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본문이해(한국여신학자협의회. 『새롭게 읽는 성서의 여성들』참조) (사래가 아브람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나에게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하시니 당신은 나의 여종과 동침하십시오. 하갈의 몸을 빌려서 집안의 대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브람은 사래의 말을 따랐다. 2절)
▶성서 비틀어보기-성서를 읽어나가는 일에 있어서 독자의 사회문화적인, 인종적인, 정치적 성향, 경제적인 배경은 본문을 읽어 나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본문은 하갈의 시선으로 읽어나가도록 한다.
▶고대사회의 분위기-고대사회에서 여성에게 불임으로 인한 부담은 커다란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이스라엘은 일찍이 엄격한 가부장제로서 남성이 삶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사회였다. 그리고 이러한 권한은 아들에게로 승계되는데 사래는 이러한 사회구조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여성이었다. 이에 오래도록 고통을 받아온 사래는 자신의 몸종(maidservant)인 하갈을 아브람에게 첩(concubine)으로 들여보내서 자식을 얻고자 한다.
2.약자의 주변화(유연희.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참조)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아이를 낳지 못하였다. 1절) 본문의 화자話者는 본문에서 여성을 주변화(marginalization)시키고 있다.
▶여성의 주변화–고대사회에서 여성의 불임은 사회에서 추방을 당하기도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21장에 나타나는 하갈과 이스마엘의 이야기에서도 도망나온 하갈은 목을 놓아 울음을 우는데 화자는 “하나님이 그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들으셨다”(창20:17)고 기록함으로 하갈을 주변화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독자들의 시선–하갈은 민족, 계급, 성이라는 세 가지 삶의 자리에서 주류세력에 편입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억압과 압제를 당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3.하갈이 경험한 하나님(사래가 하갈을 학대하니 하갈이 사래 앞에서 도망하였다. 6b)
▶삶의 자리를 모색하다-하갈이 사래에게서 도망하는 것은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위하여 꾸준히 삶의 자리를 모색하는 성찰적인 모습으로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자리로서의 하나님-하나님은 하갈이라는 이집트여인이고 주류세력의 도구로 살았던 보잘 것 없는 여인에게도 은총을 베풀어주시는 분이시다.
▶약한 자의 하나님–하갈의 이야기는 선택받은 민족인 유대인뿐만이 아니라 주류세력에게 견제를 받는 약한 자들에게도 은총을 베풀어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한다.
▶ 마태복음20장의 포도원주인의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볼프강 스테게만 외. 『작은 자들의 하나님』참조)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내가 후하기 때문에, 그것이 당신 눈에 거슬리오?” 마태20:15b
☞하나님은 약한 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는 분이시다. 고단한 일과 때문에 신음하는 백성들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그리스도인은 삶의 고단함 앞에서 낙심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묵상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