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직지 콘텐츠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박기준 시인
직지, 날다/ 박기준
그곳에 가면 무수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벌꿀집 찌꺼기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침햇살이 스님 위에 앉아 미소 짓고
마당 쓸던 붓으로 쓴 글씨
밀랍판 위에 붙여 만든 어미자
어미자가 밀랍봉과 미래 약속하며 만든 가지쇠로 놀란흙 부어 굳힌 자리
태양이 쏟아버린 열이 밀랍 녹여 소낙비 같은 쇳물 거푸집 만든다
거북등처럼 마른 거푸집에 용액이 들어간다 쇳물 뒤틀림에 비로소 만들어진 활자
알에서 나와 하나의 세계 깨트린 것처럼
거푸집 부수고 태어난 아기 금속활자
머리에 지혜의 먹물 칠하니
쏟아지는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안개는 사라지고
새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 자리
나무는 바람이 흔드는가 마음이 나무를 흔드는가
게송 속을 걷는 경한스님 목탁 소리 자박자박
거울 속에 있는 모습 지울 수 있을까
밤새워 닦아도 변치 않는 모습
무심으로 화두 품은 지 천년
깨달음만 남은 흥덕사 석가탑, 홀로
땅바닥 기는 애벌레에게 고개 들어
하늘을 보게 하려 끊임없는 자비의 날갯짓
백목련 꽃망울이 터진 흥덕사
느티나무에 앉은 까치는 대웅전 향해
백팔배 하고 초정약수로 떠난다
박기준 시인 프로필
국민일보 신춘문예, 경기 노동 문화 예술제 수상, 한국 디지털 문학상, 근로자 문학제 수필 부문 동상, 2023 직지문화콘텐츠 최우수상, 방송대 국문과, 제3회 한용운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