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시며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밀어넣었다
4분도 채 안 되는 노래 한곡에
미친놈처럼 흔들거리는 나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아니, 눈물에만 보탬이 되는
잊으려면 잊을 수도 있으나
차마 아까워 그러지 못하는 그 기억들을
부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짜증나는 일을 하다가도 그 애 생각을 하다 보면
벌써 그 일이 끝났었고
언제 어디서 건 즐거웠던 일들을 생각하며
혼자 웃기도 많이 웃었고
집 전화벨을 두 번 이상 울리게 놔두질 않았고
쇼윈도 예쁜 옷을 보면 입혀주고 싶기도 했었고
평범한 행동에도 왠지 특별히 느껴졌었고
나갔다 들어오면 "다녀왔습니다"보다
"전화 온 거 없었어"가 먼저 나왔고
생일이나 의미 있는 날이면
선물 때문에 고민도 많이 됐었고
아주 사소한 일까지 알고 싶어졌었고
시험기간에도 펜만 들면 그 이름이 써졌고
그 가족이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했었고
드라마에서 멋진 행동이나 말이 나오면
못 봤었길 바라며 한번 해봐야지 했었고
만나기로 한 날에는 스포츠 신문 오늘의 운세나
영구차를 찾기도 했었고
그 아이를 만나는 일 외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고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얼굴 먼저 생각이 났고
생각을 했었고
술이라도 한 잔 하는 날이면
몇 년 못 본 놈처럼 보고 싶어 죽을라 그랬었고...
더 예쁘고 더 괜찮은 애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고
적당히 나를 꾸며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했었고
섭섭한 행동이나 소리에
별 의미 없이 한 거란 걸 알면서도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 물으며
없는 고민도 만들어 했었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그 애의 아버지를
장인어른으로 모시고 싶어했었고
영어 단어 하나 외울 때도
낑낑대는 놈이
사소한 농담까지다 기억하고 있었고
일요일 밤의 대행진보다
둘이 있는 게 더 재미있었고
그랬지
그랬었지
그리곤 안녕이었지
준비할 틈도 없이
추억이 되어버렸지
밀어 넣었던 것만큼 도로 뱉어내고
한숨 한번 쉬고
담배 하나 물고
비틀거리며
사람들 틈 속으로 끼어 들었다
지금 스치는 사람들처럼
이젠 아무런 상관도 없어진
너를 떠올리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밀리듯 걷고 있다
내일이면
아니 내일까지도 필요 없이
술이 깨면서부터 현실로 돌아오겠지
난 계속 보상 받을 수 없는 그리움을 술로 달래고
넌 그런 나를 가끔씩은 떠올리며
살아가겠지
그러다 보면
우리 얘길
잊고 살 날이 올 거야
언젠가 우리 얘긴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고
그리곤 정말로
안녕이겠지.
안녕이어야 하겠지..
그래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