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 다음 까페에서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까페에서 커리큘럼을 보긴 했는데 궁금한 점들이 있어서 여기로 전화하면 안내해 준다고 해서요"
"아 네. 전화 잘 하셨구요. 라임탱고 위치는 강남역 4번 출구 뒤에 있어서 지하철역과 무척 가깝고요. 혹시 탱고를 전에 한 번 접했거나 다른 춤 경력 있으세요?"
"아니요. 춤은 처음이에요."
"그러시구나, 그러면 입문반 수업을 들으시면 될 것 같아요. 혹시 탱고를 배우시려고 하는 계기는 어떻게 되세요?"
혜옥은 눈동자를 위로 약간 올리며 생각에 잠긴다. 난 왜 탱고를 배우려고 하는 것이지? 한달전에 헤어진 수호 때문일까? 별로 로멘틱한 시작은 아니었던 그와의 첫 교제의 시작은 야유회 행사 진행사의 직원인 그와 일로 만나다가 자연스레 연인으로 발전했다.
서로의 취향은 딱 맞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너무 다르지도 않았고 식습관도 서로 까탈스럽지 않아 피곤하지도 않았다.
1년 8개월 가량의 교제 중 남들 다하는 추억 쌓는다며 돈 쓰고 돌아다녔지만 딱히 설렘이나 뜨거움이 가슴속에 타오른적은 없었으니 그와의 짧은 만남에 외롭다거나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위해 아니면 더이상 그를 생각하지 않으려는 도피 행동 반사에 기인한 즉흥적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녀의 단짝 친구 진영이의 영향 때문에?
진영이는 탱고는 추지 않는다. 그녀는 어릴때부터 힙합을 추다가 관절이 녹았다느니 하면서 블루스를 춘다고 작년부터 호들갑을 떨며 친구들과 주말에 놀다가도 시간 되면 가방 챙겨 도망치던 배신녀이다.
춤이 그렇게 좋은가? 라며 혜옥도 이해할 수 없다고 치부해버린 취미생활이었다.
그런데 난 왜 지금 탱고를, 그것도 약간은 중년의 남녀가 춘다는 평판을 듣는 이 춤에 도전해보려고 하는 것일까?
혜옥의 긴 무응답에 순간 긴장한 주피터는 내가 괜히 너무 많은 걸 물어봤나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독백을 했다.
옆에 있던 디와이가 작은 단추를 주피터에게 건내며 한 마디 했다.
"이걸 누르면 10초 전으로 갈 수 있어요"
주피터는 아무런 의심없이 그냥 단추를 받아들고 눌렀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제서야 주피터는 다와이가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덥썩 단추를 누른 자신에게 슬쩍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 분명 누군가는 '아니, 디와이에게 화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피터는 그런 사람이었다. 모든 일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따르르릉, 따르르릉~
갑자기 전화벨이 울려서 수화기를 집어든다.
"네, 라임탱고 매니저 주피터 입니다."
"안녕하세요. 저 다음 까페에서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까페에 커리큘럼을 보긴 했는데 궁금한 점들이 있어서 여기로 전화하면 안내해 준다고 해서요"
'응? 잠깐만! 이건 아까 왔었던 전화...정말 10초 전으로 간건가?'
정말로 주피터는 10초 전으로 돌아가 똑같은 답을 하고 있었다. 너무 놀란 그는 상담 중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황급히 다시 주으면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싶었다.
"아 네. 환영합니다. 전화 잘 하셨습니다. 라임탱고카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릴게요.
라임탱고카페는 아시아 최대 페스티벌인 서울라임탱고페스티벌 단독 주최자로서 아르헨티나 탱고 메카답게 입문반부터 DJ, 오거나이저, 댄서를 꿈꾸시는 모든 분들에게 유명한 곳입니다. 위치는 강남역 4번 출구 뒤에 있어서 지하철역과 무척 가깝고요.
혹시 탱고를 전에 한 번 접했거나 다른 춤 경력 있으신가요?"
"아니요. 춤은 처음이에요."
"그러시구나, 그러면 입문반 수업을 들으시면 될 것 같아요. 혹시 탱고를 배우시려고 하는 계기가 있으신가요?"
혜옥은 난 왜 이 춤을 도전해보려고 하는 것일까? 까지 생각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주피터의 끊임없는 광고성 멘트에 그만 생각의 늪에서 빠져 나왔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갑자기 답하시려니 힘드시죠? 대신 저희 라임탱고에 대해 간략히 설명 드릴께요. 저희 라임탱고에서는 매달 말 월요일에 무료 탱고 체험 행사를 주최하고 있답니다. 마침 이번달에는 5월 27일(월) 오후 8시 10분에 있는데 시간 되시면 오셔서 탱고를 직접 경험해 보시고, 탱고 공연도 볼 수 있으니 혼자 오시기 뻘쭘하시면 지인분들과 어차피 무료이니 공연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편안한 복장과 마음으로 놀러오세요"
혜옥은 주피터가 알려준 무료 탱고 체험 구글 신청서를 작성하고 순간 뇌리를 스쳐지나간 블루스를 추고 있는 진영이한테 전화를 해서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진영은 무료이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겨 흔쾌히 같이 가겠다고 약속했다.
탱고 무료 체험이 있는 5월 27일 월요일 아침, 혜옥은 가슴속 한켠이 살짝쿵 흔들림을 느꼈다.
'마치 프랑스로 여행 가기 전날의 설레임이 드는 이느낌은 뭘까?'
운명의 만남이 있을 것 같은 이 기분. 출근 후 콩딱거리는 심장을 진정 시키기 바뻐서 였을까? 금방 퇴근 시간이 되어 버렸다.
진영이랑 오후 7시에 만나기로 한 강남역 4번 출구 앞에 먼저 도착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진영이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출구로 다가갔다.
20대 후반, 오마이걸의 승희를 닮은 진영, 스카이캐슬 김보라 닮은 혜옥의 만남에 지나가던 이들은 하나 같이 진영, 혜옥에게로 시선이 머물렀다. 주변 시선에 이미 익숙한 그녀들은 아랑곳하지 많고 서로 반가운 마음에 와락 부등켜 안기 바빴다.
진영과 혜옥은 무료 체험 갔는데 20대는 우리 2명 뿐이고 다 4050 아냐? 웃으면서 애써 뭔지 모를 설레이는 기분으로 두 손을 꼬옥 잡고 라임탱고카페로 들어갔다.
두보와 초코여신 원장쌤의 체험 수업은 언제 시간이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어진 라임탱고 강사님들의 탱고 공연 2곡이 시작되었다.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 알파치노 주연의 영화인 여인의 향기 주제곡에 맞춰서 춤추는 댄서들의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주피터 매니저의 라임탱고카페 소개 및 입문반 수강 안내를 듣고 둘은 수강 신청서를 작성했다.
오늘은 입문반 첫 수업이 있는 날이다. 라임탱고는 2번째 방문이기에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강습실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처음보아서 어색함이 감돌았다. 입문반 선생님들과 도우미분들이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위해 살갑게 대해 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빨리 친해지자는 의미로 모두 함께 근처에서 간단히 맥주 한 잔씩 마시러 나갔다. 12명 정도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맥주가 나오고 모두 한 잔씩 쭉 들이켜 마셨다.
"하아~달고 시원하다" 혜옥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남자가 싱긋 웃어보이며 또 한번 혜옥의 잔에 그의 잔을 갖다가 대었다. 팅~하는 얇고 선명한 소리가 혜옥의 귀를 간지럽혔다.
남자는 새하얀 치아를 보이며 그녀에게 장난스레 웃음을 건넸다.
혜옥은 그런 그의 모습에 가슴 속 한켠이 간질거렸다.
'어! 머지? 이러면 안되는데'하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리고는 이내 이 감정을 떨치려 상상했다. 남자는 곧 고양이가 되었다. 밥상위의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에게 때찌때찌맴메를 해주었다.
"눈을 질끈 감고 모하세요?" 남자는 혜옥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눈을 뜬 혜옥은 눈을 부릅뜨고서는 "도둑 고양이를 혼내주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다소 엉뚱한 그녀의 말에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름이나 사용하는 닉네임이 뭐에요?" 남자는 짐짓 궁금하다는 표정을 하며 안주를 들어 작게 입술을 벌려 쏙하고 넣었다.
적당히 붉은 입술과 선명한 선을 따라 매끈한 턱라인이 혜옥의 눈에 들어왔다.
혜옥은 자신의 시선을 들키지 않으려 무심한 눈동자를 만들며 "그 쪽 먼저 얘기해야하지 않을까요?" 했다.
남자는 피식하고 웃으면서 "제가 실례를 했네요. 저는 명태라고 합니다. 자, 그쪽은 어떻게 되세요?"
남자는 다시 하얀 치아를 들어내고 웃으며 "사실 이름이 닉이고 닉이 이름이에요. 나름 이름에 대한 컴플렉스를 떨쳐내려했던 고심의 흔적이랄까?"
남자는 자신의 이름 때문에 어릴적부터 별명이 대구 명태라고 놀림 받던 얘기며 한동안은 그래서 대구 명태 생선은 싫어 했었다는 고백과 자신이 매번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싫어서 어떻게 하면 극복할까 고심하다가 차라리 받아들이고 사용하자고 마음 먹었다는 히스토리들을 조곤 조곤 얘기해 주었다.
"그래서 대구, 명태, 황태 생선들도 좋아하고요. 닉네임도 명태로 사용하고 있어요".
혜옥은 긍정적인 그의 마음가짐이 좋다고 생각했다.
"듣고 보니 잘 어울리는데요. 게다가 명태는 한국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생선이잖아요. 명태 님도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웃는 모습이 밝아서 좋네요"
"하하, 그렇게 말해 주시니깐 너무 좋은데요! 우리 그럼 짠 한번 더 하시죠"
명태와 혜옥은 급격히 친밀감을 느꼈다. 건너편 남자들 사이에 앉아서 폭풍 수다를 떨던 진영은 둘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술잔을 집어 천천히 들어 마시며 명태를 바라보았다.
뒷풀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혜옥은 탱고가 레드 와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와인은 혀끝에서 갑작스럽고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한 호흡 돌리고 나면 부드러움과 고급스러움을 보이며 화려해진다.
탱고 또한 오랜시간 숙성되면 깊이를 더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다니...' 아직도 잘 이해할 수는 없다. 처음보는 상대의 미세한 움직임에 내가 이렇게 집중해 본적이 있었을까? 나는 수호의 미세한 마음에 집중해 본적이 있었을까? 우리는 서로의 미세한 마음의 변화에 집중해 본적이 있었을까? 혜옥은 또다시 생각의 늪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밀어 올리며 '에잇...모두가 스스로의 감정에만 집중해서 사는 세상이다. 우리의 공감이 실체였는지 허구였는지도 모르는 거야' 라고 억지를 부리며 혜옥은 급히 생각을 떨쳐 내었다.
맥주 한잔에 살짝 달아오른 손과 발. 음~ 좋아하는 탱고의 선율, 왠지 모르게 들뜬 마음,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던 나의 생소함. 낮선 남자의 새하얀 치아와 장난스런 웃음 그리고 마음속 차오르는 공감. 왠지 복잡해지는 밤이네.
혜옥은 집으로 향하는 택시안에서 자꾸만 벗겨지던 슬리퍼를 생각했다.
'탱고를 계속할까? 신발을 사야하나?
족저근막염을 달고 사는 내가...하이힐을 신고 춤을 출수는 있는걸까?'
다음날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정형외과를 찾은 혜옥은 자신의 병이 족저근막염이 아닌 지간신경종이며 수술해도 완치가 되지 않은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네? 뭐라구요?"
그러나 충격도 잠시, 조심스레 춤 얘기를 꺼내보자. 춤같은 소리 하고 있다는 듯 썩소를 날리는 의사. 탱고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사라졌다.
비탄에 허우적거리는 몸뚱이를 이끌고 병원을 나서던 혜옥은 원망하듯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노을 진 하늘 위로 떠오르는 비행기가 그녀의 시선이 따갑다는 듯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이때, 버스비를 빌려달라며 다가온 허름한 행색의 할머니.
멘탈 털린 혜옥은 주머니까지 털렸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전단지 한 장을 건네주는데, 이 쓰레기는 뭐냐 싶은 혜옥은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아 펼쳐보는데 ‘발이 편해야 삶이 편하다! [Bal편한] 편하니 원장이 직접 개발한 신개념 깔창!
이제 여러분의 인생도 변할 수 있습니다. Change your life!’
의사도 못 고치는 걸 깔창 따위가 어떻게 고친다는 건지 혜옥은 어이가 없었다.
이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친구 진영에게서 온 톡이다. 정모 올 거지?
정모는 무슨 영원히 탱고를 못 추게 될 수도 있는 마당에 입을 삐죽 내밀며 겨우 하루 수업 받고 무슨 정모냐며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는데 버스 라디오에서 탱고 선율이 흘러 나왔다.
순간, 탱고 수업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혜옥은 다시 전단지를 들여다보았다.
어느 탱고 바.
탱고를 추고 있는 남녀들. 테이블에 앉은 진영이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뒤늦게 도착한 혜옥이 진영을 발견하고는 다가간다.
안 올 것처럼 굴더니 이럴 줄 알았다며 반기는 진영.
혜옥은 충격적인 자신의 발 상태에 대해 말해주려고 하는데 그들에게 다가오는 땅게로, 진영에게 춤을 청하고 진영은 나중에 얘기하자며 땅게로와 플로어로 나간다.
씁쓸하게 앉아 사람들을 보고만 있는 혜옥.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한 남자. 혜옥은 그와 함께 춤을 춘다.
분명 자신은 초보인데 뛰어난 파트너의 리드 탓인지 혜옥은 모두가 감탄할 정도로 멋있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러나 황홀함도 잠시, 오초를 하다 갑자기 발에 통증이 오며 휘청거렸다.
으아악! 혜옥은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놀란 사람들이 모여들며 안부를 물었다.
"괜찮아요?"
남자의 목소리에 조심스레 눈을 떴다.
쓰러진 그녀의 시선으로 사람들의 발이 보이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내가 꽉 잡으라고 했는데"
사람들 틈을 헤치고 나오며 버스 기사가 한마디 했다.
'뭐지?' 혜옥은 주변을 살펴보고서는 탱고 바가 아닌 버스 안이라는 것을 알았다.
버스가 급히 커브를 돌아서 버스기사가 다급하게 승객들에게 손잡이를 꼭 잡으라고 했으나 졸던 혜옥은 이를 듣지 못하고 커브와 함께 의자에 앉은 채로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바닥으로 떨어진 고통보다 창피함에 더 고통스런 혜옥은 질끈 눈을 감고서는
"죄송합니다"
하고 외치며 열린 문으로 잽싸게 버스를 탈출했다.
"아가씨, 그냥 그대로 가면 안돼. 나중에 아프다고 찾아오면 곤란하다고" 버스기사가 쫒아 내려왔다.
"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헬스해서 근육 많아요"
창피한 그녀는 당황하여 대충 둘러대고 전력 질주로 횡단보도로 달려갔다.
버스 안, 웅성이는 사람들 사이로 혜옥이 떨어트린 전단지로 한 남자가 다가와 종이를 주어들었다. 탱고 수업 때 만난 명태였다. 재빨리 혜옥을 뒤따라나가며 저기요하고 불러보지만 어느새 혜옥은 건너편에 다다랐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명태는 피식하고 웃었다.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져나갔다.
상당히 긴장한 혜옥은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적 충동의 탓인지, 버스에서 내리고도 50m를 더 뛰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꾸었던 꿈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그 통증이 느껴지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야!"
혜옥은 그 자리에 앉아 커다란 고통을 발산하고 있는 자신의 발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평소 때와는 달리 조금 부어있는 그 발을 보며 점점 생각이 많아지고 있었다.
체험시간의 좋았던 그 기억과 탱고를 하고 싶다는 마음. 그러나 이전까지는 몰랐던 좀 더 심각한 자신의 현실(지간신경종)이 이에 맞부딪히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발이 조금 괜찮아진 혜옥은 다시 일어서 집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2
며칠 후, 탱고 입문반의 두번째 시간이다.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해주는 훌륭한 회사에 다니는 진영은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칼퇴근을 하고 수업 시작하기 1시간 전에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저녁 때가 되면 스튜디오가 당연히 열려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잠긴 문 너머로 보이는 어둠을 응시한 채, 우두커니 멈춰서고 말았다.
'뭘 해야하지? 스튜디오는 수업이 시작할 때가 되어야 문이 열리는 건가?'
아무에게도 이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던 진영은 머리 속이 우왕좌왕 했다.
'아, 맞다! 우리 단체 카톡방이 만들어졌었지.'
카톡방을 확인한 그녀는 스튜디오의 문이 보통 7시에 열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20분 동안 뭘 할까 고민하던 진영은 어차피 시작 시간까지는 1시간이나 남았으니 와인바에 들려 '오늘도 넌 변함없이 예뻐' 한 잔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발걸음을 옮기는데 주피터가 스튜디오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주피터님! 제가 너무 일찍 온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원래 7시에 문을 여는데 오늘은 저도 일찍 도착해서 지금 스튜디오를 열려고 합니다."
주피터와 진영은 함께 탱고바로 들어갔다. 넓은 공간에 단 둘 뿐이다. 뭘 해야할지 몰라 푹신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진영에게 주피터는 단추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뭔지 아세요?"
"뭐에요?"
"시간을 되돌리는 단추에요."
진영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상한 농담을 하는 주피터가 이상했다. 그리고 다시 주피터가 말했다.
"여기서 탱고를 배우는 디와이라는 분이 저한테 주신 단추인데요. 저번에 한 번 눌렀더니 10초 전으로 돌아갔어요. 못 믿으시면 한 번 눌러보세요."
진영은 거절하기도 그렇고해서 그 단추를 눌러버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영은 너님 지금 나랑 장난하는 눈빛으로 주피터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다음 순간 눈을 깜빡인 진영은 다른 장소에 와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분명히 탱고바에 있었는데...'
어딘가 익숙한 거리 풍경.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몰려왔다. 진영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자신의 위치를 GPS로 확인하려고 지도앱을 클릭했다. 그런데 인터넷 속도가 매우 느렸다.
얼리어답터로서 5G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개통하였는데, 정작 이런 순간에 그 폰은 3G로 연결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답답했다.
계속 폰을 만지는 진영의 눈 앞에 비치는 화면의 한 구석에는 한 순간 2009라는 숫자가 띄워져 있었다.
첫댓글 와우 이제 책으로 나오는건가요 ㅎㅎ
라임 탱고 카페를 주제로 한 소설을 읽게 되다니 기분이 이상해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
헐. 땅고계 최초.... 재밌겠어요~
ㅎㅎ 넘 재밌어요~
다음 이야기 완전 기대돼요~^^
라임에 글쟁이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ㅎㅎ
준오님~ 손수 정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2부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