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북녹색연합에서 활동하는 김희진입니다. 전주에서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수요 오픈마이크를 만들었는데요, 정말 잘 들리지 않던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이번 수요일에도 장애인 이동권, 학생·교사 인권, 성소수자, 입양 당사자의 이야기, 전주시장이 잘라버린 버드나무 등 많은 의제들이 나왔습니다.윤석열 퇴진 이후 우리가 만들 세상에 대해 말하는 자리이니, 저도 용기를 내 비건, 동물권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안이 시급한데 이런 얘기 해도 될까, 망설일 때 많은 분들이 중요한 이야기라고, 듣고 싶다고 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좀 쑥쓰럽지만 작은 균열과 힘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에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당분간 매주 수요일 열 예정이니, 오셔서 많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새겨 듣겠습니다.
🎙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수요일 - 전주 오픈마이크
“세상을 바꾸는 수요일”은 윤석열 퇴진 이후 우리가 만들 사회를 말하는 자유발언대입니다. 누구나 발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일시 :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장소 : 풍패지관(객사) 옆 하나은행
발언 신청 | https://bit.ly/to-change-world
문의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구파란 (010-2337-8825)
주최 |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수요일
(공공운수노조전북본부, 노동당전북도당, 사회주의를향한전진전북위원회,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전북녹색당, 전북녹색연합,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참교육동지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의당전북특별자치도당, 차별없는노동사회네트워크, 소모임 등(책방토닥토닥))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소수자성을 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게 엄청 큰 연대의 물결을 만들고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에서 가장 잘 말해지지 않는 존재들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어서. 그리고 저희가 공식석상에서 어떤 비하발언을 하지 말자는 약속을 정할 때 가장 늦게 올라오는 존재. 계속 합의가 되지 않는 존재라서.
제 정체성 중 하나는 육식을 하지 않는 비건이라는 것입니다. 고기라고 이름 붙여지는 온갖 동물, 바다와 강에 사는 물살이, 닭알, 소젖을 먹지 않고 동물들을 착취해서 얻어지는 가죽, 털, 깃털, 화장품 등을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도 한때는 아무런 위화감 없이 육식을 했었습니다. 마트에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는 고기를 그저 식품 정도로 생각했지 한 동물의 살과 피라고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공장식 축산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적나라한 사진과 영상으로 접하게 됐을 때, 그 끔찍함에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일매일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데 왜 한번도 이런 식으로 산업이 굴러갈 거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지? 자신한테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스무살때 별명이 김치킨이었거든요? 동기들이 저녁에 뭐 먹을래? 하면 맨날 치킨 먹자 그러고 혼자서 한 마리 거의 다 먹고 그래가지고. 근데 제가 그걸 보고 닭가슴살이라고, 닭다리라고 분류하고, 분명히 뼈를 발라서 먹고 있는데 살아있는 한 마리의 닭을 죽여서 그 살을 먹는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던 게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윤석열을 비하할 때 자꾸 호명되는 돼지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돼지는 착하고 똑똑해요.) 도살장에서 태어난 새끼 돼지는 태어나자마자 강제로 이빨이 뽑히고 꼬리가 잘립니다. 움직이기도 힘든 밀집된 축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 뜯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얼마나 좁은 곳에 수용되냐면요, 움직이고 싶은데 그럴 빈틈이 없으니까 서로를 밟아 올라서고 밀고 하다가 몇 명은 깔려서 죽어요. 그 시체 위에서 계속 울부짖고 발버둥쳐요. 그런데 돼지 몇 명이 죽더라도 공간을 늘리는 것보다 비용이 더 싸니까, 오로지 돈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거기서 살아남아도 사는 게 아닌게요, 어느 정도 성장하면 자기 몸 크기밖에 안 되는 철창에 갇혀서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 자기 배변을 뒤집어 쓰고, 살충제와 항생제가 얼굴에 뿌려지면서, 평생을 고통만 받다가 죽습니다.
이런 환경은 당연히 도살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열악합니다. 배설물과 메탄가스로 코가 아플 정도로 악취가 나고요, 계속 튀고 흐르는 피, 기계 속도에 맞춰 반복적으로 빠르게 해야하는 살육행위로 많은 도살 노동자들이 정신병과 트라우마를 호소합니다. 2013년에는 구제역 파동 당시 살처분 업무 뒤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축협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실체를 다 보고도 식욕을 느끼고 고기를 그냥 깨끗한 마음으로 씹어 삼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다 육식을 그만둬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런 세상은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가 매일 매일 먹는 밥을 생각해보면 고기가 빠지는 날이 없고 식당을 가서도 (고기가) 안 들어 간 게 없어서 밥 먹을 데를 찾기가 어렵고. 그냥 이런 세상에서 우리 조금만 줄이자고. 그리고 너무 너무 끔찍한 공장식 축산을 철폐하자고 말하면, 동물 애호하는 본인의 사상을 강요하지 말고 남의 먹을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고 합니다. 도살장 사진을 들이미는 것에만 폭력이라고 합니다. 그럼, 불편해질 것이 뻔하기에 일부러 보지 않고 오직 맛만 즐기겠다는 입장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만들어갈 사회를 말하는 자리에서 인간이 아닌 비인간동물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우리가 매일 매일 식탁에서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되는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그 죽음이 최종 소비자인 우리에게 죄책감이 들지 않게끔 생명-동물이 아닌 식용-고기로 깨끗하게 지워지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인간 아래의 존재로 비하하지 말자고 하는 이유는 그런 태도에서부터 공장식 축산과 대량 살처분이라는 끔찍한 상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먹을 식량이고, 마음대로 때리고 죽여도 된다는 멸시가 눈 앞에서 몸부림치는 고통을 지우기 때문입니다.
비인간동물은 인간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들은 고통을 느끼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한 명 한 명의 생명입니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은 가두어도 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성노동자는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비닐하우스는 사람이 살아도 되는 집이 아닙니다.
이들을 향한 차별적인 폭력과 착취 구조는 너무도 닮았습니다. 그리고 폭력과 학살에 대한 무감각과 본인의 안위만 가장 중시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최악에 달한 결과가 윤석열이고 트럼프고 이스라엘의 네타냐후고, 지구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든 인간 사회입니다.
공장식축산으로 유지되는 육식에는 너무 방대하게 연결된 문제들이 있는데 짧은 시간에 다 전하지를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건 자본 문제고, 기후 문제고, 식량 문제고, 건강 문제고,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관련 논의가 나올 때 단지 동물애호가의 유난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부족한 표현으로 전했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같이 신청한 노래는 이렇게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 사이에 닮아 있는 착취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영화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하루 감독의 플래닛 a 라는 영화인데요,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오는 한 시간짜리 짧은 영화이니 꼭 한번 감상해보시길 권합니다. 그 영화를 본 뒤에는 밥상과 시장의 풍경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하루 - Planet A : https://www.youtube.com/watch?v=Hz6VPC-Aj9I
미루 - 구멍 : https://www.youtube.com/watch?v=GhTYW6Z-z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