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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만이 할 수 있는 철도문화의 정점. 침대열차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다.
E001계(1개편성 총 10량, 오쿠차량센터 소속) 편성DB 보러가기
1. 일본 열도에 펼쳐지는 그 두번째 침대열차 열풍.
2차대전 이후 전후회복을 거치면서 여행수요와 철도 이용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일본 열도의 침대열차들은 새파란 도색을 하고 등장해 "블루 트레인"이란 애칭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윽고 신간선이 생겨나고 70년대 일본 국철의 정체기가 찾아오면서 수요를 잃은 침대열차들이 사라져갔지만 80년대 민영화의 물결 속에서도 틈새수요로서 끊임없이 운행되었다. 하지만 21세기가 되어 신간선이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항공사와 끊임없는 경쟁을 벌이면서 자연스레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호화스러운 거주성을 갖춘 "카시오페아"나 신세대 침대특급 전동차 "선라이즈"가 등장했지만 인기는 그리 신통치 않았고 도쿄에서 큐슈까지 하룻밤에 이동하는 블루트레인이 먼저 자취를 감추고 결국 2016년 신간선이 홋카이도까지 연장됨과 함께 도쿄에서 홋카이도를 오가는 침대특급 "호쿠토세이"를 끝으로 "블루 트레인"은 70년의 긴 역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침대열차의 "신비로움" 혹은 "추억"을 그리며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했고 결국 "이동수단"으로서의 침대열차가 아닌 "철도여행"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초 호화형 침대열차 - 크루징 트레인 - 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3년 10월 JR큐슈가 제일먼저 77계 객차 "나나츠보시 in 큐슈"를 등장시킨데 이어 2017년 JR동일본과 서일본이 각각 E001계 전동차 "트란 스위트 시키시마"와 키하 87계 디젤동차 "트윌라잇 익스프레스 미츠카제"를 도입하게 되면서 침대열차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JR동일본이 도입한 E001계 전동차 "트란 스위트 시키시마"는 이미 국내 언론으로도 상당히 보도가 되어있으며 필자를 포함한 우리 연구회의 회원이 이용해 볼 수 있을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철도차량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히 흥미를 돋우는 내용이 많기때문에 이 도감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2. 1067mm의 레일이 깔려있다면 어디든 간다.
초호화 열차답게 컨셉의 구상부터 제작까지 3년, 개발비용만 약 50억엔이 투입된 이 차량은 최신 기술을 쏟아부어 JR동일본과 홋카이도 관내의 모든 구간을 자유자재로 운행할 수 있는 동력분산식 차량으로 제작되었다. 직류면 직류, 교류는 기존선의 2만V 50/60Hz와 세이칸터널용 2만5천V, 여기에 비전철 구간용 디젤엔진까지 탑재해 레일이 깔려있다면 어디든 운행이 가능한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10량의 고정편성에 중간 5~7호차는 복층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층형 차량은 모두 카와사키중공업이 담당한 알루미늄 더블스킨, 중간 복층차량은 종합차량제작소가 담당한 SUSTINA 설계가 적용된 스테인리스로 스테인리스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 차체처럼 굴곡이 전혀 없는 매끄러운 차체가 인상적이다.
유닛은 각 선두차 부터 3량째까지의 3량이 1유닛으로 구성된 6M4T의 구조로 각 차량에 한개씩 주변환장치(C/I)를 두었다. 교류전원을 받는 주변압기는 각 선두차 바로 뒷차(2,9호차)에 두고 팬터그래프는 각각 2,3호차와 8,9호차에 장착했다. 선두차는 객실이 아예 없이 발전용 디젤엔진을 두었다. 엔진은 독일제 엔진으로 지멘스 "유로런너" 등에 사용되는 MTU 12V4000 계열(JR 형식명 DML57Z-G) 엔진을 채택했다. 12기통의 커먼레일 터보인터쿨러 엔진으로 2450마력의 대출력을 1800kW급 발전기에 물렸으며 최종적으로 열차를 움직이게 하는 견인전동기는 JR동일본의 최신 표준형인 140kW급 MT75B 유도전동기를 사용했다. 각 전원 방식에 따라 구동되는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직류에서는 팬터그래프를 모두 사용하며 각 차량의 필터리액터를 거쳐 주변환장치의 인버터에 바로 투입된다.
2) 교류에서는 2,9호차 팬터그래프만을 이용해 주변압기를 거친 후 주변환장치 컨버터를 통해 직류로 바꾼다음 인버터에 투입된다. 직-교류 전환은 기존 전동차와 동일하며 주변압기는 50/60Hz는 물론이고 20kV와 25kV 모두 자동절환을 지원한다.(주변압기의 1차권선 위치를 조정)
3) 비전철 구간에서는 정차 후 일단 엔진을 기동해 전원공급계통에 이상이 없으면 팬터그래프를 내리고 운행한다. 전원은 디젤엔진의 발전기에서 나오는 3상전류를 주변환장치에 투입해 견인전동기를 구동하는데 사용한다.(단 이 엔진 한개로 3량분의 견인전동기는 모두 돌리기엔 보조전원에 써야할 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2량분의 전동기만을 구동하는것으로 보인다)
- E001계가 전기모드에서 디젤모드로 변경되는 과정. 먼저 엔진을 기동한 다음 엔진 출력과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바로 팬터그래프를 내리고 디젤모드로 운행을 시작한다. 변경되는데엔 몇분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Push-Pull에 가까운 동력분산식 동차로서 마치 우리나라에서 80년대~90년대에 운용되었던 디젤전기동차(DEC)와 비슷한 구조가 특징이다.
3. 초호화 열차 다운 초호화 기술 총 동원
사실 디젤-전기 겸용 방식의 열차는 일본에선 사실상 처음 만들어진 차량으로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극히 일부 차량에만(부득이하게 전철-비전철 구간을 오가는 열차 정도)채용된 보기 드문 기술이다. 구동계통이 전동기이기 때문에 전차선을 사용할땐 완전전기제동이 가능한 회생제동을 사용하며 회생제동이 어렵거나 디젤엔진을 쓸 때엔 발전제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쵸퍼 기능도 갖춰 발전제동용 저항기 또한 각 동력차에 갖추고 있다. 대차는 JR동일본 표준의 링크암식 대차를 사용하며 호화열차 답게 전 차량에 풀액티브 서스펜션을 갖췄으며 요댐퍼는 복층형 중간차에만 갖췄다. 신호장치도 JR동일본이 쓰는 ATS-P와 Ps는 물론 세이칸터널을 통과할때 쓰는 신간선용 DS-ATC와 홋카이도용 ATS-DN까지 4종의 신호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전원 사용량이 많은 침대열차의 특성상 보조전원장치는 각 선두차에 130kVA급 각 한기, 그리고 4호차에 260kVA급 두기를 설치했으며 모두 병렬 동기구동으로 연결해 안정적인 전원공급을 담당하고 있으며 공기압축기는 각 선두차에만 설치되어 있다. 이런 일련의 기능을 제어하는 TIMS는 E657계 전동차의 것을 기반으로 하여 비전철 구간에서의 디젤엔진 운용이나 세이칸터널 통과시의 각종 기기 제어능력을 보완했다.
E001계는 속달형 특급열차가 아니기 때문에 속도에 큰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 게다가 량당 평균 50톤이 넘는 무거운 차체중량 때문에 최고속도는 110km/h 가속도는 1.5km/h 정도만 낼 수 있다.
http://modelernahibi.blog.jp/archives/15125998.html
- 001계의 운전실. 아무래도 여러가지 신호장비를 설치하다보니 계기판은 기존 아날로그로 되어있다. 세이칸 터널용 DS-ATC는 계기판 옆의 ADU에 표시된다.
4. 일본의 전통 가옥 같은 포근한 여행공간의 연출
E001계 차량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역시 JR동일본 최신 차량들을 디자인해온 오쿠야마 키요유키씨가 담당했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풍경의 아름다움, 사람 그리고 문화와의 만남, 모든 여유로움을 "체험" 한다는 느낌으로 설계했다. 각 선두차의 전망차는 그런 의지를 반영해 운전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대형 창문을 사용한 전망공간을 마련했다. 전체적인 차량의 구성도 호텔과 같은 느낌으로 하여 편성 전체의 승객 정원은 34명으로 가운데의 5호차의 라운지 차량에 대형 출입문을 두어 손님을 맞이하며 라운지카 옆에 식당차, 그리고 주변으로 객실을 배치해 전형적인 호텔의 층별 구성과 같은 이미지로 맞췄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목재, 금속, 한지등을 사용한 일본의 전통가옥과 같은 느낌으로 구성했다. 2인실이 기본으로 일반적인 스위트룸은 량당 3실씩 모두 15실을 갖췄으며 각각 화장실+세면대+샤워실과 트윈 침대를 갖췄다. 그리고 7호차에는 스위트보다 한단계 위인 디럭스 스위트와 최상위 급인 시키시마 스위트가 각 1실씩 설치되어 있다. 이 두개의 룸에는 히노키 욕조가 설치되어 욕조 안에 몸을 담구며 차창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도록 되어있는것이 특징이다. 디럭스 스위트의 실내공간은 스위트룸보다 조금 더 넓은 실내공간을 빼면 큰 차이는 없으며 시키시마 스위트의 경우 복층구조를 활용해 1층부는 침실과 욕실, 2층은 두명이 앉아서 차창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거실로 되어있다. 6호차의 식당 "DINING 시키시마"는 서양식의 실내 구성에 일본풍의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했으며 여행을 준비하는 5호차의 라운지 "LOUNGE 코모래비"는 창문을 둘 수 있는 공간에 창문을 최대한 두어 개방감과 함께 새로운 여행지의 도착 전 기대감을 높이는 공간을 구성했다. 고급열차임에도 배리어프리에 신경써서 4호차 스위트룸 1실은 장애인 대응 설비를 갖추고 있다.
- 각 선두차는 엔진실도 있고 해서 이렇게 전망차 외엔 객실이 없다.
- 라운지카는 복층구조를 최대한 활용하여 공간감을 극대화 시켰다.
- 식당차도 일본풍 같으면서도 서양 분위기를 충분하게 냈다.
- 시키시마 객실 중 가장 고급인 시키시마 스위트. 복층구조로 아랫층은 침실(욕실) 윗층은 거실로 되어있는 호텔 스위트룸 수준의 객실로 되어있다.
5. 일본이기에 가능한. 그 철도 문화의 최정점.
E001계 전동차는 2016년 9월에 10량 1개 편성만이 도입되어 오쿠차량센터를 소속으로 시운전을 다녔으며 운행도중 엔진고장과 같은 굴욕도 있었지만 2017년 5월 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여러 관광지를 돌아보는 1박2일~3박4일까지의 다양한 코스상품을 따라 운행된다. 비용은 최소 1인당 32만엔(320만원) 부터 최대 90만엔(900만원)으로 정말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가격이지만 예약 개시부터 경쟁률은 1:6.6, 이미 1년 반 정도를 기다려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열차가 출발하는 우에노역의 과거 침대특급 열차가 출발하던 승강장엔 전용 승강장과 라운지 시설이 설치되었다.
일본은 철도의 문화적인 면에서 세계 최 정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철 시대의 전후회복기 부터 싹터온 철도의 문화적 진흥은 70년대 정체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버텨왔고 민영화의 물결 속에서도 사랑받아 왔으며 이윽고 21세기가 되었을땐 철도문화는 오타쿠 문화가 아닌 남녀노소가 가볍게라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대중문화로 승화되었다. 그런 철도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 수십년간 일본철도는 몸부림 쳐왔다. 대도시의 철도는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력을 개척해나갔고 망해가던 지방철도는 관광열차와 관광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결과 철도문화는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정점이 바로 이런 "크루징 트레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비용을 생각하면 다가가기 쉽지는 않지만 이 열차의 첫 운행의 영광을 함께한 승객은 한두달전 퇴직해 이제 노후를 준비하는 어느 회사의 부장이었듯이 힘들었던 사회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인생에 단 한번 있을 자신에 대한 인생의 선물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것이다.
하지만 이 열차가 국내에 보도되었을 때 어떤 철도 출신의 연구원은 "일본의 천만원짜리 기차표가 우리의 장및빛 미래냐" 면서 민영화의 폐해, 부익부 빈익빈이라며 비판한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들보다 앞서 "해랑"이라는 크루징 트레인으로 처음 시도를 해 보았지만 철도에 대한 관심도가 극도로 낮은 철도문화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그것이 잘 될것이라고는 생각해본적도 없었고 결국 그 결과 또한 신통치 않았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게 철도 문화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쌓아 올리고 관광 진흥 등 지역 사회의 호응과 함께 운행 초반 좋은 평가를 얻어가고 있다. 결국 천만원 짜리 열차든 공짜 열차든 타 주는 사람이 있기에 운행되기에 그간 만들어온 철도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 천만원 짜리 열차가 운행될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 열차에 이어 JR서일본에서는 역시 최신기술을 총 동원한 키하 87계 "트윌라잇 익스프레스 미츠카제"가 두달 뒤인 2017년 6월부터 운행을 시작했으며 JR큐슈는 2013년에 이미 "나나츠보시 in 큐슈"를 성공적으로 운행시키고 있는 등 그 존재가치가 희미해져가던 침대열차가 새로운 변화를 맞아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철도팬들은 앞으로도 이 열차들의 사진을 담기위해 열광하고 있다.
글 : 송승학(부운영자, 787-ARIAKE)
메인 사진 제공 : 시로이소닉님 (귀중한 사진 제공에 감사드립니다)
기타 사진 : 닛케이 신문 등 언론사 발췌(직촬 사진을 올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객침대열차가 결국 제일 안정된 재래선인 도카이도선의 선라이즈 하나뿐인 걸 생각하면 결국 기본인 여객 경쟁력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