안 학교에 몸담으며 성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우수한 교사진은 각 학과별로 마련된 실습실에서 현장감 넘치는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 역시 세분화된 전문 교육을 착실히 수행하며 미래 항공 인재의 꿈을 서서히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값진 결실을 맺기도 했다. 제21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기관 부문 국무총리상과 개인 부문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이다. 단번에 이룬 성과가 아니었다. 2015~2016년과 2018~2019년 총 네 번에 걸친 우수 학교 선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도약했다. 2020년도 1팀 1기업 NT 프로젝트 경진대회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수상, 심화 1팀 1기업 프로젝트 공모전 선정 등의 성과도 마찬가지다.
“기술 하나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학교, 그 전통을 후배들이 잘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럽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미래 세계가 원하는 인재는 기술만이 아닌, 기술과 감성이 어우러진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끝없는 하늘처럼 무한한 가능성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그들의 쉼 없는 날갯짓이 인천을 미래 항공 산업 강국으로 인도하고 있다.
▲A300-600R 제트 여객기 내부. 1974년 대한항공이 국내에 도입해 운항하다 퇴역한 기체를 항공 정비 인력 양성을 위해 학교에 무상으로 기부했다.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허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여덟 번째 등굣길은 하늘길이다. 공항을 품은 인천의 미래와 꼭 닮은 항공 분야 인재의 산실,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꿈을 향한 날갯짓으로 비상하는 그 길을 황충하 총동문회장(16회 졸업)과 함께 걸었다.
걸출한 산업 인재의 요람
인하대학교와 인하공업전문대학, 든든한 두 선배에게 호위받듯 자리한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는 국내 최초의 항공 분야 특성화 고등학교다. 1958년 중앙종합직업학교로 개교한 이래, 1962년 한독실업학교, 1978년 인하공업고등학교, 1980년 정석항공공업고등학교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땐 한독실업학교였습니다. 독일의 지원을 받은 터라 실습 기자재의 대부분이 독일산이었어요. 철저한 실습 위주의 교육이 이뤄진 데다, 학생들도 다들 손재주가 좋아 책걸상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독실업학교. 1961년 우리 정부는 독일과 경제 및 기술 협조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독일식 우수한 기술 교육이 국내에서 실현됐는데, 그 첫 사례가 인천 한독실업학교였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인천의 성공에 힘입어 부산에도 한독실업학교 개교를 지시했고, 이는 부산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성실의 집’.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교정 한편에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휘호가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파수꾼이 되리라. 10년간 이어진 독일 정부의 든든한 지원 속에 교사 독일 연수, 졸업생 독일 유학, 실습용 기자재 도입, 교사 신축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그리고 이를 등에 업은 걸출한 산업 인재들이 쏟아졌다.
“이틀 동안 책가방 없이 학교를 다닐 정도로 실습 교육이 많았어요. 기술 하나만큼은 제대로 익힐 수 있는 학교였습니다. 세계 기능 올림픽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고, 국내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1980년 2월 황충하 총동문회장 졸업식 때 어머니와 함께
▲정석항공과학고는 지난해 제21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기관 부문 국무총리상과 개인 부문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총동문회 김연근 이사, 황충하 회장, 김종찬 교장, 정신석 교감.
국내 유일 항공 특성화 교육 10년
2011년,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국토해양부 항공 종사자 전문 교육 기관으로 지정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을 품에 안은 인천, 그 안에서 미래 항공 인재가 배출되는 선순환의 시작이었다. 항공 특성화 고등학교의 차별화된 면면은 교정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건물과 이어진 실제 비행기 기체는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1972년 에어버스 인더스트리가 개발한 A300-600R 제트 여객기입니다. 1974년 대한항공이 국내에 도입해 운항하다 퇴역한 기체를 항공 정비 인력 양성을 위해 학교에 무상으로 기부했습니다.”
단순히 이색적인 볼거리에 그칠 일이 아니다.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은 국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실습 무대가 됐다. 실제 학생들은 비행기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며 항공 정비와 관련된 생생한 정보를 얻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세월의 흔적 짙게 밴 C-45 기종도 전시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초기에 미군이 병력 수송기로 사용했던 비행기로, 국내에서는 1948년 대한국민항공사(KNA, Korean National Airlines)가 도입해 여객용으로 운항하기도 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있던 귀한 몸입니다. 졸업 사진 촬영의 필수 코스였죠. 저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수준 높은 기자재와 인프라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니 뿌듯합니다. 항공 분야 특성화 학교로 전환된 지 꼭 10년을 맞이하는 새해에는 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어 대한민국 항공 산업에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2011년 항공 종사자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정된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는 항공 분야에 특화된 교육 인프라와 인력을 통해 지속 성장하고 있다.
미래 항공 산업 강국 인천의 청사진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는 항공정비과, 항공기계과, 항공전자과, 항공전자제어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랫동안 학교에 몸담으며 성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우수한 교사진은 각 학과별로 마련된 실습실에서 현장감 넘치는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 역시 세분화된 전문 교육을 착실히 수행하며 미래 항공 인재의 꿈을 서서히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값진 결실을 맺기도 했다. 제21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기관 부문 국무총리상과 개인 부문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이다. 단번에 이룬 성과가 아니었다. 2015~2016년과 2018~2019년 총 네 번에 걸친 우수 학교 선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도약했다. 2020년도 1팀 1기업 NT 프로젝트 경진대회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수상, 심화 1팀 1기업 프로젝트 공모전 선정 등의 성과도 마찬가지다.
“기술 하나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학교, 그 전통을 후배들이 잘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럽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미래 세계가 원하는 인재는 기술만이 아닌, 기술과 감성이 어우러진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끝없는 하늘처럼 무한한 가능성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그들의 쉼 없는 날갯짓이 인천을 미래 항공 산업 강국으로 인도하고 있다.
▲A300-600R 제트 여객기 내부. 1974년 대한항공이 국내에 도입해 운항하다 퇴역한 기체를 항공 정비 인력 양성을 위해 학교에 무상으로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