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사가 일을 그만 둔 이래,
하필이면 그 때를 같이 해 내 이에 문제가 생겼음에도(그 전에 부지런히 찾아가 치료를 했어야 했는데, 다음에 하지 하다가 그 기회를 영영 놓쳐)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중간에 치과의사에게 물어 학교 후배라는 다른 치과에 한 번 갔었는데, 병원은 깨끗했지만 그 의사의 너무 다른 느낌에 거부감이 심한 데다 견적도 몇 백만 원이 나와, 도무지 그 돈을 감당할 수가 없어 포기하고는 또 한 세월을 보내다,
겨울이 되면서, 아무래도 치료를 늦출 수가 없어서,
식사 자리에서 치과의사에게 그 말을 했더니,
여기 가까운 '원자력 병원'에 가라고 하기에,
그 즉시 전화로 예약을 했었는데,
하필이면 '코로나 펜데믹 3차'가 터지는 바람에,
다른 곳도 아닌 입을 벌리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서, 겁이 나,
사실대로 얘기한 뒤 예약까지 취소를 했었다.
그렇게 또 해를 넘긴 뒤,
이대로 이를 방치하다간 정말 '틀니'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다시 병원에 예약을 하게 되었는데,
그 날이 바로 월요일(18)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치과에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사실 어제 밤이거나 새벽에 눈이 쏟아질 거라는 예보가 며칠 전부터 있었는데, 눈이 오긴 했지만 그저 땅을 살짝 덮을 정도로, 그것도 쌓인 건 지붕 정도로 웬만한 길은 다 녹아 있는 것 같아,
어차피 병원에 갔다가(기왕에 나가는 길에) 돌아오는 길에 '채소점'에 들러 장을 봐와야 해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했다.
그런데 내 우려와는(내 자세) 달리 병원엔 수많은 사람들의(환자와 그 가족들일 테지만) 모습이 보였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코로나 때문에 겁도 나고 또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라도 일부러 피해왔기 때문에) 세상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아무튼 열흘 여 기다려왔던 예약이었기에 나도 이른 시간에 치과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일단 내 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X레이부터 찍자고 해서, 사진을 찍은 뒤 바로 치과의 한 의자에 앉아 있으라기에 담당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의외로 그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다른 환자 치료 중)
그렇지만 그저 덤덤히 의자에 앉아 멀거니 앞에 있던 창을 바라보고 있는데,
건물 자체는 다른데, 바로 치과 창 앞에 있는 또 다른 실내는 '휴게실'인 모양으로 몇몇 사람이 탁자에 앉아 전화를 걸거나, 아침을 먹는 모습도 보였고,
그 너머의 창밖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 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더니, 웬 눈?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이 치료 후 눈길을 어떻게 한담? 하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는 없을 터라서,
제법 되는 거리를 자전거를 끌고 가라고? 하면서는, 에이! 웬 눈이냐고...... 하는 짜증도 났다.
1,2 백 미터도 아니고, 적어도 그 열 배는 넘을 길을 자전거를 끌고(더구나 눈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
일부러 시간을 잰 것도 아니라서(안경까지 벗고 앉아 있었기에, 시간을 볼 상황도 잴 상황도 아니어서) 그저 그렇게 앉아 있었는데, 적어도 3-40분도 더 기다린 것 같았다.
그러자니 슬슬 약도 오르고 짜증도 났지만, 하는 수 없었다.
다만, 우두커니 앉아 창 너머 또 너머의 창으로 내리는 눈을 보고 있다 보니, 눈송이가 점점 커지고도 있었고, 거기 있던 여자들 몇이, 돌아가며 창 너머 눈오는 사진 찍는 등......
결국 치과 의사(여자)가 왔고 진료가 시작됐는데,
정면에 놓여있던 모니터 안의 내 이 사진을 가리키며, 몇 가지 얘기를 해주었는데,
우선 스캘링부터 한 뒤, 이가 깨끗한 상태로 다시 점검해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또 다른 환자에게 갔고, 누군지(또 다른 의사거나 간호사) 나에게 이를 치료할 비용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는데, 일부 보험도 되지만 '금니'를 하는데는(나는 그걸 하기로 동의했다.) 60여 만 원이 든다는데, 그게 세 개 정도는 될 거라는 것 같았다.
국민연금으로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나에게 그럴 만 한 돈이 어디 있나? 하면서도, 그냥 이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떻게든(누님에게 빚을 내서?) 치료를 받아야 하긴 하겠는데...... 하는 암울한 생각이었고,
스캘링이 시작되었는데, 여자들이라 그런지 상당히 깨끗하고 꼼꼼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런 뒤 또 어느 정도 기다려서야 담당의사가 돌아왔는데,
오늘은 왼쪽의 신경치료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 뿐만이 아닌, 뭔가 이빨 본을 뜨는 것 같기도 했는데,
또 한참을 기계로 갈고 맞추고 하나 보았다.
그런데 전에는 맨 얼굴로 치료를 받았는데, 여기는 구멍 뚫린 얼굴 덮개 천을 씌운 상태여서, 치과 의사 얼굴도 모른 채 그렇게 치료를 받았고,
일 주일 쯤 뒤에 다시 오라는 얘기를 듣고는 치과 진료를 끝냈는데,
10시 예약이라 그 전에 들어가 X레이를 찍었기 때문에, 치과 안에 있었던 시간이 거의 두 시간에 육박하고 있었다.
물론 그 전의 치과에서는 하도 손님들이 밀려 아무리 많아도 30분을 넘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여기는 개인 병원도 아닌데다 요일마다 다른 의사들의 일정이 있는 등 다른 시스템이기도 해서 그런가 보았다.
아무튼, 스캘링에 또 신경치료까지를 받아 입 안이 얼얼한 상태로 병원을 나왔는데,
(어찌 됐든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니, 후련하긴 했다.)
아직 마취가 끝나지 않았으니, 밥은 두시간 정도 뒤에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나오니 눈발이 가늘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고,
나는 장을 보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걸어갈 수도 있었지만, 자전거를 병원에 세워둘 수만은 없었고 또 물건을 산 뒤에도 손으로 들고 갈 수가 없는 이유가 더 컸던 것이다.
그렇게 공릉역까지 자전거를 끌고가다(중간에 녹은 길에선 타기도 하는 등),
거기 가게에서 귤 한 박스, 오렌지, 포도 등 과일 위주로 장을 봤다.
(일주일 뒤에 다시 병원에 와야 하니까, 어쩌면 그 일주일은 또 아파트에 처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더구나 가져 갔던(수중에 남았던) 돈도 간당간당해서 더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어서,
그것들을 빈 박스 하나에 담고, 역시 자전거를 타기도 하다 또 끌면서 돌아오는데,
중간의 한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넜는데, 자전거 뒤에 실었던 상자를 조였던 끈이 느슨했던지,
와당! 하며 상자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낭패였다.
그렇지만 그 순간엔, 그나마 다행히 통행하는 차들이 없었기 때문에,
부리나케 그 상황을 수습하고(귤의 일부가 길바닥에 깔리는 등 심난하긴 했지만), 겨우 산책로로 접어들 수 있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지난 번까지 두어 차례 눈이 왔을 때는, 그저 아파트 안에서 사진을 찍었을 뿐 밖에 나올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오늘은 눈이 내릴 것 같지 않아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 긴 눈길을 자전거를 끌고 눈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파트에 돌아오긴 했는데,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도, 마취가 풀릴 때까지 먹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하는 ‘춘란배 8강 전’ '신진서' 대 '판팅위'의 대국을 보는 것으로 배고픔을 참아야만 했다.
첫댓글 이는 정말 중요한 기관입니다. 오죽하면 오복 중에 치복이 들어가겠어요?
잘 치료하세요.
이는 돈도 많이 들어요.
돈이 없으니 하는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