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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20명의 부상자를 낸 울산 북구 예비군훈련장 폭발사고 조사결과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우리사회가 총체적 난국에 처했음을 여실이 드러낸 사건이다. 군 헌병대에 따르면 미처 사용하지 못한 예비군 교육용 폭음탄 1600개를 상급기관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모두 소진한 것처럼 거짓 훈련일지를 만들고, 폭음탄에서 화약만 빼내 부대 내 바닥에 그냥 버린 것이 폭발의 원인이 됐다. 1급 살상무기인 폭약을 군에 그처럼 허술하게 다뤘다는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 역시 이번 사고가 믿겨지지 않는다는 모습이다. 이번 폭발사고에서 문제는 지휘관과 탄약관리자의 책임 소재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군부대 내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군인들 의식 속에 뿌리 박혀있는 잘못된 군문화가 사고를 일으킨 또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번 사고가 상급자에게만 ‘걸리지 않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잘못된 병영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병영문화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는 없어졌어야 할 적폐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러한 적폐들을 조속히 청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번 폭발사고와 같은 어이없는 사고들이 사회 곳곳에서 또 일어날 것이다.
1994년 10월 21일 32명 사망자를 낸 성수대교 붕괴사고, 그 다음해인 1995년 6월 29일 사망 502명(실종 30명 포함), 부상 937명을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은 제대로 된 사회체제 속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들이었다. 경제개발과정에서 ‘무조건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었으며, 중심 가치였다. 그러나 그 ‘무조건 빨리빨리 문화’는 결국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와 충격을 안긴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를 일으킨 원인이 됐다. 사회적으로 큰 희생을 치룬 셈이다. 사고 직후 국민들은 사회에 만연됐던 그릇된 관행이나 제도, 정신과 문화를 뜯어 고쳐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때 말끔히 도려냈어야 할 환부가 여전히 남아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2014년4월16일 미수습자 9명과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을 사망케 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다. 이번 사고 역시 청산됐어야 할 전근대적 병영문화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청산됐어야할 부정·부패가 우리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우리사회가 처한 문제다. 군 당국은 이번 폭발사고에 대해 소홀함과 숨김없이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일벌백계해 선진군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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