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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유 산문집 『찢어진 그물코 깁듯』
979-11-7155-033-3 / 134쪽 / 135*195 / 2023-12-20 / 12,000원
책소개 유튜브 바로가기
■ 책 소개
수필가 김선유 작가가 2013년 《문장》 수필로 등단 후, 수필집 『달밤에 너를 그린다』에 이어 첫 산문집을 펴냈다.
평소 음악과 글, 그림에서 깊은 위안을 받는다는 작가가 선사하는, 마음에 힘이 되는 감성과 지성의 산문집, 『찢어진 그물코 깁듯』. 최근 시의 매력에 빠져, “시를 가까이하며 늘 보던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관찰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떠오르는 대로 기록한 내면의 기억들과 관찰의 눈으로 잡아낸 일상의 편린을 모아 산문집으로 엮는다.”는 김선유 작가, 지극히 소소하고 덤덤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상에서 찾아낸 사유의 사금파리 조각들을 영롱한 잠언이 깃든 문학작품으로 창조하여 『찢어진 그물코 깁듯』 알알이 실었다.
“… 소나무 가지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자 얼어붙은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사금파리가 날아오르려 하자 파르르 날갯짓하는 나비 같다.”(「사금파리」 중에서)
■ 저자 소개
김선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MBTI 강사, 부모교육 강사, 심리상담전문가로 심리상담연구소와 대학학생상담센터 등에서 일했다.
2013년 《문장》 수필로 등단했으며 《여백문학회》 편집주간과 계간 《문장》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 『달밤에 너를 그린다』
산문집 『찢어진 그물코 깁듯』
■ 목차
머리글
1부 가재가 노래하는 곳
레인 맨 / 두 팔 벌려 안기는 꽃 / 나비 1 / 사과에도 나비가 있다 / 화분에 물 주며 / 새의 허상 / 여름, 위양지 / 가재가 노래하는 곳 / 가까이하기엔 / 사금파리 / 누군가에게 한 번쯤 제 온몸을 / 절실함은 경계를 허물고 / 허물벗기 / 애도의 시간 / 쩍쩍 갈라진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 이팝꽃 천지삐까리 / 천국의 계단 / 검은 묵언 / 빈 논
2부 뒤로 가는 구두
세모의 변 / 그런데 / ‘그냥’ / 나는 코끼리 타는 나이 / 뒤로 가는 구두 / 그 집 / 손톱을 깎으며 / 의심 / 추상화 / 죽은 자를 위해 빵을 먹다 / 행복한 택배 / 여지 / 이유는 없지만 / 잠자의 눈곱 / 세족례 / 지역감정 / 색의 마법 / 난소에게 안부를 묻다 /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 김밥집에 고래가 있다
3부 목소리에도 지문이 있다
푸른 발가락 / 쉽게 사라지지 않는 / 커다란 파도가 나를 덮쳐도 / 뼈와의 대화 / 겸손 / 조각 / 목소리에도 지문이 있다 / “따가워” / 즐거운 침례 / 동행 / 포기하고 싶었던 적 있었겠지만 / 다 늘어진 테이프를 버리던 날 / 대자보를 붙이다 / 울고 싶어라 / 등을 읽다 / 사랑의 기하학 / 양철지붕 카페 / 미에게 / 풍어제
4부 직유로 만든 첼로
빨간 물 들다 / 기름이 얼었대 / ‘모르겠다’로 끝나는 문장 / 그러니 아직 /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 / 직유로 만든 첼로 / 소름 / 시로 만난 4월 / 나만 까맣게 모르는 / 딱정벌레, 할리 데이비슨 / 유쾌해질 수 있을까 / 해장은 섭국이지 / 가끔 그가 내게로 왔다 / 닮아간다는 건 참 쓸쓸한 / 네 이름은 아이러니 / 아, 이태원 / 길 위에서
■ 출판사 서평
「가재가 노래한 곳」, 「뒤로 가는 구두」, 「목소리에도 지문이 있다」, 「직유로 만든 첼로」 등 4부 64편의 작품, 일반적인 산문의 길이보다 다소 짧은, 꼭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편 작품마다 깃든 제 나름의 소중한 의미들이 진실하면서도 아름답다.
“올리비아 뉴먼 감독이 연출한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봤다. 어렸을 때 가족에게 버림받고 습지에서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다. 이 세상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마음을 열고 보면 하찮은 것이 없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고개를 흔들어도, 단 한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어떤 시간과 공간에서는, 저 나름의 의미가 깃들기 마련이다. 습지도 마찬가지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전문)
“…절실함은 경계를 허문다. 땅에 그어진 금 따위는 쉽게 뛰어넘는다.”라는 표현(「절실함은 경계를 허물고」)대로 평범해 보이는 자연의 풍경 너머를 포착하고 새롭게 찾아낸 절실한 순간과 그 의미를 담백 간결한 문장으로 이어 정직하게 그린 작품들이 있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온기와 위안이 담긴 글의 속내가 참 따스하다.
“내 주위에도 내가 허물 벗는 것을 도와주는 이가 있어서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구나. 배롱나무가 나를 가르치는 여름이다.”(「허물 벗기」), “안방 창틀에 벌 한 마리 죽어있다. …나가고 싶은데 출구를 찾지 못할 때의 막막함이 그 주검에 서려 있다.”(「애도의 시간」), “쩍쩍 갈라진 마음을 숨기지도 못한 채 그대로 얼어붙은 못은 무연히 눈을 감고 있다.”(「쩍쩍 갈라진 마음을 숨기지도 못하고」), “잎 속의 잎에게 헌신하는 천국의 계단은 각자도생이라는 요즘 시대엔 무척 낯설어 보인다.”(「천국의 계단」), “불분명한 검은 나방을 오랫동안 자주 바라본다. 무엇 때문일까, 나방의 저 묵언에 나는 왜 자꾸 발목이 잡히는 걸까.”(「검은 묵언」), “빈 논이라지만, 실은 비어 있지 않다는 걸 빈 논에서 배운다.”(「빈 논」).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학을 전공하고 MBTI 강사, 부모교육 강사, 심리상담전문가로 일한 바 있는 김선유 작가, 사람과 사람살이의 온갖 멍을 어루만져서 삭이고 행복으로 이끄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가 바라보는 일상에는 웃음과 감동의 순간이 있다. “내 소가지도 작은 세모다.”(「세모의 변」)라며 자신의 허물을 먼저 고백하는 진솔한 마음은 “그런데”라는 말이 주는 희망의 여지(「그런데」)를, “그냥”이라는 말속에 담은 포용의 의미(「그냥」)를 “그냥” 잘 안다. 또 현관에 놓인 아버지의 뒤로 놓인 구두는 세상을 향한 자유의 마음(「뒤로 가는 구두」)이었음을, 고향에 온 피터 아저씨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살이와 따로국밥(「그 집」)은 눈물 속의 사랑임을 아는 작가의 글은 ‘밀고 당기는 우리 마음의 공간(「손톱을 깎으며」)에 어떤 경우에도 따스함을 담아야 한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바람이 불면 우는 건 흉이 아니라고 울고 싶은 이의 귓전에 속삭인다. 비가 오면 비보다 더 많은 눈물을 머금고 있다가 울 곳이 필요한 이들에게 곁을 내준다.”(「여지」)라며 뜨거운 눈물로, 또 담백한 웃음으로, 행복을 이야기하는 다정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울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강변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시큰거렸어요. 노을 너머 아득한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데, 번호를 몰라서요. 눈물은 나지 않는데, 울었습니다. 미사 후 발달장애 아들 둔 자매님이 저 멀리서 기도하는데, 다 들리는 것 같았거든요. 그 순간 뇌경색을 앓은 동생이 떠올랐어요. 쉬운 길을 두고 아는 길로만 가는 것 같은 동생 차를 모른 척 따라가며 가슴이 미어지던 저녁이 생각나서요. 울었습니다. 땅바닥 돌에다 머리를 찧고서도 아픔을 느낄 수 있어서 기뻐서요. 아직은 괜찮다며 똥차를 사랑한 그의 똥고집을 용서할 수 있어서요. 브레이크 고장 난 차를 안아준 게 예수님이 사랑한 포도밭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거든요.” 근데 원수를 사랑하라 하셨다면서요.” (「이유는 없지만」 전문)
“시간의 노폐물이 켜켜이 쌓여서 잎맥이 변한 것이다.”(「목소리에도 지문이 있다」). “적당히 자라면 절제할 줄 아는 오죽”(푸른 발가락」)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변함없이 고결한 마음을 잃지 않는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품은 “오늘 밤 자는 잠에 불려 가도 좋다는, 저절로 앞으로 숙어지는 겸손한 자세”(「겸손」)를 품고 있다. “천방지축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은 지”(「대자보를 붙이다」)나고, 이제는 “게으름을 부리느라 흘려보낸 시간이 어른거린다. 후회가 뼈저리”(「뼈와의 대화)다. 그러나 “실은 한 번도 기권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함께 걸어온 아름다운”(「포기하고 싶었던 적 있었겠지만」) 우리네 인생, “조금은 씁쓸한 뒷맛을 지닌 원두에 양철지붕 두드리는 빗소리가 입혀져서(「양철지붕 카페」)” 아름답게 완성되었다고, “오래 들어야 소리가 보인다.” 같은 수굿한 달관의 아포리즘 문장이 마음 깊이 새겨지는 듯하다.
찢어진 그물코를 잇듯 세심(洗心)과 세심(細心)의 문장으로 한 땀 한 땀 공들인 작가의 글은 “가끔 시가 내게로 왔다.”라는 작가의 시에 관한 순수한 사랑과 믿음이 보태어져 깊고 서정적으로 의미를 그려내어 보여준다. “시”에 관한 문장들을 되새겨 보면, “시 구절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데, 슬프지도 않은데, 자꾸 눈에 물기가 서린다.”(「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 “내가 좋아하는 시만 하더라도 똑같은 소재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전혀 다른 매력으로 탄생시킨 경우가 많다.”(「직유로 만든 첼로」), “맨주먹으로 총 앞을 막아섰다 쓰러진 언니 오빠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가득했던 그 시집은 내 피의 온도도 뜨겁게 바꿔놓았다.”(「시로 만난 사월」), “그의 굴곡진 생애와 치열했던 예술세계를 이해하고 나니, 스쳐 지나가던 이름에서 의미가 피어났다.”(「소름」) 등, 작가는 『찢어진 그물코 깁듯』의 작품을 볼 때 분명히 시인이 되었다. 편 편마다 함축의 매력이 살아있는 군더더기 없는 글이 마음에 자꾸 들어온다.
표사를 쓴 장옥관 시인은 『찢어진 그물코 깁듯』에 대해 “먼지와 녹에 덮여 보이지 않던 생의 진실을, 소소하고 덤덤한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섬세한 관찰의 눈으로 포착한 소중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작가 자신 또한 “두터운 일상을 뚫고 내게 와 준 것들을 데면데면하게 흘려보낼 게 아니라 곱게 갈아서 청으로 만들어 봐야겠다. 유리병 속의 청을 한 스푼 넣고 얼음 듬뿍 넣어 마시면 나태한 일상이 쨍! 하고 깨어나겠지. 소름 돋도록.”(「소름」)이라고 적었는데 그 표현 그대로, “새롭고 강렬하고 뜨거운 호명”, 김선유 작가의 산문집, 『찢어진 그물코 깁듯』이다. “스쳐 지나간 이름에서 의미가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