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6,7년간 눈팅만 해오던 kimmi입니다. 사커월드에 글을 쓴다는 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인데.. 다음 오니까 좋네요.
저는 아버지 직업 때문에 어릴 적부터 해외 여러 나라에서 살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곳이 이번에 이정수가 이적해 간 카타르라는 나라입니다. 카타르는 오일달러(엄밀히 말하면 가스달러입니다ㅎ)를 이용해 2003년부터 공격적으로 축구에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축구 좋아하던 저로써는 재밌는 일이 많았는데요 오늘 썰을 풀어 볼까 합니다.
2003년 느닷없이 호마리우가 100만달러에 3개월간 카타르 알 사드로 임대된다는 기사가 뜹니다. 현지에서도 상당히 이슈가 되었고 저와 친구들은 모두 흥분했었는데, 친구들과 같이 첫 경기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후반 교체 들어와서 그냥 흐비적 댔던;; 호마리우는 그 후에도 대충하는 플레이로 일관하고 알 사드는 연봉 지출 문제 등으로 곤란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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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단발성을 끝날 것 같던 카타르의 스타 영입.. 얼마 후 축구협회가 직접 나섰습니다. 카타르 축구협회에서 직접 유명 스타들을 스카웃한 후 각 팀에게 한명씩 나눠주는 정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그리하여 카타르리그에서 뛰게된 스타 플레이어가 바티스투나, 이에로, 에펜베르그, 로날드 데부어, 프랑크 데부어, 데사이, 르뵈프, 뒤가리, 카니자 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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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는 인구 60만에 면적은 경기도보다 작은 나라입니다. 2부리그까지 클럽이 20개 정도 있긴한데 정말 클럽마다 몇백미터 떨어져 있는 수준.. 정말 작습니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 저런 대스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까 재밌는 일이 많았습니다.
우선 아르헨티나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친구 엄마가 바티스투타랑 친해진 것을 계기로 훈련장에 찾아가 이렇게 사진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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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부모님이 골프를 치고 오시더니 이런 얘길 해줬습니다. 부모님이 같이 라운딩 하는 사람이 자기는 아르헨티나 사람이고 이름이 가브리엘이라고 소개를 했답니다. 저희 어머니는 가브리엘 대천사가 생각나셔서 “오 엔젤? 엔젤?” 이러면서 농담하셨다는ㅎ. 근데 라운딩을 하면서 아무리 봐도 어디서 본 얼굴이란 생각이 들어 누군지 물어보니까 “아, 나 바티스투타야” 이랬다는ㅎㅎ
카타르는 골프장이 싸고 좋아서 우리 가족이 애용했었는데 또 한 번은 아버지가 라운딩을 하는데 같이 라운딩하는 사람이 네덜란드 사람 이였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자기는 한국 사람이라니까 그 사람이 갑자기 나 월드컵에서 니네 나라 상대로 골 넣은 적 있다고.. 뭔소린가 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프랑크 데부어였다는..
카타르는 놀게 정말 없습니다. 주말엔 친구들이랑 축구하거나 시샤(물담배)피러 가거니 그냥 쇼핑몰에서 어슬렁거리는게 전부인데요.. 어느 날인가 쇼핑몰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데사이가 나타나더니 어느 카페로 들어가는 겁니다.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하고 카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엔 데부어 형제가 나타나더니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조금 후에는 이에로, 또 르뵈프.. 세계 올스타급 플레이어들이 한 케페에 모여서 노는 곳이 카타르였습니다. 잠깐 나온 드사이 불러서 사진 찍은게 이거. 급히 찍은거라 사진이 별로네요, 무슨 인도인 노동자처럼 나왔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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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선수들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습니다. 친구가 사는 주택단지에 사는 경우도 있었고 바타스투타는 제가 다니던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러 찾아온적도 있었죠. 아닌 선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카타르에서의 생활을 만족해했습니다. 바티스투나는 ‘내가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시키면서 싸인공세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곳은 카타르밖에 없다’라는 말도 했었다고 하네요.
그 후에도 에밀 음펜자나 제이제이 오코차와 같은 선수들도 오긴 했으나 제가 귀국한 이후라 잘 모르겠네요. 바티스투타 처럼 2시즌 이상 뛰고 득점왕도 차지한 경우도 있었고, 이에로 처럼 몇달만에 돌아간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카타르 축구협회의 이런 시도가 성공적이었을까요? 일단 돈이 많으니까 이런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도 조금 얻었고 관중도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우리 K-리그는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스타영입 한번 해봤으면 좋겠네요ㅎㅎ
이상 첫 글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카타르에 왔었던 각급 대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첫댓글 와우... 아무렇지도 않게 월드 스타들을... 한동네 분위기에서 만나는 나라군요..
정말 재밌겠네요 ^^;;;;;
바티와 사진! 근데 동네형 느낌이네요^^ 부럽습니다.
가끔 현실외적으로 제가 생각했던 일들이 님에게는 생활이군요..^^저또한 부럽습니다..
2부 기대할게요..ㅎㅎ
벌써 5년전에 귀국해서 이젠 옛날 얘깁니다ㅎㅎ 2부도 조만간 쓰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2부 기대합니다. ^^
넹 감사합니다~
이야...대단한 경험을 하셨네요...ㅎㅎ
이런 글들이 있어서 싸월이 참 좋네요 ^^
바티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인데 정말 부럽습니다
얼마전에 폴로를 하고있는 바티동영상을봤는데 역시 잘하더라구요 ^^
저도 진짜 바티 좋아하는데요. 바티시절엔 아르헨티나가 좋았는데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그닥 좋아하질 않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