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세계 2위인 우리나라, 왜 생산성은 제자리 걸음인가? (혁신 1편)
담당부서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실장 이동원, 과장 성원·정종우·최이슬, 조사역 김동재, 부원장 조태형등록일2024.06.03 조회수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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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미증유의 초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약화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의 중위가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수는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보인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40년 5,006만명, 2070년 3,718만명으로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조태형(2023)의 장기 경제전망에 반영해보면,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노동공급 감소 등으로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1>.
그림1.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1)2)
주: 1) 조태형(2023)에 장래인구추계치 등을 반영
2) 고위, 중위, 저위 생산성은 총요소생산성 기여도가 자본 기여도 대비 90%, 60%, 30%임을 의미
자료: 조태형(2023), 자체 시산
우리나라 기업, 전세계 혁신활동의 선두그룹으로 우뚝 섰으나
생산성 성장률은 0%대
우리나라는 초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 기술, 지식 등을 활용하여 경제 전반의 혁신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혁신이란 연구개발(R&D)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혁신은 기술진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등을 통해 장기 성장을 이끄는 주된 동력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활동지표는 글로벌 상위권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들어 생산성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R&D 지출규모와 미국 내 특허출원건수는 각각 세계 2위(22년, GDP의 4.1%)와 4위(20년, 국가별 비중 7.6%)를 차지하며 투입·산출 양면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그림 2>.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년 0.5%로 크게 낮아졌다<그림 3>.
그림 2. 2022년1) OECD 회원국의 R&D 지출규모
주: 1) 스위스는 2021년 기준
자료: OECD
그림 3. 전체 기업의 총요소생산성1)
주: 1) 전체 기업 대상(1.3만여개)
2) 종업원수를 가중치로 사용
자료: ValueSearch, Penn World Table, 자체 시산
여기에는 혁신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을 의미하는 「혁신기업」(innovative firm)의 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대 이후 오히려 더 크게 둔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본고에서는 미국에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혁신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혁신기업으로 구분하였는데, 이들 기업은 전체 기업 R&D 지출의 72% 내외(11∼20년 평균)를 담당했으나 생산성 증가율은 2001∼10년 연평균 8.2%에서 2011∼20년 1.3%로 크게 둔화되었다<그림 4>.
그림 4. 혁신기업의 총요소생산성
자료: 자체 시산
그림 5. 분류별 혁신기업의 총요소생산성
주: 1) 그룹별 수치는 단순평균 기준
자료: 자체 시산
혁신기업의 경우 ①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실적의 양은 늘었으나 질이 낮아진 점, ②중소기업의 혁신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된 점, ③혁신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의 진입이 감소한 점 등의 문제가 도출
이처럼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혁신기업을 규모와 업력을 기준으로 ① 대기업, ② 고업력 중소기업, ③ 저업력 중소기업 등 세 그룹으로 구분하고 기업생산성을 살펴보았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R&D 비용·위험 부담능력 등에서 유리하고, 업력이 짧은 기업일수록 신제품 개발과 같은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규모 및 업력에 따라 기업의 혁신활동이 차별화될 수 있다. 대기업(종업원수 상위 5% 기업)의 경우 전체 R&D 지출 증가를 주도했으나 생산성 성장세는 정체된 상황이다<그림 5>. 이는 혁신실적의 양(특허출원건수)은 크게 증가했으나 생산성과 밀접한 질(특허피인용건수 등 혁신의 중요도)이 2000년대 중반 낮아진 이후 개선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그림 6>.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 출원한 특허건수 가운데 대기업이 기여한 비중은 약 95% 정도에 달하지만, 대표적인 혁신실적 질적지표인 특허피인용건수를 보면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크게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그림 7>.
그림 6. 혁신기업의 규모별 R&D 지출규모
주: 1) 그룹별 수치는 합산 기준
자료: 자체 시산
그림 7. 출원 후 5년 내 특허피인용건수1)
주: 1) 미국 특허청 출원특허만 고려
자료: 자체 시산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중소기업(업력 하위 20%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2010년대 이전에는 생산성 증가세가 가팔랐으나 이후 크게 둔화됐다. 이는 ① 혁신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된 점, ② 혁신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의 진입이 감소한 점 등이 작용했다.
우선 혁신자금조달 측면에서 저업력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기업혁신조사」에 따르면, 저업력 중소기업 중에서 외부자금 및 내부자금 부족을 혁신저해요인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제조업의 경우 2007년 9.9%, 12.8%에서 2021년 45.4%, 77.6%로 각각 늘어났다. 또한,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2011년 9.8%, 19.7%에서 2020년 44.9%, 66.8%로 각각 크게 증가하였다<그림 8>. 이러한 자금제약의 영향으로 중소기업의 R&D 지출은 대기업보다 낮은 증가세 또는 감소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그림 9>.
그림 8. 저업력 중소기업1) 혁신활동저해요인 응답비중
주: 1)혁신기업이 아닌 전체 기업 대상으로 구분
자료: 한국기업혁신조사 원시자료
그림 9. 종업원수별 기업의
R&D 지출
자료: 연구개발활동조사
다음으로 혁신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의 진입이 줄면서 저업력 중소기업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저업력 중소기업 중에서 설립 후 8년 내에 미국 특허를 출원한 신생기업의 비중은 2010년대 들어 감소세를 지속하여 10%를 하회하고 있다<그림 10>. 이에 따라 저업력 중소기업의 업력은 2001년 1.6세에서 2020년 12.5세로 8배 정도 높아졌다<그림 11>.
그림 10. 설립 후 8년 내 특허출원1) 신생기업 비중
주: 1) 미국 내 출원특허 기준
2)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기준 충족 기업
3) 02∼03년 수치는 IT거품에 따른 벤처기업 건전화 방안 (02.2월)의 영향을 제외하기 위해 선형보간법으로 연장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자체 시산
그림 11. 혁신에 따른 기업분류별 업력
자료: 자체 시산
지금까지의 분석결과를 요약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활동지표는 빠르게 개선됐으나 2010년대 이후 생산성 증가세는 크게 둔화되었다. 특히 2010년 혁신기업의 경우 ①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실적의 양은 늘었으나 질이 낮아진 점, ②중소기업의 혁신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된 점, ③혁신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의 진입이 감소한 점 등의 문제점으로 도출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기업의 혁신 제고 방안과 그 효과에 대해 게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