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의 시간. 흙과 생물의 5억 년 투쟁기
저자 : 후지이 가즈미치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이 책은 흙을 통해 지구가 지나온 시간에 따른 식물과 동물의 진화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의 시간대별 발생했던 식물과 그 배경의 토양, 식물의 유해가 남긴 이탄토와 석탄의 축적은 지면에서 분해하는 미생물의 부족으로 분해되지 못한 채 물속에 잠기면서 발생하여 현재의 귀중한 연료가 되고 있는데, 겉씨식물의 발생과 함께 목본식물의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버섯의 등장으로 그 석탄기는 막을 내렸다.
농사와 토양의 산성화에 따른 비료의 시비, 그로인해 토양의 산성화는 심화되고, 산업화로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내리는 산성비에 의해 가중되는 토양의 산성화와 함께 농경 사회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흙에서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으로 연결되는 얽힌 관계에서 삶을 이어오고 있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을 요약하며 “결코 낙원이 아닌 흙에서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살 곳과 양분을 필사적으로 구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한 결과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다. 생물의 역사는 ‘자연과의 공생’이라는 말랑말랑한 단어로 나타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흙을 둘러싼 경쟁과 멸종의 반복이라 표현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고
1981년에 후쿠야마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교토대학 농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삼림종합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일본 각지와 인도네시아, 태국의 열대우림에서부터 캐나다 영구동토에 이르기까지 재밌는 흙과 생물을 찾아 한손에 삽을 들고 온 세상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세계의 곡창 지대“로 불리는 프레리의 1년 휴작이 다음해 풍작에 필요한 물을 저장하는 시간이 된다며, 휴작기간에 잡초가 물을 소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제초제를 살포하고, 거기에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 조작 카놀라나 밀을 재배하면 잡초관리도 쉬워진다고 얘기한다. 유전자 조작에 대한 시비는 다른 전문가의 몫으로 남겨두겠다는 작가의 글에서... 이 작가도 결국 하나의 측면(토양)밖에 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아쉬움을 들었다.
모든 것은 “일음일양”이다.
한 포지션에서 생산되는 양을 극단적으로 늘릴 수는 없다. 결국 소비와 생산을 줄이거나, 적절한 수준에서 맞추는 수밖에.
◆ 생각해본다.
==> 모든 나무마다 줄기의 성분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특별히 부후가 잘 발생하는 벚나무나 단풍나무는 목질부의 성분이 일반 나무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 열대우림의 파괴로 생산되어진 세제, 식용류등으로 우리는 생활의 좋은 환경을
제공받고 있는데...우리의 소비가 기업을 선동하고 있을까....기업이 우리를 자극
하고 있을까?
2. 나를 확장시킬 책속의 내용
P.12
한자 ‘土’를 찬찬히 살펴보자. 세로 기둥에서 위로 솟아나온 부분은 식물, 아래는 뿌리를 뜻하고, 위의 가로 막대는 지표면, 아래의 가로 막대는 암반을 의미한다. 결국 흙은 식물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반인 셈이다.
P.15
‘지구의 피부’가 되어 대지를 덮고 있는 흙의 평균 두께는 불과 1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흙의 존재가 달이나 화성과 지구를 구분 짓고, 식물, 곤충, 공룡 그리고 우리 인류를 키웠다.
P.21
산성비보다 더 강한 힘으로 흙을 산성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놀랍게도 생물들이다. 식물은 칼륨 K⁺이나 칼슘Ca²⁺등의 양이온을 다량 흡수하기 위해, 대신 수소이온을 뿌리로 방출한다. 미생물은 낙엽을 분해하면 그 일부를 산성 물질(유기산, 탄소, 질산)로 방출한다. 생물이 방출하는 산성 물질로 인해 흙은 서서히 산성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P.25
수국 꽃의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사실 분홍색이지만, 이 색소는 알루미늄이온과 반응하면 청색을 띤다. 일본에 많은 산성토양에서는 점토가 용해되어 알루미늄이온이 다량 녹아나온다. 이 알루미늄이 꽃까지 전달되면 수국 꽃을 푸른색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P.37~39
지의류는 곰팡이(균류)와 조류(플랑크톤, 다시마 등 물에 살면서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는 생물)가 합체한 독창적인 생물이다. 조류가 광합성으로 당분을 생산해서, 그 일부를 동거하고 있는 곰팡이에게 선물한다. 그러면 곰팡이는 그것을 에너지로 삼아 바위나 흙에 균사를 뻗어 물이나 양분을 흡수한다. 그 물과 양분은 조류에게 건네지고 다시 광합성에 사용된다. 이 콤비의 숙련된 연계 플레이를 우리는 ‘공생’이라고 부른다.(.....)
바위에서 충분한 양분을 얻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끼와 지의류는 어떻게 양분을 얻고 있는 걸까? 일단 바위에서 지의류와 이끼를 벗겨내니 바위가 변색되어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지의류와 이끼 주위의 물을 추출해서 분석하니 pH 4로 극산성을 띤 물이었다. 이끼와 지의류에서 일정한 산성 물질이 흘러나와 암석을 녹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산성 물질의 정체가 구연산과 사과산등의 유기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귤이나 사과에서 신맛을 내는 성분이다.
이끼와 지의류는 바위와의 접촉면에 유기산을 차곡차곡 방출한다. 생존에 필수적인 인과 칼슘, 칼륨 등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광합성으로 만든 귀중한 당분을 유기산으로 가공하여 바위를 녹이는 끈질긴 노력이 이끼와 바위 사이에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P.42
이탄토란 식물 유해가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축적된 토양을 가리킨다.
이탄토는 피트모스로서 원예용 흙으로도 이용되고, 스카치위스키의 제조 과정에서 연료로 쓰여 스모키한 향을 더하기도 한다.
4억 년 전의 이탄토는 어떻게 생성된 걸까?
습윤한 열대는 음식물이 가장 부패하기 쉬운 환경, 즉 미생물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환경이다. 당연히 양치식물의 시체도 바로 분해될 수 있다. 그런데 습지에서 말라죽은 양치식물은 물속으로 바로 가라앉는다. 아무리 열대라 해도 물속은 산소가 적기 때문에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물의 바닥에 식물 유해가 퇴적되는 것이다.(.....)
이탄층은 수천만 년에서 수억 년에 걸쳐 계속 땅속 깊이 묻혀 있다가, 지하의 고열. 고압 환경에서 변질되어 탄소 화석, 즉 석탄이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중요한 연료로서 ‘검은 다이아몬드’라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아온 석탄, 그 본래 모습은 사실 이탄토였다.
P.48
양치식물이 높이 40미터의 거대한 나무가 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 중에서도 칼릭시론, 레피도덴드론등의 ‘양치 나무’가 유명하다. 양치나무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거대한 숲을 이뤘다.
그래도 양치식물은 양치식물이다. 줄기의 강도가 낮아서 바람이 불면 쉽게 쓰러져버렸다. 그 때문에 나무의 유해가 계속 퇴적되었고 그 결과, 역시 이탄토가 축적되었다. 이탄토가 되어버리면 숲이 생기기 전이랑 똑같은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숲이 되었다는 것은 성장량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탄토의 퇴적 속도도 빨라진다.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땅속에 고정되는 것이다.
P.49-50
4억 년 전 지구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현재의 10배 이상이었고, 기온도 현재보다 3℃ 정도 더 높았다. 그런 상황에 거대한 숲과 토양이 생기고, 1억 년에 걸쳐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결과, 3억 년 전에는 지구의 기온이 7℃나 낮아졌다고 한다. 북극과 남극에는 대륙 방하가 형성되고, 물이 줄어들어 해수면이 수백 미터나 내려갔다. 한편 대기 중의 산소 농도는 현재의 2배에 가까운 35%까지 상승했다. 높아진 산소 농도는 곤충을 거대하게 만들었다. 60센티미터 길이의 잠자리, 1미터 크기의 바퀴벌레, 2미터에 달하는 지네 등 거대 곤충이 번성했다고 한다.
P.51-52
4억 년 전에 습지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양치식물은 서서히 쇠퇴하고, 새로운 종의 겉씨식물인 글로소프테리스가 곤드와나 대륙에서 주인공 자리를 꿰차게 된다.(.....)
3억 년 전의 대지는 살기 힘든 세상이었다. ‘물가’라고 하면 좋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식물에게는 수분이 지나치게 많은 환경이었다. 곤충도 많았다. 그렇기에 오래 살기 위해서 나무는 두 가지 방법으로 적응을 했다. 하나는 통풍이 잘 되는 뿌리를 발달시킨 것이고, 다른 하나는 ‘리그닌’이라는 물질을 생성해내는 것이다.
3억 년 전의 물가와 거의 똑같은 환경은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바로 논이다. 논은 우리에게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무척 신기한 풍경이라 한다. 식물은 보통 물이 너무 많은 환경에서 쉽게 질시해 죽어버리지만... 벼는 어떻게 물에 잠긴 흙 속에서 질식하지 않고 잘 자라는 걸까?
논의 흙을 파서 벼 뿌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산소에 의해 생긴 붉은 녹, 즉 산화철이 뿌리를 둘러싸듯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벼는 지상에서 지하의 뿌리로 산소를 보내는 통기 시스템, 즉 ‘산소 펌프’를 발달시킨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친근한 식물이지만 실은 대단한 구조를 가진 놀라운 식물이다. 그 산소가 흙 속의 철과 반응해서 만들어낸 산화철 피막이 바로 논에서 볼 수 있는 붉은 녹인 것이다.
이는 비단 벼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맹그로브도 질식하지 않기 위해 통기 시스템을 발달시켰던 것이다. 3억 년 전의 겉씨식물도 마찬가지다.
P.53
3억 년 전에 겉씨식물이 발달시킨 또 하나의 시스템은 리그닌이라고 불리는 목질 성분이다. 리그닌은 방향족화합물(벤젠고리를 가진 물질의 총칭)이 복잡하게 결합된 물질로, 식물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와는 크게 다르다. 떫은맛의 성분 중 폴리페놀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복잡하게 결합된 것이 바로 리그닌이다. 이 리그닌 덕분에 나무는 줄기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리그닌을 만들려면 셀룰로오스보다 더 많은 에너지 비용이 들지만, 강도를 높이려면 어쩔 수 없는 투자이다. 강도를 높이고 키가 커지면 햇빛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가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P.54
나무의 리그닌 구조가 발달하여 당황한 것은 흙 속의 미생물이다. 리그닌을 다량 함유한 식물 유해는 맛도 없고 먹기도 힘들다. 미생물은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먹다 남기는 양이 늘어났고(.....) 분해 처리가 늦어지니 이탄토가 점점 축적된다. 3억 년 전에 이런 식으로 미생물의 대응이 크게 늦어진 결과, 바로 지구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석탄 축적 시대가 시작되었다. ‘석탄기’
P.55
버섯의 진화와 석탄기의 종언
낙엽이 분해되면 미생물에 의해 많은 부분이 이산화탄소로 변환되어 대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바로 분해되지 않았던, 먹다 남긴 낙엽도 서서히 분해되면서 부엽토가 되고 부식질이 된다.(.....)
3억 년 전에 일어난 영양 순환의 정지(겉씨식물)는 생태계에 커다란 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구세주라 할 수 있는 버섯의 진화가 그 상황을 크게 변화시켰다.(.....)
버섯이란 번식을 위해 버섯(자실체)을 만드는 미생물의 총칭이다. 생태계 전체로 보면 유기물을 ‘먹는’ 분해자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너도밤나무 숲의 낙엽층을 걷어내면, 그 밑에는 두꺼운 부엽토와 쓰러진 나무가 있다. 여기에는 나무의 뿌리뿐만 아니라 버섯이나 곰팡이의 균사도 넓게 뻗쳐 있다. 유기물 분해 반응이 일어나는 최전선인 것이다. 버섯의 균사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지만, 리그닌을 분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버섯은 균사에서 ‘페르옥시다아제Peroxidase’라 불리는 특수한 효소를 방출한다. 페르옥시다아제는 물속에 강력한 산화제를 방출하는 기지가 되어 리그닌을 분해한다.
이 버섯 종류는 목재를 하얗게 썩히기 때문에 ‘백색부후균’이라 불리는데, 리그닌 분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버섯의 방대한 유전자 정보를 해독한 연구에 따르면, 백색부후균 버섯은 다양한 진화 끝에 리그닌을 분해하는 고도의 시스템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억 5천 년 전의 일이다. 백색부후균은 다른 버섯들이 맛없다고 먹지 않는 리그닌을 처리해주기 때문에 상당히 특이한 입맛을 가진 버섯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사실 효소의 힘으로 리그닌을 제거하면 거기 있는 맛있는 성분(셀룰로오스나 질소)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버섯의 진화는 유기물 분해를 촉진하여, 지구사상 최대의 석탄 축적 시대를 끝냈다.
버섯과 나무가 진화하여 지구의 물질 균형이 유지되게 만든 것이다.
P.60
초식 공룡이 초원에서 풀을 먹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2억 년 전 그때는 아직 풀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래서 당연히 초원 같은 것도 없었다. 이 시기에 초식 공룡의 가장 중요한 식량이 되는 것은 침엽수의 잎이었다.(.....)
침엽수는 오늘날 추운 지역에 많이 있지만, 2억 년 전의 대지에서는 ‘아열대 침엽수림’이라는 살짝 별난 숲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그 아래에서 새로운 토양이 탄생했다.
P.61-62
산성토양이 되면 유해한 알루미늄이온이 용출되고 식물 뿌리의 생육을 저해한다. 게다가 식물이 자라는 데 필수적인 인이 물에 잘 녹지 않게 되어, 뿌리에서 흡수하기도 어려워진다.(.....)
사실 숲에서 토양을 산성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식물 자신이다. 식물은 물을 흡수하며 거기에 녹아든 칼슘이온이나 칼륨이온도 흡수하고, 그 대신 뿌리로 수소이온을 방출한다. 숲속에서 식물의 뿌리가 방출하는 수소이온의 양은 많은 경우 숲에 내리는 산성비의 10배 이상이다. 식물은 인산 등의 음이온도 흡수하지만 양이온을 훨씬 더 많이 흡수한다. 식물은 살아있는 이상 칼슘이나 칼륨을 흡수해야 하고, 그 결과 흙의 산성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끼와 지의류의 예에서 본 것처럼, 암석이나 흙에 있는 무기질을 빠르게 녹이려면 산성 물질이 필요하다. 식물은 산성 물질을 방출하지 못하면 충분한 양분을 얻지 못해 살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서 식물은 산성토양을 더 강한 산성으로 바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양분을 획득한다. 따라서 산성화를 단순한 토양 열화로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성화는 식물이 목숨을 걸고 실행한 전략이기도 한 것이다.
==> 부족한 무기물 흡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전략 아닌가?
P.64
소나무과의 낙엽에서 배어 나오는 유기산은 갈색의 산성 물질이 주가 된다. 낙엽의 분해를 담당하는 미생물은 모든 것을 분해하지 않고, 맛없는 일부 성분을 버린 뒤 분해한다. 미생물이 버린 낙엽의 성분에는 탄닌과 페놀등의 갈색 산성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산성토양에서 자란 소나무과 등의 낙엽에는 이런 산성 물질을 중화하는 칼슘 등의 성분이 적다. 그 결과, 중화되지 못한 산성 물질을 듬뿍 머금은 물이 낙엽에서 배어 나온다.(.....)
한편 흙 속에 흐르는 산성 물질은 칼슘이온이나 칼륨이온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점토 속에 갇혀버린 칼슘이나 인을 녹이는 역할도 한다. 유기산(음이온)으로 옮겨진 칼슘이온 등 양이온은 서서히 해방되어 식물 뿌리에 의해 흡수된다. 산성 물질 덕분에 양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P.66
침엽수 아라우카리아의 높이는 무려 30~80미터나 되었다고 한다.
사상 최대의 초식 공룡 브라키와사우루스는 영양가 높은 이 나무의 잎을 먹기 위해 목이 길게 진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특정 부분이 특화 되면 오히려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잃을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은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간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실이다.
P.69
외생균근균은 숲의 물질 순환 측면에서도 귀중한 존재이며, 산성토양에서 양분을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독특한 능력 때문에 외생균근균의 별명은 ‘바위를 먹는 버섯’이다.
P.75-76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아마존에 남은 이우시과의 동류들은 대부분 외생균근과 공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체 왜 동남아시아의 이우시과만 그렇게 특별한거지?” 하는 남아메리카 아마존과 아프리카에 사는 나무들의 원성이 마구 들려오는 듯하다.
(.....) ‘곤드와나 대륙에서 온 이우시과가 아시아에서 너도밤나무과와 만나면서 외생균근균 구조를 흉내 낼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
이우시과는 외생균근균과 공생함으로써 비로소 산성토양을 극복하고 동남아시아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외생균근과 공생한 뿌리 주위의 물을 모아서 분석해봤다. 그랬더니 이우시과 뿌리 주변의 물은 구연산과 사과산의 농도가 다른 곳 보다 유독 높았다. 열대 토양에서는 인이 결핍되기 쉽다. 게다가 열대토양에서 귀중한 인이 알루미늄이나 산화철에 갇혀 있다. 이 때문에 뿌리는 물은 흡수해도 인은 거의 흡수하지 못한다. 하지만 균사에서 방출된 유기산은 인을 포함하는 암석이나, 인과 결합해 있는 알루미늄이나 철을 녹인다. 그렇게 해방된 인을 사방으로 뻗어 있는 균사나 뿌리가 회수하는 것이다.
P.79~81
열대우림에서는 온대림에서처럼 매년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꽃이나 열매를 맺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열대우림에서도 4년에 한 번, 벌과 동물들이 북적이는 이벤트를 벌인다. 왜 하필 4년에 한 번일까?
첫 번째 가설은 지구 규모의 기후 사이클인 엘니뇨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년 12월 무렵에 수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해수의 온도가 올라가 그 위의 대기를 데워 지구 규모의 기후 변동을 일으키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는 기온이 떨어지고 가뭄이 든다. 이때 나무들은 엘니뇨와 함께 오는 가뭄 이후에 안정되고 습윤한 기후가 다시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그 후에 자손을 남기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꽃가루를 옮기는 벌과 일정을 맞춘 결과라는 것이다.
세 번째 가설은 오랑우탄 등의 포식자가 종자를 다 먹어치우지 못하도록 일부러 한꺼번에 많은 양의 열매를 떨어뜨린다는 설이다. 수많은 종자 중 살아남은 종자만 자라면 된다는 전략이다.
네 번째 가설은 흙이 주인공이다. 매해 열매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양분을 공급할 능력이 없다는 한심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 나무는 흡수한 양분을 계속 저장하다가 4년째가 되어야 겨우 종자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 ‘해거리’와 비슷한 개념인 듯!
사실 매년 열매를 맺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건 온대의 상식일지도 모른다.
P.100
나무에게는 산성토양도 인의 흡착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무에게 신선한 화산재는 오히려 새로운 양분을 만드는 은혜로운 존재다. 애당초 화산재에는 인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작물은 이 인을 이용할 수 없지만, 나무는 유기산을 방출해 인을 녹여 흡수할 수 있다. 작물에게는 흙의 산성이 너무 강하지만 자연속의 나무들, 즉 너도밤나무나 삼나무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P.107
식물도 곤충도 인간도 모드 흙에서 양분을 얻는다.
P.114
냉장고 같은 추운 환경에서는 미생물의 활동이 저하된다. 그것이 두껍게 퇴적된 이탄토나 영구동토에 밀폐된 유기물(메머드를 포함하여)이 분해되지 않은 이유이다. 미생물과 효소의 작용에 의해 낙엽의 분해 속도가 결정되고, 생태계마다 각각 다른 속도로 양분 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P.115
미생물이 효소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유기물을 분해 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효소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도 왜 분해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 흙속 미생물에게는 아마도 두 가지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양분 결핍’과 ‘산성’이다.(.....) 효소는 단백질이라 재료로 탄소와 질소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이용할 수 있는 탄소와 질소가 충분하지 않으면 미생물은 효소를 만들 수 없다. 낙엽에는 탄소도 질소도 있긴 하지만 섭취하기 쉬운 형태는 아니다. 곰팡이나 버섯은 낙엽뿐 아니라 흙에도 균사를 뻗쳐 질소를 긁어모은 후 효소를 만들어 낙엽을 분해한다. 거기서 획득한 탄소와 질소를 체내에 퇴적시켜 대사와 번식, 효소 생산에 사용하는 것이다.
P.117
산성 환경에서는 미생물도 생존의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효소로 녹여낸 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물을 빨아들이는데, 산성 환경에서는 수소이온까지 체내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이래서야 구멍이 뚫린 보트나 마찬가지다. 이걸 방치하면 세포 안의 조직이 손상을 입게 된다.
P.134
초식공룡은 식물로 배를 채운다. 초식공룡들의 생존은 식물이라는 1차 생산자에게 달려 있었다. 브라키오사우루스의 경우 아라우카리아와 그것을 분해하는 장내 미생물에 의존했다. 그리고 2억 년 전의 침엽수들의 생존의 열쇠를 쥐고 있었던 것은 바로 산성토양이었다. 공룡들이 제아무리 잘난 척을 해봤자 작은 미생물들과 흙에는 결코 미치니 못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P.136
나무는 벌레에 먹히지 않도록 리그닌을 함유함으로써 맛이 없어지는 방식으로 방어력을 높였다. 게다가 리그닌은 분해해도 사실 대부분 에너지원이 되지 않고 질소도 적다. 바로 이 물질 덕분에 목조 주택이 쉽게 썩지 않는 것이다. 리그닌이 미생물에 의한 피해를 막아주는 셈이다.(.....)
리그닌의 분해를 촉진할 수 있는 미생물이 있다. 바로 백색부후균이다. 1장에서 소개했던, 3억 년 전 지구 역사상 최대의 석탄 축적기를 끝내게 만든 그 버섯들(말굽버섯과 잎새버섯) 말이다.
백색부휴군은 산성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리그닌의 분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리그닌 분해 효소 중 하나인 리그닌 페르옥시다아제는 기묘하게도, 강한 산성 환경에서 오히려 활발해진다.(.....)
물질 순환이 방해물로 소개했지만, 생태계속에서의 리그닌은 그냥 단순한 방해물은 아니다. 리그닌이 분해되면 갈색 물이 배어 나온다. 이 갈색 물은 리그닌의 조각이다. 잘 분해되지는 않지만 흙이나 강 바다에까지 용존 유기물로 이동하여 많은 생명을 먹여 살린다.
P.139
‘숲이 바다를 키운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이 말을 두고 ‘용존 유기물에 결합된 철이 산에서 운반되어 바다의 생물들을 키운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만일 숲이 바다의 연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용존 유기물은 숲이 바다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145
흙에서 하천으로, 또 바다로 영양염은 일방적으로 전달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흙이 모든 걸 바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새는 물고기를 먹고 똥을 육지에 되돌려 준다. 새똥은 하얀 부분도 있고 까만 부분도 있는데, 그중 하얀 부분이 요산, 결국 질소다.
P.153
우리 인간은 농지에서 수확물을 거둬 바로 우리 위장으로 전달한다. 그러면 식물이 흡수한 칼슘이나 칼륨만큼 흙의 양분이 생태계 밖으로 유실되게 된다. 수확물은 빵이나 채소, 고기로 변신하여 식탁에 오른다. 그리고 우리의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대부분은 배설물이 된다. 인간의 배설물을 농지로 되돌리지 않는 한, 밭의 흙은 칼슘과 칼륨을 계속해서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흙의 산성화가 진행된다. 인간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흙의 양분을 감소시키고 흙을 산성으로 만들어버릴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P.155
숲의 나무는 자신의 몸통을 크고 단단하게 만드는데 에너지를 투자하지만, 1년 만에 시들어 버리는 거조지대의 식물들은 자손, 즉 씨앗을 많이 남기는 데에 자신의 에너지를 투자한다. 농업은 이러한 건조지대의 ‘풀’이 가진 특성을 이용하여 시작된 것이다.
P.174-175
논의 인구 부양력은 화전의 10배에 이른다. 벼 종류가 달라서가 아니다.
똑같은 품종인데도 불구하고 왜 논벼는 이토록 인구 부양력이 높은 걸까?(.....)
일본의 농촌에서는 봄이 오면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가 시작된다. 그러면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논의 흙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환원반응이 일어나면서, 점점 흙 속의 산화철이 녹기 시작하는 것이다. 원래 붉은색이나 노란색이었던 산화철은 녹으면, 2가이온 Fe²⁺으로 변한다. 이렇게 흙 속으로 녹아들어간 철이 흙을 파랗게 물들인다. 그리고 검정, 갈색, 흰색의 다른 성분이나 모래도 섞여 흙이 청회석으로 변하는 것이다.
P.182
미꾸라지는 논이나 작은 개울의 진창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다 6월쯤, 용수로에서 물얼 대어놓은 논에 적극적으로 들어와 산란한다. 며칠 지나면 알에서 새끼 미꾸라지들이 태어나 모기붙이의 유충인 붉은 장구벌레를 먹고 자란다. 미꾸라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논이라는 환경에 적응한 생물인 것이다. 여름이 되면 다 큰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다. 대륙에서 논농사가 들어올 때 미꾸라지나 붕어 등의 논 양식도 동시에 들어왔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논농사 + 반양식’ 시스템‘은 장강 하류 유역에서 기원하여 아시아 각지로 전파되었다.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는 ’사와‘라고 불리는 논양식 시스템이 지금도 남아있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일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당연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일본에서는 수로를 정비하고 농약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미꾸라지의 서식지가 많이 사라졌다. 특히 수로의 정비로 인해 습지대에서도 물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습한 논도 가을에는 물을 빼게 되어 미꾸라지의 서식지가 전국적으로 희소해졌다. 지금은 흙과 미꾸라지의 접점을 거의 의식할 수 없을 정도다.
P.186
질소 비료의 원료는 대기 중의 질소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질소 비료의 함성에 사용되는 원유나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는 수입에 의존한다.(.....)
인은 대부분 중국, 미국, 모로코, 서사하라에 매장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비료의 원료 중 질소 이외의 두 가지 원소는 지하 광물이 거의 유일한 공급원이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지하자원, 특히 인의 공급량에는 한계가 보이가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지하자원이 고갈될 경우 우리 주위의 양분을 재활용하지 않으면 흙의 비옥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P.204
연료로 쓰이는 목재, 석탄, 석유는 원래는 유기물이다. 그리고 우리의 에너지원이 되는 밥 역시 유기물이다. 에너지원이 되는 유기물에는 두 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에너지 이용과 함께 탄소가 움직인다는 원칙이다. 그 활동은 이산화탄소라는 흔적을 남긴다. 낙엽을 분해하는 미생물도, 밥을 먹는 인간도, 종속영양생물(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는 능력이 없는 생물)들은 모두 다 유기물을 분해시켜 대사 에너지를 생성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목재, 석탄, 석유를 연료로 써서 에너지를 생산할 때도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물건을 사면 돈을 지불하듯, 에너지를 이용하면 탄소가 움직이는 것이다.
또 하나의 원칙은 많은 유기물이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물이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식물의 노력에 따라 결정된다. 이 규칙은 5억년 동안 변함없이, 미생물에서부터 공룡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물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왔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와 생물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거의 일치한다.
P.212
1960년대에 북유럽이나 독일의 슈바르츠발트를 중심으로 나무들이 꼿꼿이 선 채 말라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의심되는 것이 산성토양이다. 즉, 산성비 탓에 흙이 산성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산성비가 흙을 산성으로 바꿨다는 건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다만 이 이론에는 한 가지 커다란 구멍이 존재한다. 산성비가 내리기 이전부터 유럽에 있었던 침엽수림의 흙은 산성이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산성비 때문에 흙이 산성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침엽수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흙을 산성으로 변화시킨다. (.....) 그러나 산성비가 흙을 더 산성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P.224
열대우림의 벌채, 기름야자나무 농원 확장의 직접적인 ‘범인’은 현지의 농민일 수도 있지만, 저 앞에서 핸들을 쥐고 이는 것은 일본을 포함한 시장경제, 그리고 우리의 부엌이기도 하다.(.....)
부엌세제 회사에서는 ‘지구에도 피부에도 좋은’ 상품이라고 어필하지만, 환경 보존 단체에서는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사라지게 하는 원흉’이라며 반박하는 바로 그 제품이다. 치열한 논쟁 끝에, 세제의 뒷면에서 ‘팜유’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정제된 화학물질명이나 ‘계면활성제’라는 애매한 단어가 기입되었다. 이렇게 되고 아니, 우리 생활과의 팜유의 연결고리는 더 찾아내기 힘들어졌다.(.....)
우리는 연구 대상을 열대우림에서 기름야자나무 농원으로 바꾸고 관측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1헥타르당 연간 6백 킬로그램이나 되는 질소가 뿌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일반적인 농지의 6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질소 비료를 마구 뿌리는 이유는 물론 돈이 되기 때문이다.
남은 질소 비료가 질산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흙은 점점 산성이 된다. 게다가 고농도의 질소는 하천에까지 흘러들어가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 일본에 ‘환경에 좋은’ 세제를 제공하겠다고 인도네시아의 물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 우리의 소비가 기업을 선동하고 있을까?
아니면 기업이 우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일까.
P.228-229
‘세계의 곡창 지대’로 불리는 프레리에는 밀밭이나 카놀라 밭이 지평선 끝까지 계속된다. 그 밑으로는 체르노젬이나 카스타노젬이라는 비옥한 토양이 펼쳐져 있다. 유기물이나 칼슘 등양분이 듬뿍 들어있는 흙이지만, 물은 적다. 연간 강수량이 일본의 4분의 1인 4백 밀리미터 정도밖에 내리지 않는다.(.....)
전쟁으로 인해 농지가 1년간 방치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 다음해에 수확량이 증가했다. 전년도에 내린 비가 흙 속에 남아 있어서 다음 해애 작물이 더 잘 자랐던 것이다. 물을 저장할 수 있다면, 비옥한 흙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1년간 제배를 그만두고 물을 저축한다. 물이 모세관현상에 의해 빨아 당겨지고, 중력을 거슬러 흙에 물이 저장된다. 그 물을 잡초가 빨아드리지 못하게 밭을 간다. 그리고 다음해 풍작을 기다린다. 이게 바로 전 세계의 건조지대 농업을 석권한 물 관리 기술, ‘여름철 휴한’의 시작이다. 그렇다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밭을 갈면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소중한 흙의 유기물이 분해되고 만다. 게다가 흙을 덮은 작물이 없기 때문에 비바람에 의한 토양 침식(유실)이 심해진다. (.....)
이 난관을 타파하기 위해, ‘화학적 휴한’이라고 불리는 신기술이 개발되었다. 흙을 가는 대신 제초제를 뿌려 잡초의 성장을 막는, 상당히 억지스러운 방법이다. 그래도 이렇게 하면 잡초의 유해가 지표를 덮게 해서 토양 침식을 방지할 수 있다. 유기물 분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비옥한 표층토를 보호하고 흙에서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현상도 줄일 수 있다. 거기에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 조작 카놀라나 밀을 재배하면 잡초 관리도 쉬워진다. 유전자 조작에 대한 시비는 다른 전문서적에 넘기겠다. 아무튼 토양 침식을 줄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이 작가도 결국 하나의 측면 즉, 토양밖에 못 봤다는 얘기다. 소비와 생산을 줄이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겠으나... “일음일양”이다.
P.231-232
맛있는 차와 산성
맛있는 차를 만들려면 대량의 질소 비료를 뿌려 차나무에 흡수시켜야 한다. 그 결과 흙은 강산성으로 변하고, pH를 측정하면 3.6에 달한다.
차나무는 산성토양을 좋아하는 동백나무과의 수목이라 흙을 산성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또한 수국과 굉장히 비슷해서 유해한 알루미늄을 구연산과 결합시켜 해독할 수 있다. 차의 재배에 한해서는 다행인 셈이다. 하지만 자연계 전체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질은 순환하는 것이다. 과잉 질소 비료는 미생물에 의해 질산으로 바뀐다.
결국, 중성이었던 호수의 물의 pH도 산성으로 바뀐다. 1990년대에는 그 탓에 물고기가 죽어버리는 사태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되고 있다. 차 맛은 유지 하면서도 질소 비료를 적게 쓰는 시스템이나, 차밭의 하류에 논을 두는 정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하류의 논으로 옮겨진 질소는 벼에 의해 흡수될 뿐 아니라, 환원 상태의 논토양 미생물에 의해 질소 가스로 바뀐다. 이때 수소이온도 소비되기 때문에 산성이었던 물도 중성으로 돌아간다. 논으로 오염을 여과할 수 있는 것이다.
P.238
중국의 농지에는 1헥타르당 연간 5백~4천 킬로그램의 질소 비료가 공급되고 있다. 일본의 보통 농지의 5~40배나 된다.(.....)
산성화된 토양을 일시적으로라도 중화시키려면 석회 비료를 뿌려야 한다.
농부에게는 물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무거운 부담이다. 가장 좋은 대책은 질소 비료를 줄이는 것이겠지만, 질소 비로라는 ‘마약’은 좀처럼 끊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P.244
콩은 습기가 과한 조건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작물이다.
P.246
논농사를 했던 양분이 많은 땅에서는 반대로 콩이 잘 자라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는 한다. 콩은 양분이 부족한 흙에서도 잘 자라고, 질소를 고정시켜 흙속에 질소량을 증가시킨다.(.....)
일본산 콩으로 만든 낫토를 먹고 싶다면, 소비자는 수십 엔 비싼 국산 낫토를 응원 구매해야만 한다.
P.247
<천공의 성 라퓨타>
흙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함께 살아가자
씨앗과 함께 겨울을 보내고 새와 함께 봄을 노래하자.
(.....)
흙과 떨어져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P.252
산성토양과 더불어 지내온 식물과 버섯의 진화에는 수억 년 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대가 지금 뿌리는 씨는 결국
그대가 거둬야 하는 미래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P.253
선조가 뿌린 씨를 키우며, 새로운 씨를 뿌린다. 우리는 씨 뿌리는 일을 절대 국가나 기업, 농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심사위원이기도 한 우리 소비자가 식탁을 다시 돌아보고, 슈퍼마켓 상품의 뒷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시작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