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으면 거둔다.
1.
어떤 탈북민이 나에게 물었다.
“목사님은 노숙자, 쪽방사람, 탈북민과 같은 소외계층민들을 위하여 많은 일들을 하기도 하였지만 그 동안 많은 실패를 하셨는데 왜 포기를 할 줄을 모르세요?”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2.
난 노숙자든 쪽방민이든 탈북민이든 그냥 공짜로 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탈북민들을 위한 박스공장을 시작했을 때 저들의 월급은 124만 원이었다. 그런데 탈북민들이 지원하지 않았다. 탈북민들로부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직업이 없으면 정부에서 60여만 원 정도의 생활지원금을 지원해 주었는데 그것을 받고 비정기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 또 그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비슷한 봉급을 받으면서 공장에 얽매여 일도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3.
내가 저들에게 이야기하였다.
‘그건 얻어 먹는거고 이건 벌어 먹는거야’
‘그건 거기가 끝이고 이건 여기가 시작이야’
저들은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쉽게 얻어먹는 길을 버리고 힘들게 벌어먹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였다.
김밥천국
이동세차
박스공장
커텐공장
가방공장
커피숍
일본식 라멘 프렌차이즈
성공하여 살아남은 것도 있지만
대개는 다 망했다.
이유는 어쨌든....
4.
그러나 그 일을 통해서 많은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이 얻어먹는 것이 아닌 벌어먹는 것을 배웠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공장을 통하여 벌어먹었다. 공장과 사업도 성공했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우리의 일차 목표는 저들이 손으로 일을 하여 벌어먹게 하는 것이었으니 그것을 무조건 실패라고만 단정 짓는 일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박스 공장에서 4년 동안 일하다가 다른 직장으로 옮긴 탈북민 부부가 있었다. 공장을 떠난지 6년 만에 나를 찾아왔었다. 10년 만에 집을 샀단다. 공장을 떠난 후 잊고 있었는데 집을 사고보니 그냥 내가 생각났단다. 그리고 요즘은 늘 자기 전에 내 설교 한편씩을 보고 잔단다. 예수까지 믿게 된 모양이다. 공장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목표하였던 벌어먹게 하는 법을 가르친것과 예수 믿는 법을 가르쳤으니 난 그것을 실패라고 순순히 인정하기 싫다.
5.
바다를 메우는 간척사업을 보면 허망해 보이기 짝이 없다.
수도 없이 많은 흙과 돌을 그냥 바다에 쏟아 붓는다.
나중에 땅으로 드러나게 된 돌과 흙보다 비교도 되지 않게 많은 흙과 돌이 바다에 잠겨있다.
우리는 그냥 밖으로 드러난 흙과 돌을 성공이라하고 바다에 잠긴 흙과 돌은 실패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말한다.
그러나 바다에 잠긴 흙과 돌이 없이 바다는 간척되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의 일도 마찬가지다.
6.
실망하여 포기하면 실패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땅이 들어나게 될텐데
성공하게 될텐데
그땐 바다에 잠긴 흙과 돌을 실패라고 함부로 비난하지는 못할 것이다.
바다에 수도 없이 많은 흙과 돌을 내다 버렸다.
이제 점점 뭍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법 많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7.
이 여세를 몰아
에스겔 선교회가
우리보다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나라에 이와 같은 사업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학교도 세우고
유치원도 세우고
공장도 세우고
보건소 세우고
교회도 세우고
창업교육과 인큐베이팅도 하고
프렌차이즈도 만들어서
저들에게 얻어먹지 않고 벌어먹는 법과 예수 믿고 사는 법까지 가르쳐 줄 수 있는 사역을 계속하고 싶다.
8.
수 많은 실패를 했지만
난 그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지금도 하나님이 담보해 주신 성공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