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에 늘 도전을 / 최종호
새 보금자리로 옮기기 전까지 늙수그레한 이발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늘 만족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술이 형편없는 것도 아니어서 여기까지 왔다. 내가 한 곳에 24년 가까이 터를 잡고 살았으니 여기를 단골로 삼은 지도 그만큼 되었다. 언젠가 바꿔 볼까 싶어 집 근방에 생긴 이발소를 갔다가 단발머리처럼 자르는 바람에 혼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다른 곳을 찾아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이 들어 머리카락 숱이 적어지고 가늘어지기에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머리를 손질할 때가 되면 어디로 갈까 작은 고민이 시작되나 결론은 또 다니던 곳을 다시 찾게 되는 일을 반복했다.
용기를 내서 새로 간 곳은 탁구장 근처의 가게이다. 차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남성 전용 미용실’이라는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늦은 시각까지 불이 켜져 있어서 성실한 사람이 운영하겠거니 예상했다. 거기다 유리창에 ‘남성 커트 12,000원’이라고 붙여 놓은 걸 보니 더 솔깃했다. 외관으로도 깨끗해 보이고, 내부도 환해서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복지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젊은 여자 미용사가 나이 지긋한 남자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혼자서 하는 줄 알았는데, 양치질 하던 중년의 여성이 안에서 나오며 앉으라고 한다. 먼저, 어떻게 자르면 좋겠냐고 물어봤다. 의견을 듣더니 시원시원하게 빠르게 가위질을 해 나갔다. 남자 머리카락을 많이 상대해 본 사람처럼 느껴졌다. 말투나 행동, 분위기가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실내 환경도 세련되고 깔끔해서 맘에 들었다.
내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안, 초등학생 한 명과 40대로 보이는 남자 손님이 들어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다녔던 남자 이발사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잡고 바깥 부분을 가위로 잘라 냈다면, 이 미용사는 안쪽 부분을 솎아 내는 방식으로 머리를 다듬었다. 거울 옆에 큰 글씨로 머리 마사지 요금표가 보였다. 나도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두피 혈액 순환과 영양에 좋다며 권했다.
머리카락을 정리하자, 화장품 같은 것을 듬뿍 짜내어 머리 이곳저곳에 바르더니 비닐장갑을 끼고서 골고루 문질렀다. 그런 다음, 전기 안마봉으로 머리는 물론 목까지 자극했다. 개운하고 시원했다. 자주 한다면 탈모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머리를 뒤로 젖혀 감기더니 의자에 다시 앉으란다. 그런 후, 드라이기로 말려 주었다. 작은 서비스지만 손님을 배려하는 게 느껴져서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머리카락을 자를 때 한곳만 줄곧 이용하다가 이제 대안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이 들수록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주저하게 되고 환경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했다. 미용실 하나 찾는 일도 여러 번 고민하고 관찰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앞서지는 못할망정 뒤따라서라도 가려면 마음부터 열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익숙한 식당에서, 늘 보던 사람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며 노는 일이 편하고 좋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치매 예방과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한다. 뇌도 젊어진단다. 낯선 일을 두려워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