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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수리산역 → 도장초등학교 → 능내정 → 무성봉 → 슬기봉 전망대 → 슬기 쉼터 → 병풍바위 → 태을봉 → 관모봉 → 관모 쉼터 → 명학역'의 9.4km, 4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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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修理山]
높이: 469m
위치: 경기도 안양시
수리산은 태을봉(488m), 슬기봉(451m), 관모봉(426m) 및 수암봉(395m) 등과 같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수리산은 경기도 군포시와 안양시 그리고 안산시(수암봉) 경계에 있는 산으로 능선을 따라 여러 산행 코스를 이루고 있다. 독수리가 치솟는 형상이라 하여 수리산으로 불리며 신라 진흥왕 때 창사 된 수리사가 있다. 안양시 만안구청 뒤편 기슭엔 삼림욕 코스도 있어 인근 주민들의 좋은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연간 140만 명이 이용한다는 수리산은 200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수리산은 능선 곳곳에 암봉이 있고 울창한 수림으로 조망이 좋으며, 진달래가 특히 많고 수도권에서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전철 산행지이다. 태을봉과 슬기봉에서는 군포시가, 수암봉에서는 안산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수리산을 관통하는 서울 외곽도로가 시원하게 보인다.
인기 명산 [50위]
수리산은 인기 명산 45위에 오를 정도의 명산은 아니지만, 인구가 많은 도심에 위치하여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인기 있다. - 한국의 산하
코로나 시대를 마감하고 7월 25일 토요일 다시 등산방 정기 산행을 시작하며, 87산악회의 제안에 따라,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산행을 후배들과 같이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연합 산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산행지는 우리가 선정한 두 개 중 한 산을 87이 선택하기로 해 최종 안양 수리산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산행 일이 장마철이라, 상황에 따라 비 때문에 연기 또는 취소할 수도 있어, 2주 전부터 일기예보를 주시한 결과 산행일 전후 평일에는 비가 내리나, 산행 일이 낀 주말에는 비가 없이, 오히려 덥겠다는 예보에 따라, 일찍 산행을 시작해 뜨겁기 전에 하산하기로 했다.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나는 산행이라, 점심은 하산 후 먹기로 해, 각자 준비할 거는 더위에 대비한 차가운 물과 비상식 정도다. 해서 준비물에 관해 87은 총무에게 전달하고, 85는 등산방에 공지했다. 그리고 산행 하루 전 35% 소주에 푹 빠져 있던 야관문을 뺀 담금주를 다시 한 달간 밀폐 숙성시킨 야관문주를 500mL 3병을 만들어 배낭에 넣었다. 물론 정상주로 마시기 위함이다. 또한 87에게 줄 85등산방 수건 12장도 챙겼다. 물론 12장이라는 숫자는 금요일 저녁에 확인한 참여 인원을 참고했다. 87 13명, 85 10명으로 총 23명이 같이하는 걸로 확인됐다. 87중 한 명은 과거에 이미 선물(그렇게 알고 있었다.)했기에 12장이다. 그런데 87도 선물로 수건을 준비했다니, 수건 교환 산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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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역 2번 출구에서 9시 25분에 집합하기로 했기에 7시 50분경 집을 나섰다. 왜 9시 30분이 아니라 25분인가라는 질문을 87과 85 모두에게서 들었는데, 전철이 수리산역에 도착하는 시각이 9시 24분이라, 역 구내에서의 이동 시간을 고려해 25분으로 정했다. 물론 25분 정각에 산행을 시작한다는 전제하에. 수리산역에 9시 24분 도착 전철에 맞춰 역산해서 구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삼각지로 향했다. 그리고 4호선 오이도행 열차를 기다리며 승차장 의자에 앉아 옆을 보니, 많이 본 사람이다. 시간을 잘 지키는 친구라면, 우리가 기다리는 이 열차를 타고 있거나, 탈 거다. 해서 유심히 보니, 몇 번 산행을 같이한 87 후배다. 그리고 등산방 메시지를 보니, 그 열차에 서로가 알지는 못하나, 87, 85가 같이 타고 있다는 정보다.
87 후배와 인사를 나눈 후 도착한 열차에 타고 수리산역으로 향했는데, 예정보다 2분 늦은 9시 26분에 도착했다. 그리고 많은 등산객이 내렸는데, 우리 일행도 몇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늦으면 버리고 간다는 엄포에 놀랐는지, 하나 빠른 열차로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예의상 다음 열차로 도착할 친구를 기다리며, 수건 교환식을 하고, 캠핑 대장이 만들어 온 견과류를 받아 챙겼다. 그리고 다음 열차를 타고 도착한 친구를 마지막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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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들머리 위치를 알 수 없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며 수리산역 2번 출구 옆 쉼터에서 출발했는데, 앱에 의하면 도정 초등학교를 지나면 바로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도와 같이 도정 초등학교 옆으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거기는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거 같아, 무언가 이상하다(등산 앱에 대한 불신!)는 생각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계단 건너편에 "등산로"라고 그 계단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었다(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해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체육공원으로 본격적인 등산 시작 전 몸을 풀기 좋은 숲속 공터다. 그걸 보고 기념사진을 찍고 가자는 일행의 제안에 처음 만나는 선후배도 있어 먼저 빙 둘러서 각자 소개했다.
와중에 조금 늦게 도착한 영한에게서 전화가 와 도정 초등학교 옆으로 올라오라고 했는데, 이미 도착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보이지 않아 다시 계단으로 돌아가 보니, 등산로 입구를 지나쳐 계속 가고 있었다. 역시 등산로 입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계속 가는 영한을 불러 위치를 알려주고 다시 돌아가 먼저 인원을 확인한 결과 87은 13명 참석 예정에서 한 명 늘어난 14명이, 85는 10명 참석 예정에서 한 명이 빠진 9명이 참석해 총원 23명은 변함이 없었다. 참석자 확인을 끝낸 후 사진 위치로 헤쳐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9시 58분에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위로 오르는 계단으로 바로 산으로 들어갔다. 계단 정상에서 100여 미터를 가자 "철쭉동산" 갈림길이 나타나고 등산로는 전형적인 뒷산 산책로다. 관모봉까지 이런 길이라면 총거리 10km가 채 안 되니, 3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 물론 23명에 이르는 산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체력을 가진 친구들과 같이하는 산행이라, 애초 목표인 5시간 내 하산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특히 87은 몇 친구를 제외하고는 처음 같이하는 산행이라, 예측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직진인 능내정 방향으로 향했는데, 역시 동네 뒷산답게 수많은 산책? 등산 인파로 붐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꾸준히 길을 가 들머리 기준 1km가량 되는 능내정에는 10시 16분에 도착했다. 고로 1km를 오는 데 18분이 걸렸으니 산행으로는 빠르나, 등산로 상태로 보면 느리다.
능내정을 지나쳐 '무성봉'을 향해 가며 오른쪽을 보니, 주 등산로 외에 작은 등산로가 있고 세 명의 여성 등산객이 그 길로 위로 가는데, 무언가 이상해 유심히 보니 맨발이다. 그리고 그 등산로는 맨발 산행을 위해 따로 만든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딱 보기에 맨발로 걸어도 불편해 보이지 않는 길이다. 맨발의 청춘들이 걷는 걸 옆에서 구경하며 따라가 10시 32분에 이번 산행 첫 봉우리인 해발 258m의 무성봉에 도착했다. 무성봉 주변에는 산악자전거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그걸 끌고 온 사람들이 정상석 뒤 의자에 앉아 땀을 닦고 있었다. 날은 흐려 강렬한 태양이 비추는 건 아니나, 습도가 높아 그냥 걷기만 해도 땀이 쏟아지는데, 자전거를 타고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처음 생각은 무성봉에 도착해 인원 점검 후 모두 모여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길 예정이었으나, 주변에 등산객 또는 산책객이 너무 많고, 하다못해 MTB까지, 우리 일행 중 영한을 비롯한 대여섯 명의 친구는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는 87 대장의 말에 따라 쉬면서 각자 알아서 인증을 남기는 거로 바꿨다. 해서 정상 주변의 의자에 앉아 가져온 음료수나 과일 등을 나눠 먹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뒤에 처진 친구를 기다려 같이 출발하려 했는데, 그들은 하산해서 다른 길로 갈 예정이니 먼저 가자는 주변의 말에 따라 나름 충분한 휴식 후 다음 봉우리인 슬기봉을 향해 출발했다. 하긴 영한이 있으니, 87 친구들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슬기봉을 향해 출발해 '하늘정'을 거쳐, 11시 5분경 슬기봉 아래에 있는 '슬기정'에 도착했다. 정자도 참 많다! 이미 다른 길을 선택한 영한을 포함한 다섯 명을 빼고, 또 뒤에 처진 친구들이 있어, 쉬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슬기정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들고 간 야관문주를 꺼내 약간씩 맛을 보고, 거의 모든 친구가 도착한 걸 확인하고 정자를 떠나 봉우리로 향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가 슬기봉 깔딱을 올라가기 직전 누군가 아는 체를 해 보니, 서기의 집 선배들이다. 60년대 학번부터 가장 어린 학번이 84인! 해서 서로 인사하고 기념으로 사진도 몇 장고 그 자리 서서 근황에 관해 5~6분간 대화를 나눴다. 와중에 국악을 전공하신 선배가 계셔서, 여성 동무들만 따로 모여 찍기도 하고.
선배들과 헤어져 슬기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가 아는 그 수리산 암릉이다. 과거에는 없었으나, 현재는 나무 기둥을 세우고 밧줄로 연결해 등산객이 잡고 올라갈 수 있는 시설까지 되어 있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여기서부터가 등산객의 영역이고, 산책객의 영역은 임도 오거리에서 다른 길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으로 산행다운 산행으로 정상 부근에 올라가서 보니, 예상치 못한 게 보인다. 철책이다. 윤형철조망도 보인다. 고로 정상에 군부대 또는 통신 시설, 기상레이더 등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시설 밖에 정상석을 두어 인증을 찍게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 정상석을 찾아 데크를 따라 올라갔는데, 없다! 당시만 해도 슬기봉을 수리산 정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당황했다. 해서 정상 암벽 옆으로 난 데크 계단에 서서 간이 인증을 찍는 거로 만족하고 슬기봉을 떠났다. 참고로 슬기봉 정상을 차자하고 있는 건 군부대고, 수리산의 정상은 태을봉이다!
슬기봉 데크를 떠나 조금 내려가자 쉼터가 나타났다. 그러자 다들 그 쉼터 의자에 주저앉아 쉬면서 점심을 먹자고 하는데, 등산객이 오가는 등산로 가운에서 뭘 먹기는 좀 문제가 있어, 다른 등산객을 방해하지 않고 우리끼리 모여앉을 만한 곳을 찾아가자고 얘기하고 바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 쉼터에서 100여 미터를 위로 가자 그만한 자리가 있어, 그곳에 배낭을 풀고 자리를 잡고 앉아 밑에서 쉬고 있는 친구를 불렀으나, 반응이 없다. 참고로, 산행 공지에 점심은 하산 후 먹기로 해, 85는 말을 아주 잘 들었으나, 87이 본인들 먹거리뿐 아니라 85 식량까지 싸 오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점심시간을 만들었다. 최대한 소리쳐 불러도 반응이 없는 건 듣지 못했다는 거라, 웃통을 벗어 나무에 걸어 땀을 말리며 마냥 기다리자, 다 쉬었는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곳에 도착해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싸 온 것들은 꺼내 점심으로 먹었다.
예정에 없던 점심을 먹고 슬기봉 쉼터를 지나 태을봉으로 향했는데, 내가 기억하는 수리산의 암릉이다. 과거 처음 산행 때는 데크 계단이나, 안전시설이 없어 아주 즐거운 산행을 했는데, 지금은 암벽에는 나선형의 데크 계단이, 암릉 곳곳에는 출입 금지 철책을 둘러놓아 산행의 재미가 반감됐다. 그나마 날이 흐려 전망이 좋지는 않았으나,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 우리가 가야 할 봉우리와 지나온 곳을 조망할 수는 있었다. 뒤돌아본 슬기봉 정상에는 예상대로 레이더 기지가 있는 거 같고. 그나마 암벽이 아닌 곳에는 바위 능선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 있기도 했다. 그렇게 87 서너 명과 85 둘이 선두 그룹을 이뤄 앞에서 달려, 이번 산행의 최고의 고비라 생각되는 태을봉으로 오르는 385개의 계단에 도착한 시각이 1시 정각이다.
높은 습도에 폭우를 맞는 듯 흐르는 땀 덕에 계단을 오르기 전 누군가 만들어 둔 쉼터에 주저앉아 얼음물로 목을 축이고, 흐르는 땀을 멈추기를 기다렸다가다 중앙 그룹이 도착하는 걸 보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수리산 데크 계단에는 50계단 단위로 계단 총수와 올라온 계단 숫자를 표기하고 있어, 앞으로 남은 계단을 알 수 있어, 그나마 아무것도 모르고 오르는 다른 산의 계단보다는 조금은 편했다. 과천 청계산 계단도 그랬던가? 365개의 계단 정상에 오르자 저 앞에 또 다른 봉우리가 있다. 계단 정상이 산 정상이 아니었다. 다시 정상을 향해 가는데, 병풍바위는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과 철책이 앞을 가로막고, 등산로는 우회하고 있었다. 당연히 철책을 넘어 병풍바위, 즉 바위 능선으로 반대편으로 가자 옛 기억이 솟았다. 그렇게 도착한 반대편에도 당연히 출입 금지 경고문과 철책이 있고.
병풍바위를 지나자 정상을 향한 깔딱이라, 땀을 삐질거리며 올라가자 앞이 소란스럽다. 수리산 정상인 태을봉이다. 그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이 땀을 식히고 있거나,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아이스케끼를 파는 사람이 있고. 도착은 했으나, 후덥지근한 날씨에 만사가 귀찮아 그늘에 있는 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배낭에서 얼음물을 꺼내 마시며 가쁜 숨과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후발대가 도착하는 걸 기다려 주변의 다른 등산객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물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주력은 빼고.
13명으로 이번 산행 참여 인원 23명의 반이 넘는 인원이 같이 인증을 남겼으니 일단 산행은 성공이다. 그렇게 인증을 남기고 800m 거리에 있는 이번 산행 마지막 봉우리인 관모봉으로 향했다. 1시 49분에 '노랑바위'갈림길을 지나 위로 올라가자, 생각지도 못한 태극기가 휘날린다. 그럼, 여기도 깃대봉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이름을 깃대봉으로 바꾸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후발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관모봉 전망대에서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내리쬐는 햇살이 따가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인증이고 뭐고 그냥 하산하기로 하고, 성결대학 방향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구름이 햇살을 가리고 강한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혀주었다. 때마침 후발대도 도착해 사진을 찍고 내려가기로 하고 각자 자세를 취하고 인증을 남겼다.
관모봉을 떠나 애초 이번 산행 하산주와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 족발 식당으로 향했다. 관모봉 정상석에는 고도가 표기되지 않아 등산 앱으로 확인한 고도가 해발 451m고, 가야 할 식당이 해발 78m라, 표고차가 383m로 동네 뒷산치고는 정상과 아래의 차이가 꽤 있다. 즉 급경사의 하산길이란 얘기다. 그 급경사를 내려가 2시 17분에 '만안구청' 사거리에 도착했다. 해서 후발대에 만안구청 방향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수리산 둘레길을 따라 하산해, 2시 23분에 '명상의 숲' 갈림길에 도착해 다시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2시 31분에 '수리천 샘터'에 도착하는 거로 사실상의 이번 87, 85 연합산행은 끝났다. 나머지는 도로를 따라 식당으로 가며 된다. 샘터에서 시원한 약수를 들이켠 후 세수까지 하는 호사를 누리고 등산 앱이 아닌, 지도 앱을 이용해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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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앱에 의지해 식당을 찾아가다 보니, 우리가 하산 과정에서 혼동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 하산 중 지도 앱의 ‘길찾기’로 확인했음에도 ‘수리천 샘터’ 갈림길에서 마을 방향으로 직진한 게 아니라 샘터로 내려온 게 큰 실수였다. 샘터로 내려와 식당으로 가려니 빙 돌아가야 했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거의 1km 걸어 식당이 있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는데, 식당이 오리무중이다. 해서 간신히 식당 광고판을 발견했는데, 화살표는 아무것도 없는 언덕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광고판이 가리키는 방향은 아니라,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친숙한 사람들이 보였다. 산행 시작 후 다른 코스를 선택한 2진이다. 우리는 당연히 그 친구들이 식당에 먼저 도착해 자리 잡고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중 한 친구가 그 식당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어, 방황을 멈추고 식당에 도착한 시각이 2시 51분경이다.
애초 예약할 때 23명 정도의 인원이 3시 내외에 도착할 거고, 메뉴까지 다 선정했음에도, 손님이라고는 한 테이블만 있는 식당에는 6개 테이블에 달랑 버너 하나씩만 놓아둔 게 준비의 다였다. 말인즉 바로 뭘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가뜩이나 더위를 먹어서 죽겠는데 짜증이 확 몰려오는 걸 참고, 술이 있는 냉장고로 가 맥주와 빨갱이를 들고 왔다. 물론 술잔도 이럴 거면 예약은 왜 받나? 그렇게 들고 온 술로 소맥을 만들어 열사병 걸리지 않고 무사히 산행을 마친 걸 축하했다. 당시만 해도 1진은 주행과 나 둘에 2진 여섯 총 8명이었다. 그리고 속속 후발대가 도착해 3시 30분경에 23명 모두가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그리고 그에 맞춰 음식도 나왔고.
더위로 배를 가득 채워서인지 안주는 먹고 싶지 않아 술만 들키며 87 중추인물들과 향후 산행에 관해 대화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다 집으로 가고 다섯 명이었나, 여섯이었나? 어쨌든 그 인원만 술을 마시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후 7시 30분경 식당에서 나왔으니, 거의 4시간 30분가량 식당에 있었다. 2차를 갔었나? 대화의 대부분 내용은 과거 학창 시절의 추억이고, 핵심 내용은 앞으로 두 산악회의 연합 산행을 정기화하자는 거였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소규모 산악회에도 해당하는 말이라, 둘이 합쳐 이번 산행 정도의 인원을 동원할 수 있다면, 못 갈, 산이 어디 있겠는가? 양 산악회 회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나, 그날 합의된 내용은
- 이번 산행을 시작으로 격월로 정기산행 일인 4번째 주 토요일에 연합산행을 진행한다.
- 해서 다음 산행 월인 8월은 계곡으로, 그다음 10월은 무박 사량도 지리망산행을 추진한다. 애초 8월 산행을 지리망산으로 생각했으나, 그늘 하나 없는 능선에서 열사병 걸리기 좋다는 경험자의 제언에 따라 10월로 변경했다.
애초 계획과는 조금 다른 '수리산역 → 도장초등학교 → 능내정 → 무성봉 → 슬기봉 전망대 → 슬기 쉼터 → 병풍바위 → 태을봉 → 관모봉 → 관모봉 쉼터 → 수리천 샘터 → 족발신선생'의 10.41km(트랭글), 5시간 7분의 수리산행이었다. 이동 4시간 18분, 휴식 49분!
땀을 폭포수처럼 쏟고, 더위로 배를 채운 날씨였으나, 오랜만에 맛보는 왁자지껄한 산행으로 대단히 좋았다. 모두가 다 즐기는 모습이라 더 좋았고.
이번 산행을 시작으로 격월로 정기산행 일인 4번째 주 토요일에 연합산행을 진행한다.
다음 산행 월인 8월은 계곡산행을, 10월은 무박 사량도 지리망산행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