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의 평행선 만남, 달의 계곡 여행

[여행자]

춘천 '달아실'에 도착했다. 2021년 봄에 처음 방문했으나, 박물관 휴관으로 '달아실' 박물관 앞 '그림같은 빵집'에서 아쉬움을 달랬던 곳이다. 7월의 더운 여름 . 얼마전까지 한국의 현대 조각가 권진규 미술관이 함께 했던 곳인데 지금은만화, 피규어 등과 함께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입구로 가는 길에 얼굴을 감싸 쥔 괴로운 듯한 사람의 동상이 보였다. 뭉크 작 <절규>의 베리에이션이다^^ 

'달아실'은 영어로 'Moon valley'이다. 말 그대로 달의 계곡인데, '달빛이 흐르는 골짜기'라고 한다. 

'달아실미술관'이 위치한 장소이다. 사진에서처럼 산 속에 자리하고 있다. '옥산가'라고 부르는데, 이곳에 옥광산이 있었다. 아마도 '옥'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여 동 장소에 복합단지를 조성한 것이 아닐까 한다. 미술관 이외에 한식당, 빵집, 옥광산찜질방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현재 2021년 7월 기준, 코로나로 문을 연 곳이 박물관과 빵집 두 군데 뿐이다. 찜질방은 구경만 잠시 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되어 있어, 달아실 박술관 관람 후에 방문했다. 

건물 안팎으로 장난감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어린아이들의 장난감 수준이 아니다. 아우디 폐자동차로 만든 로보트가 박물관 앞에서 방문객을 내려다 보고 있다. 

목각 채색의 로보트 태권브이와 정문 입구 앞의 요가하는 고양이 동상을 지나 매표소에 도착했다. 

본래 성인 1인당 10,000원이라고 써 있는데, 방문한 날에는 8,000원이었고 1,000원을 더 지불하면 옥광산 체험장을 방문할 수 있다고 하여 총 일인당 9,000원을 지불했다.

맨 꼭대기 층부터 관람하고 1층씩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구경하라는 가이드에 따라 4층에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정면에 어벤져스팀이 우리를 맞이했다. 오른쪽 형광등 복도 끝에는 터미네이터가 있었다. 

어렸을 때 터미네이터를 처음 보고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난다. 물론 터미네이터 세대이면 나이 지긋함을 증명하는 것이겠다만, 요즘 타임슬립 소재의 드라마와 영화들이 판을 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파괴되어 암울한 미래 소재의 영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였다. 

한 지인으로부터 어린이들 장난감 박물관만이 아니라는 코멘트를 듣고 방문했는데, 역시 와 보니 돈이 꽤 들었을 법하다. 하긴 요즘은 값비싼 피규어를 모으는 성인 수집가들이 꽤 있기는 하다. 

사실상 겨의 백년전부터 인간들의 오만함과 환경파괴와 탐욕으로 인한 인류의 멸망 스토리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인간은 파괴본능과 더불어 창작본능도 동시에 겸비하고 있다고 하긴 하는데...

지금까지 등장한 로보트들이 이렇게 다양했나 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하나쯤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기는 할 것이다. 동 박물관 주인이 좋아하는 것은 확실하게 철인 28이다. 그 이유는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드디어 최고의 인기맨 아이언맨이다. 전시장 한 가운데 떡하니 자리한 사람보다 훨씬 큰 규모의 아이언맨 피규어 가격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2019년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한국에서만 거의 1,400만 관객이 관람한 기록을 봤다. 우리는 언제나 히어로를 원한다. 아마도 자기 자신이 히어로가 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리라.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등의 피규어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비싼 방 건너편은 '월곡 문방구'라는 또 다른 세계이다. 

말에 올라탄 로보트태권브이와 더불어 과거 캐릭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요즘은 없겠지만, 중년층 어린 시절 어느 집에나 하나씩은 있었을 법한 못난이 인형 시리즈이다. 이곳에는 색바랜 장난감 박스들이 즐비하다. 수십년간 보존해 온 중년 수집가의 노력 덕분이렸다.

복도에 우뚝 서 있는 성인 키 높이의 '철인28'이다. 요즘처럼 정교하지 않은 다소 투박하고 심플한 깡통인형인데, 동 박물관을 통틀어 철인 28 모형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애니메이션에 일가견이 있는 동행인 왈, 박물관 관계자는 결단코 일본 캐릭터 철인28 애호가라고 단언했다. 참고로 1956년 처음 등장한 캐릭터이다. 65세이다^^

박물관은 아래 가운데 뒤쪽에 투명한 유리문의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오른쪽과 왼쪽으로 2개의 큰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 사진 왼쪽 목각 채색 인형도 철인28호이다. 

원피스(One piece)이다. 사실상 과거 애니메이션은 일본이 독보적이었다. 실제 사람이 아닌 만화가 그토록 번성했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상황과 연계하여 설명하는 부분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다소 조악한 광고로 보이는 '점보 머신더'이다. 이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과거의 것을 변형시켜나가는 것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짜깁기를 잘 하는 사람이 능력자라는 것이다. 

엄철나게 많은 버젼들의 로보트들이 등장하는데, 맥락은 모두 유사하다. 현대는 경험주의 시대이다. 절대불변의 실재론은 물건너갔다. 그래서 자기는 독창적이라고 박박 우겨도 그것조차 무의식간에 자기도 모르게 어렸을 때부터 축적되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외계인의 모습도 인간과 완전히 다른 형상이 나온 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징그러워도 어쨎든 인간 혹은 동물 형상과 완전히 다른 포맷은 없지 않은가. 자기가 본 것, 자기가 직간접적으로 접한 것의 범주를 그렇게도 벗어나기 힘들다ㅠㅠ

1952년 처음 등장한 아톰, Atom이다. 어렸을 때는 영어 단어의 뜻은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북한 캐릭터도 한 켠에 마련되어 있다. 북한 군인 아저씨 인상이 선해 보인다^^

'철인28' 이 또 다시 등장했다.

위의 철인28호와 요즘 아래와 같은 피규어와 비교하면 그 정교함에 상대가 안 되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어떤 것을 좋아하면 그것이 끝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 단순하게 기술적인 형태가 아니라, 당시의 어떤 사건에 기인한 기억이 합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의 로보트 태권V 동시상영 포스터이다.

'그랜다이저'도 유명한 캐릭터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엔 영어단어 grandizer의 뜻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로보트도 시대에 따라 버전이 변한다. 컴퓨터 윈도우로 버전이 변해 계속 업데이트를 요구한다. 세상의 대부분은 하나가 동일하게 변하지 않고 계속 가는 것은 없다. 

이번에는 유럽 만화에서 파생된 장난감이다. 벨기에의 탱탱(Tin Tin)시리즈이다. 나는 이 만화를 좋아했다. 역사적인 사건들과 결부된 스토리도 많다.

한 층 더 아래 내려오니 이번에는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품들이 가득하다. 나무로 된 책걸상의 교실을 재현해 놓았다.

MSG는 시대에 따라 효자였다가, 역적이 되었다~ 다시 효자가 될 수도 있다. 세상은 돌고도니까.

코로나로 1층 커피숍이 한산하다. 그래도 이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는 만큼 휴식을 위한 나들이겸 방문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달아실박물관 옆에 위치한 옥산가 건물 지하에 있는 옥광산 체험장으로 들어간다.

과거 옥광산이었던 곳을 체험장으로 바꾸어 놓은 곳이다. 땅바닥에 옥들이 깔려 있다.

옥광산찜질방으로 운영되었던 곳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운영이 중단되었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얼음과자 트럭에 '철인28'이 그려져 있다. 이곳 관계자가 동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