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과 전문의 나종화 원장
|질환 발병 전까지 증상 없는 헬리코박터균, 정기적인 검사로 감염 확인해야
|항생제 내성 따라 적합한 제균치료 진행…암으로 이어질 위험 크게 낮출 수 있어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감염될 경우 위암 발생률이 2~3배가량 높아질 뿐 아니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을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균이다.
2020년 발표된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 근거 기반 임상진료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약 50% 정도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음식을 나눠 먹는 문화가 있어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높은 편이다. 내과 전문의 나종화 원장(강동천호내과)은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치료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나종화 원장과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종화 원장 | 출처: 강동천호내과
헬리코박터균 감염, 무증상 많아…음식 공유하는 식문화 주의
헬리코박터균은 사람의 위장 점막에 기생하고 있는 나선형 세균이다. 주로 대변이나 위액의 역류 및 타액으로 나온 균이 입을 통해 전파되는 경향을 보인다. 나종화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여럿이서 수저를 이용하여 음식을 나눠 먹는 식문화가 퍼져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직장 동료 등에서 감염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쉽게 이루어지는 반면, 감염 여부를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나 원장은 “위염이나 위궤양이 나타난 이후 △속 쓰림 △윗배 통증 △복부 팽만감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찾아오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감염자 90% 이상이 무증상 감염인 경우가 많아 고위험군이라면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은 정기 검사 필요…맞춤형 제균치료 시행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될 경우, 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 있습니다. △위궤양을 앓았던 환자 △조기위암 또는 위선종으로 절제술을 받은 환자 △MALT 림프종을 진단받은 환자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ITP) 환자 등은 위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만큼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또 10대 전후에 감염됐지만 30~40년이 지나서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만큼 40대 이상인 경우에도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받으면 감염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나종화 원장은 “2020년 국립암센터에서 NEJM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라 위암 가족력이 있는 환자군도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헬리코박터균은 위내시경을 통한 진단이 가능하다. 위내시경을 할 때 위 조직을 떼어내서 하는 요소분해효소 검사(CLO 검사), 면역염색검사, PCR 검사 등을 시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고령 등으로 위내시경이 부담스러운 환자는 날숨의 요소 성분을 확인해 헬리코박터균 유무를 파악하는 요소호기검사(Urea Breath Test), 혈액 내 생성된 항체를 찾아내는 혈청학적 검사, 대변에서 항체를 확인하는 대변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제균치료는 2가지 이상의 항생제와 위산 분비 억제제가 조합된 약물로 치료한다. 과거에는 1차(표준 3제 요법) 치료 14일 후 실패하면 2차 치료 등의 순서로 치료했다. 현재는 클래리트로마이신(Clarithromycin)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1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처음부터 비스무트 기반 4제 요법(Bismuth quadruple therapy)을 권고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다만 이러한 치료들이 항생제를 남용한다는 지적과 환자의 복용 순응도를 낮춘다는 지적이 있어,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항생제 내성에 맞는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나 원장의 설명이다. 나종화 원장은 “클래리트로마이신 항생제에 대한 내성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항생제 내성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항생제가 포함된 표준 3제 요법 7일 치료를 하고 내성이 있는 경우에는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항생제가 포함된 3제 요법 7일 치료 등의 맞춤형 치료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위궤양을 앓거나 조기 위암 또는 위선종으로 절제술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 MALT 림프종을 진단받은 환자,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ITP) 환자, 위암 가족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제균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도 제균치료를 했을 때 위장의 상피세포가 소장이나 대장의 세포로 변형되는 장상피화생이나 위축성 위염 등을 호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반영해서 모든 성인 감염자에 대한 제균치료를 권고하고 있기도 하죠. 추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반영된 치료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은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제균치료와 더불어 개인위생 철저히 해야
제균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헬리코박터균 재발 위험은 있다. 그러나 약 3% 미만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다만 평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감염 예방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헬리코박터균은 입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인위생에 철저해야 한다. 식사 전이나 용변을 본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찌개류 등의 음식을 같이 나눠 먹기보다는 개인 그릇에 덜어서 먹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예방을 위한 첫걸음이다.
지난 18년간 국내의 헬리코박터 유병률은 67%에서 43%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나종화 원장이 국제학술지 ‘거트앤리버(Gut and Liver)’에 발표한 ‘출생 연도에 따른 헬리코박터균 감염 현황과 위종양 발생률’ 논문에 따르면, 출생 연도에 따른 헬리코박터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1970년대 이후 출생자에게서는 헬리코박터균이 단 한 번도 검출되지 않은 이들의 비율이 50.8%까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젊은 헬리코박터 미감염자에서의 종양과 암 발생률도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종화 원장은 “적극적으로 제균치료를 시행했기 때문에 헬리코박터 유병률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당 부분 개선된 생활습관도 도움이 됐다”며 “우리나라 위암의 대부분은 헬리코박터균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환자의 내성 상태에 맞는 적극적인 제균치료가 향후 국내 위암 발생률 감소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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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