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며
외장하드에서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절대 열어보지 말고
무조건 소각하라 하셨지만
사람 호기심이 어떤지
다 아시잖습니까...
어느 주말 아침
새벽부터 통족발을
해동하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저희 삼형제 잠들고 나면
야식을 즐기셨는데
어머니가
아버지 건강을 걱정하시자
시간대를 옮겨
새벽에 드신 것 같습니다.
고기 뜯긴 모양이
직접 베어 드시다
손으로도 뜯어 드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꼭 소주를 찰랑찰랑 채워서
쭉쭉 드시던 것이 기억납니다.
집에 칼도 있었을텐데
왜 이렇게 드셨는지
이상한 일입니다.
외할머니가 담가주신 총각김치를
볶아놓은 접시도 보입니다.
저도 맛있게 먹었는데
이제 그맛을 찾기 어렵습니다.
아침이 되어
제가 일어나서 참견하는 모습이
일부 찍혔습니다.
사진 파일의 날짜를 보니
제가 초등학교 때입니다.
저에게도 선심 쓰듯이
몇입 주셨는데
사진이 여기까지인 걸 보니
배불러서 저에게 주신 것 같습니다.
장갑낀 손으로 뼈를 움켜쥐고 드시던데
그 와중에 밥솥도 누르셨네요.
이 밥솥 썼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
막내동생도 일어났나 봅니다.
툭하면 제 장난감 망가뜨리고
부모님께 제일 귀여움 받길래
시기 질투하고 미워했던 기억도 납니다.
베란다에 항상 빨래가 널려있었는데
이 사진엔 훤하네요.
..
하드 속엔
이것 말고도
보물이 가득합니다.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
..
.
나중에 아들에게 어떻게 추억될지
상상에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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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통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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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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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