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해파랑길 도전을 여행이라고 부른다.
여기 카페에도 분류에 국내 여행으로 하고 있다.
하기야 '고행(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 항목이 없으니까...ㅎㅎ
하루 7~8시간, 매일 4만보 이상을 걷는 것이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걸으면서 바라보는 동해안은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고 멋진 곳이 있기는 하다.
렌즈를 통해 바다를 바라보는 어느 정도의 즐거움과 감동은 있지만...
허나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니 고행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뭐라고 정의를 해야하는지 모호하다.
이젠 마지막 한 번의, 아니면 두 번의 도전이 남아 있다.
달성하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가 보이는 듯하다.
지금까지 별 탈없이(싸우지 않고?ㅎㅎ)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큰 일을 했다 싶다.ㅎㅎ
◆ 6 일차(궁촌레일바이크역~삼척항) : 20.2km
오늘은 궁촌을 출발해서 맹방해수욕장을 찍고 삼척항까지 걷는 길이다.
아침은 어제 이광춘 옆지기님이 주신 전복죽으로 배를 채우고
카페지기가 아직은 꿈나라에 있을 때 우리는 일찍 출발했다.
날씨는 흐렸으나 비는 내리지 않아서 계속 이런 날씨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맹방까지 오는 길은 찻길을 피해서 농가 가운데를 통과하는 코스인데
축사들이 주변에 많아서 그 많은 냄새를 다 맡고 지나와야했다.
굳이 이 길이 아니더라도 다른 길이 있었는데 여길 선정한 이유가?
아마도 고향의 냄새를 맡고 가라는 뜻일 것이다.ㅎㅎ(좋은 뜻으로 생각하기...ㅎㅎ)
맹방에 들어오기 직전에 홍 회장이 예전에 맛있게 먹었다는 근덕 한정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골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한정식집이었는데 여러가지 반찬들이 맛이 있었다.
도미튀김, 가자미 식혜, 게장 등 맛깔 나는 음식들...
지금도 생각이 난다.ㅎ
맹방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여기가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하여 딱 500km에 도달하는 곳이다.
500km!
참 많이 걸어 왔다.
아직 남은 길이 있지만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홍 회장과 하이파이브를 날렸다.ㅎ
그래서 맹방 해변에서 점프를 안 할 수가 없었다.
500km 주파 기념 점프!ㅎㅎ
힘이 나는 지 다른 때보다 더 높이 뛰었다.
그것도 모래밭에서...
500km는 홍 회장을 날게 한다.ㅎㅎㅎ
여기가 BTS가 앨범 재킷 사진을 담았다는 곳이다.
요즘엔 이들이 대세여서 가는 곳에 이런 기념 조형물이 생긴다.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날리고 최근에는 유엔에서 문 대가리를 위해 연설도 했다.
근데 난 BTS 노래를 하나도 모르는데....ㅎㅎㅎ
해변길을 따라 해국 화단이 잘 조성되어 있다.
직선의 긴 도로가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멀리 삼척항이 보이는 곳에서 잠간 쉬어간다.
근데 홍 회장이 나 몰래 혼자 뭘 먹고 있는 듯...
아니겠지. 아무것도 아닐거야 하고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ㅎㅎㅎㅎ
삼척읍에 들어서는 한제고개 몬뎅이의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한제고개는 한약을 한 재 먹어야 넘을 수 있는 고개일까?ㅎㅎ
바로 코 앞에 삼척항이 내려다 보인다.
이번 여정의 끝이 조금씩 보이는 듯하다.
삼척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의 둑을 따라 걷는다.
여기에 거대한 삼표 시멘트 공장이 있다.
시멘트 분진 가루가 상당이 심하다는데 여기는 괜찮은지 모르겠다.
드디어 삼척의 죽서루에 도착했다.
관동팔경 중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죽서루!
오래전에 죽서루 저 위에서 바라보긴 했지만 강쪽에서 바라보진 못했다.
이번에 그 소원을 풀었다.
하늘만 조금 더 좋았으면 작품이 되었을텐데...ㅎ
홍 회장은 그냥 인증샷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난 뛰어야 했다.
그래야 여기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으니까.ㅎㅎㅎ
뛰는 곳이 마땅치는 않았으나 그래도...
나오면서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다시한번 담아본다.
단풍이 깊어졌을 때 와서 담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죽서루에서 거의 1시간 정도를 더 걸어 오늘 목적지인 삼척항에 도착했다.
항구 근처에 숙소를 잡고 숙소 인근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할머니 한 분이 늦은 시간까지 혼자 일을 하신다.
옆의 다른 식당은 문을 거의 닫았는데....
생선구이를 시켰다.
나는 잘 모르는 생선을 홍 회장이 잘 설명해 주었다.
방어 새끼, 열기, 이면수, 고등어 등 등
오래 전에 묵호항에서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여기 생선구이도 너무 맛있었다.
다음에 묵호에 가면 다시 먹자고 해야겠다.ㅎㅎ
◆ 7 일차(삼척항~ 동해역) : 18.3km
드디어 이번 4차 도전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홍 회장이 창문 커텐을 열더니 '일출이다!'라고 외친다.
이제껏 해파랑길을 걸으면 일출을 한번도 못 본 것같다.
날씨가 흐렸거나 숙소와 해변이 멀어서 등등으로...
비록 수평선과 구름 사이의 작은 틈으로 잠간 비치는 태양이었지만 멋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가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겨우 몇 컷 담았다.
마지막 날이라고 그동한 수고에 대한 보상이었나 보다.ㅎㅎ
아침은 어제 저녁에 봐두었던 식당에서 곰치국을 먹었다.
예전에 동해에서 먹었던 곰치국과 양양에서 먹었던 곰치탕을 비교했지만 여기 곰치국을 따라갈 수 없었다.
너무 맛있어서 국물까지 시원하게 해치웠다.ㅎ
(홍 회장 폰카 이미지)
오늘은 삼척항을 출발해서 추암을 지나 동해역까지 걷는다.
동해역에서 KTX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라서인지 발걸음이 가볍다.ㅎㅎ
(집에 와서는 좀 더 천천히 있다 올걸 했지만...ㅎㅎㅎ)
오늘도 비가 조금씩 뿌린다.
8일 중에서 6일째 비가 내린다.
그러나 걷는데 크게 지장을 주는 비는 아니었다.
삼척항에서 추암에 이르는 해안에는 아직 철조망이 쳐져있다.
경계근무용인지 아니면 해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인지 모호하지만
중간 중간 초소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경계용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는 모델을 두고 담아야 하는데 아무도 없다.ㅎ
멀리 삼척 솔비치가 보인다.
원래는 저기 솔비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자 하였으나 삼척항의 곰치국 때문에...ㅎㅎㅎㅎ
비가 계속 내려서 쉬어갈겸 솔비치 직전의 투썸플레OO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홍 회장은 아메리카노, 나는 격조있게(?) 에스프레소 투샷으로...ㅎㅎㅎ
솔비치를 지나 추암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점프를 했다.
왜?
추암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 때문에...ㅎㅎㅎ
홍 회장의 점프 실력이 이제 거의 완성도에 이르렀다.
더이상 가르칠 게 없다.ㅎㅎㅎ
추암에 들어가는 길목에 민박집에서 홍 회장이 사진을 찍고 안을 들여다 본다.
왜 그러느냐고 하니 10여년 전에 여기 민박집에 묵은 적이 있단다.
아직도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어서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다고 했다.
좋은 기억으로 남은 민박집이었던 듯하다.
나는 솔비치만 기억에 남는데....ㅎㅎㅎ
추암에 도착해서 한 번 더 점프를 해본다.
이번에 4차 도전의 마지막 점프였다.
더이상 지적할 게 없는 완벽한 점프였다.ㅎㅎㅎㅎ
형제 바위와 촛대 바위에서 인증샷을 담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체 동해역으로 향한다.
여기서는 일출경을 담아야 제 맛이 나는 곳인데 날씨도 흐려서 별 감흥이 없다.ㅎㅎ
삼척엔 삼표 시멘트 공장이 동해엔 쌍용양회 시멘트 공장이 있다.
아마도 대북 무역을 위해서 이곳에 건설된 듯하다.
통일이 이루어지거나 남북관계가 원만해지면 활기차 지겠지.
드디어 동해역에 도착했다.
이제야 하늘에 푸른 기운이 돈다.
우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것일까?ㅎㅎ
다시 되돌아 가야하나?하며 조금 원망도 했지만 그래도 큰 무리없이 끝낼 수 있어서 만족한다.
예전에는 청량리역에서 밤 11시 열차를 타면 새벽 4시에 동해역에 도착했다.
밤새 잠도 못자고 도착하면 여기서 택시를 타고 추암으로 가서 일출을 담곤 했는데....
지금은 KTX로 2시간 20분이면 청량리역에 도착한다.
동해에 접근하기가 많이 좋아졌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아마도 엄청 북적거리고 있을 곳이다.
오후 2시 KTX에 몸을 싣고 출발한다.
정동진 방향으로 올라가면서 앞으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미리 본다.
홍 회장이 정동진에서 옥계에까지 갈 동안 졸지 말고 잘 봐두란다.
그러면 본 것으로 걸은 것을 대체한다는 뜻일까?ㅎㅎㅎ
열심히 봤지만 졸린다.ㅎㅎ
아마도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리라.
돌아오는 길에 후포에서부터 걸었던 길을 복기해본다.
몇 일 전의 일이지만 잘 기억이 안나는 곳이 많다.
이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게 다반사인 나이이다.
그래도 매일 매일 걷는 기간동안 써 놨던 일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출발하기 전에 공부하고 하루 하루 일기를 통해 복기하고
또 이렇게 후기를 쓰면서 기억을 해내며 지나간 시간에 대해 감사하며 보람을 느낀다.
이런 길을 함께 걷게 해준 홍 회장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표한다.ㅎㅎ
재미없는 후기를 연짱으로 길게 쓴 나의 못된 버릇이 다시 도진 듯하다.ㅎㅎ
요약능력의 문제인데 그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도 이 카페가 없어지기 전에는 이 글이 남아 있으리라 기대를 하며....
다 봐주신 분들은 앞으로 3년 동안 재수가 있을 것입니다.ㅎ
3년 동안!ㅎㅎㅎ
남은 구간 도전은 10월 25일부터 한 열흘 계획으로 끝을 볼려고 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잘 마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합니다.
중간에 쌈하다가 무산되라고 기원하지 마시고....ㅎㅎㅎㅎ
Ps. 이광춘 라이더는 우리가 끝난 다음날 고성을 찍고 복귀했답니다.ㅎ
첫댓글 대단하시다.
용기와체력,추진력& 멋진글솜씨 리스펙트♡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맹방...삼척...동해...점점 가까이 오고있네요...이제는 날기 직전. ㅋㅋㅋ.
이제는 둥지를 떠날 때가 된 듯합니다.ㅎㅎ
이 두분의 체력과 열정은 무엇으로 단련된 것인가가 굉장히 궁금합니다.
고난의 행군이 아닌 환희의 행군으로 바로 잡아드려요.
거기에 대단한 덕담(?)과 함께 올려주는 사진과 후기의 실력들은 어떻게 살아야 이런 것들이 가능한건지두 넘넘넘 그것이 알고싶다네요ㆍㆍ
짝짝짝입니다 (무한대♡♡♡)
이런 입담이 있는 분이 글을 써야하는데 전 좀 창피합니다.ㅎㅎ
아니,
그리도 날아 뛰더니 이제 자신감이 붙으셨나 ?
댓글 달으라고 협박(?)까지 하고 ?
힘들여서 댓글 달았더니 겨우 3년동안 재수 있으라니요 ?
그대들은 770km를 걷고나면 아마도 앞으로 30년은 재수 있을꺼면서 !
참으로 많이 배우고 느끼게 합니다.
그대는 그 실력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은 반드시 다녀오시고 후기가 필요합니다 !
댓글에 3년이면 후한 것 아닌가요?ㅎㅎㅎ
감사합니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님이 먼저 갔다 오셨으므로 사절...ㅎㅎㅎ
거의 마지막이라고 볼수있는 5차출정은,
10월26일부터 11월5일까지 열하루동안 통일전망대 출입국관리소까지 마무리합니다!
잠깐씩 해파랑길에 참여하실 의향이 있으신 동기생분계시면 세부일정 조율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작가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왕이면 종점을 찍고 오지요.ㅎ
마무리 계획까지
잘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감사! 잘 뛰다 오겠습니다.
참 대단들 하시고 축하합니다.
축하는 아직 이른데요?ㅎㅎ
감사!
지금은 수산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