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_조나단 스위프트, 이동진 옮김, 해누리 20200924 편집부 24기 류지연
I 1 줄거리
걸리버는 해상반란으로 알 수 없는 해안에 버려진다. 그곳은 고귀한 종족, 후이님이 다스리는 나라로 이성과 덕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말들의 나라이다. 사람으로 보이는 야후라 불리는 종족은 이성이 결여된 존재로서 후이님들이 일을 시키기 위해 일부를 키우기도 한다. 그러나 후이님들이 야후 종족의 몰살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그들의 야만성, 악랄함은 대자연이 만들어낸 짐승들 중 최악이다. 걸리버가 영국의 정치, 법률, 전쟁, 생활 등을 후이님에게 소개한다. 걸리버의 주인 후이님은 걸리버와 같은 종족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약간(?)의 이성을 이용해 자신들의 욕망만을 채우려는 존재로 야후와 다를바 없다고 평가한다. 걸리버는 후이님들에게 경외감을 갖고 후이님들을 닮기 위해 노력하나 결국 추방당하게 된다. 영국으로 돌아온 걸리버는 대중의 유익을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소개한다.
I 2 감상
작가는 영국의 헌법, 정당정치, 계층간 불평등에서 인간의 거짓말, 무절제한 욕망으로 인한 전쟁까지 작정하고 비판한다.
“ 저 영광스러운 후이님들에 관해서 내가 언급한 덕성들을 읽어본 사람치곤, 자기 나라를 다스리는 이성적 동물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때, 어느 누가 자신의 악습들에 관해서 수치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p.522,523
18c에 씌여진 걸리버여행기를 읽으며 21c의 나 또한 작가가 지적하는 전방위적 인간에 대한 비판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우연히 보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프가니스탄전쟁 영화와 시리아내전 다큐멘터리를 보며 “도대체 왜 전쟁을 하는 것인가?” 묻게 되었다.
“자기가 다스리는 영토나 백성들만 가지고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군주들의 야욕이 때로는 그 원인이 되고, 자기들의 사악한 통치에 항거하는 백성들의 요구를 탄압해버리거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군주를 전쟁에 끌고 들어가는 그런 각료들의 부패가 원인이 되는 때도 가끔은 있다. 견해의 차이, 예를 들면 고기가 주식인가 아니면 빵이 부식인가, …… 이러한 견해 차이, 특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일들에 관한 견해 차이에서 발생된 전쟁들처럼 치열하고 피비린내나거나 더 오래 지속되는 전쟁은 없다.
……
때로는 적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때로는 적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군주들은 전쟁을 일으킨다. 때로는 이웃나라 사람들이 우리가 가진 것을 탐내거나, 우리가 탐내는 것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그들이 우리 것을 빼앗거나, 자기들 것을 우리에게 줄 때까지, 어느 경우든 전쟁을 한다. 백성들이 기근으로 녹초가 되고, 전염병으로 거의 다 죽고, 또는 당파들로 분열되어 내전상태에 있을 때, 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대단히 정당한 전쟁의 명분이다. 우리가 어느 도시를 쉽게 점령할 수 있는 상황인 경우, 또는 어느 영토의 점령이 우리 영토의 부족 부분을 채워주는 경우라면,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대한 침략마저도 정당한 전쟁이 된다. ” p.460-462
걸리버가 설명하는 전쟁의 명분들은 21c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본다.
이성과 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후이님들의 나라는 과연 이상적이었을까? 거짓말이라는 개념이 없고, 필요한 물건들과 욕망이 인간보다 적은 나라, 우정과 호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공동체적 생활이 자녀를 교환할 수 있는 지경까지 갈 수 있는 나라.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생각(명예, 정의, 진실, 절제, 공공정신, 용기, 순결, 우정, 관용, 신의 등)이라는 어찌보면 단순한 진리가 실제로 적용되는 나라. 걸리버를 통해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듯하다. 하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후이님의 나라는 그 시대 영국사회와 마찬가지고 계급이 존재하고, 야후를 노예로 부리는 모습 등 시대적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플라토닉 사랑을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작가의 성향이 반영된 듯 남녀간의 육체적 사랑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종족보존의 역할로만 한정짓는 것, 우울증에 관한 생각 또한 공감하기 어려웠다.
영국에서도 아일랜드에서도 자신의 뜻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었던 것으로 보이는 작가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지위, 권력에 대한 열망과 그로부터 파생된 비판의식으로 작품을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후이님의 나라에서 이전에 느끼지 못한 평온함을 누리는 걸리버의 모습을 보며 작가가 겪었을 어려움, 험난했을 정치세계를 떠올리게 했다.
“ 나는 육체적으로 더없이 건강했고, 마음은 한없이 평온했다. 친구의 배신이나 변심도, 은밀하거나 드러난 원수의 공격도 없었다. 높은 사람이나 그의 졸개들의 환심을 사려고 뇌물을 바치거나 아첨, 또는 뚜쟁이 노릇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 p.522
후이님들을 경외한 나머지 같은 인간, 가족까지도 경멸하게 되는 걸리버의 모습은 참 안타깝다. 걸리버 본인이 발견한 이상향을 갖지 못하고, 쫓겨남으로 오히려 이전의 모습보다 못한 처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상과 현실의 격차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걸리버는 미친것과 다름 없는 모습이 되었지만, 작가는 걸리버여행기라는 책을 통해 현실을 비판함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을 듯 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라는, 이상적인 가정, 이상적인 관계는 무엇일까. 현실과 이상과의 격차는 실제로 존재하고 그 간극을 채우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함께 나누어보고 싶다.
I 3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
1) 거짓말이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그들의 언어에는 거짓말이나 허위를 표현하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내가 착각을 하거나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대꾸했다. p.339
즉 언어의 사용은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각종 사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 말을 한다면, 그것은 언어를 사용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만다. 왜쟈하면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에 관한 정보를 얻기는커녕 흰 것을 검은 것으로, 긴 것을 짧은 것으로 믿게 하여, 차라리 그런 말을 듣지 않은 무지한 상태보다 더 고약한 상태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p.448
2) 후이님들의 입을 빌려 비판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가장 동의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까요?
(나의 주인이 말하기를) 전쟁에 관해서 네가 말한 이 모든 것은 너희들이 스스로 지니고 있는 척하는 그 이성의 효과를 참으로 가장 크게 놀랄 만큼 잘 드러내준다. p.463
그렇지만 이성을 가진 척하는 짐승이 그토록 엄청난 악행들을 자행할 수가 있다면, 타락한 이성이 잔혹함 그 자체보다 더 잔인해질지 몰라서 그는 두려워했다. p.466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이 생산해낸 결실을 즐기는데, 부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비율은 1 대 1000이다. 결국은 극소수의 부자들이 풍족하게 살도록 해주기 위해서 영국 백성의 대부분이 눈곱만한 보수를 받으려고 매일 노동하면서 비참하게 살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p.472
그러나 그가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내가 설명한 바와 같이 그토록 광대하다는 토지에 어떻게 해서 마실 물이 하나도 없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백성들이 마실 물을 구하려고 해외에 선박들을 파견하게 되었는지 하는 점이었다. p.473
그런데 우리는 이성의 도움으로 오로지 우리의 타락한 본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대자연이 우리에게 주지 않은 새로운 것들을 얻으려고만 했지, 이성을 그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활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자연이 부여해
준 몇 가지 능력들을 스스로 버렸고, 원래의 욕망들을 증가시키는 데 크게 성공했으며, 그 욕망을 발명품으로 채우려고 평생 동안 무익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p.487
그는 야후들이 다른 종류의 짐승들을 미워하는 것보다도 자기들끼리 더 심하게 미워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수긍되는 점은 야후의 모습은 정말 지겨운데, 정작 지겨운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다른 야후들의 모습만 보기 때문이다. p.488
그러나 나는 이 결함이 주로 그들의 사악하고 완고한 성질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교활하고, 악의를 품고, 배신을 잘하고, 복수심에 불타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이 세고 체격이 튼튼하기는 하지만, 비겁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만하고 치사하고 잔인하다. p.501,502
그러나 여기서 내가 발견한 것은 우울증의 진짜 씨앗이었다. 우울증의 포로가 되는 것은 오로지 게으른 사람들, 사치스러운 사람들, 돈이 많은 사람들뿐이다. p.496
그러나 나는 음탕함, 교태, 비난, 스캔들의 뿌리가 여자들의 본능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매우 놀라는 한편 심한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그리고 저 부자연스러운 성질들, 즉 한층 세련된 쾌락들은 지구의 이쪽인 영국에서 예술과 이성이 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p.498
3) 걸리버여행기에서 21c 대한민국의 모습이 보인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4)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라, 이상적인 가정, 이상적인 관계는 어떤 모습인가요? 현실과 이상의 격차가 있다면 해소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은 어떻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