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살면 사는대로 생각한다. 이 말은 계획없이 닥치는 대로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여태 내 삶을 돌이켜보면 거의 대부분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늘그막에 철이 들어 좀 바뀌긴 했어도 나의 은퇴 시점은 똑 부러지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평소 생각한 것은 있었지만 그건 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했다.
그래서 이참에 니의 은퇴 계획을 재정립하고 향후로는 더 이상 마음의 요동없이 삶에 임하려고 한다. 물론 그렇게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생 로드맵을 가지고 사느냐 그렇지 않는냐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난 건강 이전에 일(노동)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즐거우면 건강 뿐만 아니라 돈도 따라온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으랴? 철없던 시절에는 일이 노동이자 남자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내업을 하면서 어느 시점부터 일은 놀이이고 취미활동이라고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똑같은 상황을 놓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불행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3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조금만 힘든 일이 생기면 나도 할 만큼 했는데 당장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둘째를 대학 졸업과 동시에 불러 함께 일하고 있어 그만 둘 수가 없다. 둘째도 나와 함께 일한지 벌써 11년이나 된다. 앞으로 10년 정도 함께하면 더 이상 난 필요 없으리라 본다.
물론 지금도 일처리 능력이나 회사 운영 등에서 나보다 월등히 앞서는 부분도 있지만 사업을 하다가 보면 고비가 닥치게 마련인데 그때 누군가와 상의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의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의 은퇴 시점은 2035년으로 할 것이다. 좀더 명분을 보탠다면 60년간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통 남들은 만 60세에 은퇴를 하지만 난 60년간 일을 하면 만 79세에 은퇴하는 셈이다. 그동안 나의 직업은 크게 3개의 카테고리로 분류가 된다. 1975년에서 2001년까지 26년간 대기업에서 근무를 했고 그 이후에 2년간 협력업체에서 근무를 하다가 2004년부터 내업을 시작하여 현재 19년째 하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내 의사와 무관하게 명퇴를 요청하면 수용해야 하지만 내업을 할 때에는 내 거래처나 직원들이 나의 명퇴시점을 결정한다. 때문에 회사 생활 이상으로 고민도 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직장생활이던 내업이던 48년간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했다. 특히 내 사업의 경우에는 정시 출퇴근은 당연하고 긴급상황이 발생되면 한밤중이던 휴일이던 나와 일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런 생활을 4년간 더 할 것이다. 4년 후면 내 나이 70이 된다.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일할 것이고 71~79세까지는 진짜 사장처럼 일할 것이다. 진짜 사장이란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프리한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남들은 나보고 사장 행세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사업의 속성으로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소상공인들의 세계는 사장이 머슴이다.
직장생활이던 자신의 업이던 1주일중 2~3일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는 프리하게 산다면 누구나 반길 것이다. 나도 세상에 태어나 일할만큼 했는데 보상을 누리는 기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기간이 바로 71~79세까지 9년인 것이다. 만 80세가 되면 더 이상 사업과 관련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시점이 당겨질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취미생활)과 기부(지식, 물질) 등으로 봉사활동에 전념할까 한다. 가끔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님들이 재취업했다고 연락을 받으면 내가 기분이 좋아진다. 70대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존경의 대상이고 남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 나도 그런 70대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나의 은퇴 준비 포부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