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나 (외 1편) / 홍재현

[박봉준]

산만한 나

홍제현

오늘 너무 기분 좋아

선생님이 나보고 산만하다고 하셨어

내가 키가 크고 싶어서

어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은 걸 어떻게 아셨지?

내가 산처럼 커졌나 봐

오늘 너무 기분 좋아

엄마가 나보고 산만하다고 했어

내가 드디어 꿈이 생겼거든

나는 우주 먼지가 될 거야

아주 작은 우주 먼지가 저 반짝이는 별도 되고

커다란 태양도 되는 거 알지?

일단 우주 먼지가 된 다음에 뭑가 될지는 두고봐

나는 참 키도 꿈도

산만한 아이야

멋지지?

빨래 가족

우당탕탕

세탁기 속

빨래들이 엉켜 돌아간다

축구 하다 더러워진 내 양말

형 태권도복 속에 들어가 있고

밤늦게 오신 아빠 바지

엄마 내복을 휘감고 있다

서랍 속에 개켜놓은 빨래처럼 각자 조용한

우리 가족 대신

세탁기 속에서 빨래들이 껴안고 있다

씨끄럽게

다정하게

우당탕탕탕

동시집 『달팽이 사진관』   2022년 소금북

홍재현 시인

서울 태생, 춘천 거주

2020년 <시와소금>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

2022년 춘천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