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 삶의 정상에 오르다
암환우들의 한라산 도전기
-방송 2010년 1월 2일 (일) 밤 10시 25분 KBS 2TV
-CP : 박복용
-PD : 정승우
-글, 구성 : 박미연
-내래이션 : 유열
바쁜 일상에 쫓겨 늘 앞만 보며 달려가는 우리들. 먹고, 일하고, 잠자고 이렇게 당연하고 평범한 하루가 이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깨달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암이라는 병을 극복하고자 모인 암환우들로 구성된 “길동무” 회원들. 삶의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한 그들의 특별한 도전이 시작된다.
■ 즐거운 암환우들의 모임 “길동무”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암 시민연대 사무실. 조심스럽게 찾아간 그 곳에서 우리는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즐겁고 명랑한 모습의 길동무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길동무‘란 암환우들이 만든 자생적 오프라인 모임으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두 번씩 건강을 위한 정기적 산행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오늘 모임은 한 해 동안 가져왔던 정기산행의 마무리 단계로, 그동안 정기 산행으로 길러온 체력을 테스트하고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는 2010년 마지막 산행을 위한 것이다. 이번에 그들이 목표로 잡은 곳은 바로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 정상인들도 오르기 어렵다는 겨울 한라산을 그들은 과연 무사히 오를 수 있을까?
■ 드디어 시작된 도전
3년째 유방암 투병중인 고미경(57)씨, 위암으로 위를 절제한 김정호(52)씨 등 암환우 15명과 그들을 따라나선 가족들, 자원봉사자 4명이 드디어 한라산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1950m의 만만치 않은 높이를 자랑하는 한라산. 점점 험해지는 산세에 사람들은 가쁜 숨을 몰아쉰다.
길동무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왕언니로 불리는 이숙자(68)씨. 위암으로 7년째 투병중인 그녀는 지난 한라산 도전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심기일전해 다시 한 번 도전한다는 그녀에게 68세라는 나이도, 위암이라는 병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번에 처음 길동무 산행에 참가한 이현숙(51)씨. 유방암으로 가슴을 잃고 재건 수술을 받은 지 6일밖에 되지 않아 옷 속에 혈액주머니를 차고 있는 상태다. 아직 채 아물지 않은 몸으로 도전하는 산행이기에 걱정이 앞서지만 이번 산행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올해 췌장암 판정을 받은 안경호(58)씨. 암에 걸리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위한 여행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안경호씨는 건강할 때 아내와 함께 그 흔한 국내여행 한번 다녀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한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를 이번 산행. 챙겨야 하는 약이 상자 가득이지만 이번 산행에서 꼭 정상에 올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 내 인생의 쉼표가 되어준 암
끝없이 계속되는 오르막.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이경순(52)씨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이렇게 산을 오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암이라는 병이 준 인생의 내리막 길. 여유 없이 앞만 보고 살았던 지난 날이 후회스럽다는 이경순씨는 현재 유방암으로 3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는 그 무엇보다 자신을 1순위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그녀. 그녀는 암으로 얻게 된 두 번째 삶을 만끽하며 다시 한번 인생의 오르막길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유방암으로 길동무 회원이 된 이현숙씨 또한 암에 걸린 후로 인생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말한다. 정상만 바라보며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날. 암으로 인해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는 이현숙씨. 그녀에게 암은 인생이라는 큰 산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가 되었다.
■ 최고의 항암제, 가족
이번 산행에 어머니 송영숙(52)씨와 함께 온 아들 이건용(24)씨. 어느덧 훌쩍 큰 아들은 송영숙씨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었다. 그동안 어머니가 혼자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는 건용씨는 어머니와 함께 산에 오를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감사하다.
아내 우종임(54)씨의 짐을 대신 짊어지고 올라가는 남편 정규선(58)씨. 항암 치료로 머리가 빠지는 아내를 보며 정규선씨는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 여행 내내 아내의 곁에서 무릎을 주물러주는 정규선씨.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함께 해온 부부. 서로가 함께였기에 부부는 암이라는 가파른 언덕을 잘 넘을 수 있었다.
■ 나를 오르다
점점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왕언니 이숙자(68)씨. 아직 수술 자리가 채 아물지 않은 이현숙씨. 산행의 마지막 고비인 진달래 대피소에서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km 남짓. 다들 힘들지만 서로의 짐을 나눠들고 손을 끌어주며 함께 정상을 향해 오르기로 했다.
암이라는 고통을 함께 나눈 동지로서 그 외롭고 힘든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서로에게 항상 큰 힘이 된다는 길동무 회원들. 더디 가도 함께 가는 것이 목적이기에 오늘도 서로를 보듬으며 암이라는 산을 함께 오르고 있는 그들. 과연 그들은 암을 딛고 한라산 등반을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 2011년 새해를 앞두고 그들은 정상에서 어떤 희망을 품게 될까?
첫댓글 꼭 봐야할낀데 어머 주일이네요. TV 다시보기함에서 볼수 있을런지...길동님 새해복많이 받으시고 새해엔 암사랑 길동무들이 더 많이 건강해질수있도록 산행도 많이 하고 좋은 프로그램 많이 만들어줘용...
네.
저녁 10시25분이니까 충분히 보실 수 있을겁니다.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방송보고 감동받았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서 회원가입을 했지요. 자주 카페에 들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