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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용질빈(好勇疾貧)
용맹함을 좋아하고 가난함을 싫어한다는 뜻으로, 이런 마음을 품고 생활하다가 가난에 이르면 얻고자 난리를 일으킨다는 말이다.
好 : 좋을 호(女/3)
勇 : 날쌘 용(力/7)
疾 : 병 질(疒/5)
貧 : 가난할 빈(貝/4)
출전 : 논어(論語) 태백(泰伯)편 第八之十
이 성어는 논어(論語) 태백(泰伯)편에 나오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용맹스러운 것을 좋아하면서 가난을 싫어하면 난동을 부리고, 사람이 어질지 못하다고 해서 그것을 미워함이 너무 심하면 난동을 부린다."
子曰 : 好勇疾貧, 亂也。人而不仁, 疾之已甚, 亂也。
(論語集注)
好勇而不安分, 則必作亂。
용기를 좋아하고 분수를 편안하게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난동을 일으킨다.
惡不仁之人而使之無所容, 則必致亂。
어질지 않은 사람을 미워하여 용납될 곳이 없게 하면 반드시 난동에 이른다.
二者之心, 善惡雖殊, 然其生亂則一也。
두 가지 마음이 비록 선악은 다르지만 난동을 일으키는 것은 같다.
⏹ 이하는 김용재 교수의 용맹함을 좋아하고 가난함을 싫어한다(好勇疾貧)는 글이다.
子曰 : 好勇疾貧이 亂也요 人而不仁을 疾之已甚이 亂也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용맹을 좋아하면서 (자신의) 가난한 처지를 싫어하는 자들이 혼란을 일으키고, 사람이 어질지 못한 것을 너무 심히 미워해도 혼란을 일으킨다.”
(泰伯 10)
가난한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말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꾸 안회의 이야기가 뇌리를 스쳐 지나가기만 한다.
안회는 가난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道)를 즐길 줄 아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제자였다. 자신의 처지가 가난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은근히 세상이 바뀌어지길 바라며 혼란과 혁명을 꿈꾸기도 하며, 비관적 삶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공자는 아마도 이러한 자들을 경계하고자, 위와 같은 말씀을 하신 걸로 보인다.
그러나 또 이 말씀의 이면에는 그토록 가난과 고난 속에 처한 사람을 돌봐주어야만 함을 역설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는 위정자들이 가난에 처한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백성들이 궁핍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지배계층의 위정자들은 좀 더 위민의식(爲民意識)을 갖고 정사에 임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즉 군주와 위정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격의 경고라 하겠다.
그러나 필자는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이 문장을 바라보고 싶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周遊)하며 제후들에게 ‘인’과 ‘예’를 설명하며 덕치주의(德治主義)를 설파(說破)하고 다니던 시절을 상기해 보자.
수많은 기록에 나와 있듯이, 이 때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무척 빈곤하고 가난하였다. 심지어 공자가 제자들에게 설교하는 도중에도 제자 자로의 뱃속에서는 ‘꼬르륵’이 진동할 정도로 배고픔을 드러냈고, 좌중의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들 정도였다.
자로는 공자에게, “지금 이 순간 스승님의 숭고한 말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 가장 급선무입니다” 라고 스승에게 반론아닌 반론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말씀은 공자 자신이 감정 이입되어 나타난 문장일 수도 있다. ‘용맹함을 좋아하면서 가난을 싫어하는 자들은 반드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신의 용맹함만을 믿고 반란과 혁명을 일삼을 수 있겠지만, 나 공자는 절대로 그러한 비열한 짓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라는 의미다.
또한 자신의 설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제후들이 어질지 못하다(不仁)고 하여 그들을 너무 심하게 증오하고 휘몰아친다면, 그들은 반란과 전쟁을 일으켜 백성을 더욱더 도탄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나 공자는 불인(不仁)한 자들이라고 하여 심하게 증오하거나 멀리하지는 않겠다는 것을 확언하는 구문으로도 볼 수 있다.
‘안빈낙도!’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란 실로 어려운 경지일 것이다. 다행히 요즘 경기(景氣)가 불황이라 ‘적게 벌면서도 큰 즐거움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꼭 경기가 호황이어야 즐거움도 커지는 정비례의 관계는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난함과 행복지수는 서로를 비교할 수 있는 가치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삶은 좀 부족하고 여유롭지 못하며 고달프지만,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고 사는 방글라데시 국민들과 같은 사람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만들어 준다.
▶️ 好(좋을 호)는 ❶회의문자로 女(녀; 사람, 나중엔 여자를 나타냄)와 子(자; 아이)의 합자(合字)이다. 어머니와 아들 혹은 여자와 남자의 두터운 애정이라는 데서 좋아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好자는 '좋다'나 '아름답다', '사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好자는 女(여자 여)자와 子(아들 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자와 남자가 함께 있으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好자는 보통 이런 식으로 풀이를 하곤 한다. 하지만 好자는 본래 엄마가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왜 母(어미 모)자가 아닌 女자가 엄마를 뜻하는지에 대한 반론 때문이었는지 母자가 들어간 㝀(좋을 호)자가 만들어져 있기도 하지만 쓰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好(호)는 성(姓)의 하나로 ①좋다 ②사이좋다 ③아름답다 ④좋아하다 ⑤사랑하다 ⑥구멍 ⑦우의, 정분, 교분(交分) ⑧친선의 정 ⑨곧잘, 자주, 걸핏하면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미워할 오(惡)이다. 용례로는 썩 좋은 상황을 호황(好況), 무슨 일이 잘 되어 가기 시작함을 호전(好轉), 사물의 사정이나 상태나 경기 등이 좋음 또는 잘 되어감을 호조(好調), 좋아함과 미워함을 호오(好惡), 친절한 마음씨 또는 좋게 생각하는 마음을 호의(好意), 좋은 평가나 좋은 평판을 호평(好評), 좋은 값을 호가(好價), 좋은 감정을 호감(好感), 좋은 일이나 일을 벌이기를 좋아함을 호사(好事), 여럿 중에서 가려서 좋아함을 선호(選好), 어떤 사물을 즐기고 좋아함을 기호(嗜好), 벗으로 사귐을 우호(友好), 사랑하고 좋아함을 애호(愛好), 성적이나 성질이나 품질 따위가 주로 질적인 면에서 대단히 좋음을 양호(良好), 더할 수 없이 좋음을 절호(絶好), 좋아하지 아니함이나 좋지 아니함을 불호(不好), 사이 좋게 지냄을 수호(修好), 좋은 일에는 방해가 되는 일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옷과 좋은 음식 또는 잘 입고 잘 먹음을 이르는 말을 호의호식(好衣好食),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함을 이르는 말을 호생오사(好生惡死), 남과 겨루어서 꼭 이기기를 즐기는 성벽을 일컫는 말을 호승지벽(好勝之癖), 학문을 좋아하여 책 읽기에 게으름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호학불권(好學不倦) 등에 쓰인다.
▶️ 勇(날랠 용)은 ❶형성문자로 勈(용)은 본자(本字), 恿(용)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힘 력(力; 팔의 모양, 힘써 일을 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甬(용; 管 속을 뚫고 나가는 일)으로 이루어졌다. 힘(力)을 돋우어 날래다는 뜻을 합(合)하여 용감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勇자는 '날래다'나 '용감하다', '강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勇자는 甬(길 용)자와 力(힘 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甬자는 고리가 달린 '종'을 그린 것이다. 쇠로 만들어진 종은 무게가 상당했을 것이다. 勇자는 이렇게 종을 그린 甬자에 力자가 결합한 것으로 무거운 쇠 종을 들 수 있는 정도의 힘과 용기, 결단력을 뜻한다. 勇자는 그러한 의미에서 '날래다'나 '용감하다', '강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勇(용)은 (1)용기(勇氣) (2)일시(一時)에 몰아서 내는 강(强)한 힘 등의 뜻으로 ①날래다 ②용감하다 ③과감하다 ④결단력(決斷力)이 있다 ⑤강하다 ⑥용기(勇氣)가 있다 ⑦다툼 ⑧용사(勇士), 병사(兵士)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겁박할 표(剽), 감히 감(敢), 날랠 효(驍)이다. 용례로는 씩씩하고 겁이 없으며 기운참을 용감(勇敢), 날쌔고 굳셈을 용강(勇剛), 용감하고 건실함을 용건(勇健), 용기 있게 결단함을 용단(勇斷), 어떠한 위험이라도 무릅쓰고 선행을 감행하는 덕을 용덕(勇德), 씩씩한 힘 또는 뛰어난 역량을 용력(勇力), 용자로서의 명성을 용명(勇名),용감한 군사를 용병(勇兵), 용감한 사나이를 용부(勇夫), 용맹스러운 사람을 용사(勇士), 용감한 자태를 용자(勇姿), 날래고 씩씩함을 용장(勇壯), 용맹스러운 장수를 용장(勇將), 용감하게 싸움을 용전(勇戰), 날래고 사나움을 용한(勇悍), 의협심이 있어 남자다움을 용협(勇俠), 용기 있게 결단함을 용결(勇決), 씩씩하고 용감한 기운을 용기(勇氣), 날래고 사나움을 용맹(勇猛), 조금도 꺼리지 아니하고 용기 있게 물러나감을 용퇴(勇退), 사리를 분간하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용기를 만용(蠻勇), 강하고 용감함을 강용(强勇), 굳세고 용감함을 강용(剛勇), 큰 용기로 큰 일을 당하여 분발하는 용기를 대용(大勇), 날래고 용맹함을 효용(驍勇), 용기를 북돋음을 고용(賈勇),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냅다 찌르는 기세로 내닫는 용기를 저용(豬勇), 무예에 뛰어나고 용감함을 무용(武勇), 한 사람을 능히 대적할 만한 정도의 용맹을 소용(小勇), 사람의 지혜로는 생각할 수 없는 용기를 신용(神勇), 어떤 일을 용감하게 끝낸 뒤에 아직 넘치는 용기를 어용(餘勇), 영특하고 용감함을 영용(英勇), 용감하기 짝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용감무쌍(勇敢無雙), 용맹스럽게 힘써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용맹정진(勇猛精進), 거리낌없이 힘차고 용감하게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용왕매진(勇往邁進), 용감하고 강한 장수에게는 약하고 비겁한 병사는 없음을 일컫는 말을 용장약졸(勇將弱卒), 관직을 그만두고 속세를 떠나서 생활함을 이르는 말을 용퇴고답(勇退高踏), 하찮은 남자의 용기라는 뜻으로 소인이 깊은 생각 없이 혈기만 믿고 함부로 부리는 용기를 이르는 말을 필부지용(匹夫之勇), 혼자서 능히 몇 사람을 당해 낼 만한 용기를 일컫는 말을 겸인지용(兼人之勇), 멧돼지처럼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용맹스럽게 골진한다는 뜻으로 앞뒤를 가리지 아니하고 함부로 날뜀을 일컫는 말을 저돌희용(豬突豨勇), 벼슬자리를 단연 버리고 물러나는 것이 급류를 건넘과 같이 용감함을 이르는 말을 급류용퇴(急流勇退), 어부는 물 속에서는 무서워하지 않는 데서 오랜 체험에서 얻은 용기를 이르는 말을 어부지용(漁夫之勇) 등에 쓰인다.
▶️ 疾(병 질)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矢(시; 화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본래 화살 상처를 뜻하였지만, 전(轉)하여 넓은 뜻의 앓다, 미워하다의 뜻으로 쓰이고, 또 음(音)을 빌어, 제빠르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疾자는 ‘병’이나 ‘질병’, ‘괴로움’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疾자는 疒(병들 녁)자와 矢(화살 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大(클 대)자 옆으로 矢자가 그려진 모습이었다. 이것은 사람이 화살에 맞았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大자 대신 疒자가 쓰이면서 지금의 疾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고대에는 일반적인 질병을 疾이라 하고 심각한 질병은 病(병 병)이라고 했다. 화살에 맞는 것은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빨리 치료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질주(疾走)라는 말도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疾(질)은 ①병(病), 질병(疾病) ②괴로움, 아픔 ③흠, 결점(缺點) ④불구자(不具者) ⑤높은 소리 ⑥해독(害毒)을 끼치는 것 ⑦빨리, 급(急)히, 신속하게 ⑧병을 앓다, 걸리다 ⑨괴롭다, 괴로워하다 ⑩해치다, 해롭게 하다 ⑪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우려하다 ⑫나쁘다, 불길하다 ⑬미워하다, 증오하다 ⑭꺼리다 ⑮시기하다, 시샘하다 ⑯빠르다, 신속하다 ⑰진력하다(있는 힘을 다하다) ⑱민첩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고칠 료/요(療), 병 나을 유(癒)이다. 용례로는 몸의 온갖 병을 질환(疾患), 신체의 온갖 기능의 장애로 말미암은 병을 질병(疾病), 빨리 달림을 질주(疾走), 밉게 봄을 질시(疾視), 강하고 빠르게 부는 바람을 질풍(疾風), 병세가 매우 위중함을 질극(疾革), 다급한 소리를 질성(疾聲), 병으로 인한 고통을 질고(疾苦), 오래도록 낫지 않아 고치기 어려운 병을 고질(痼疾),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상한 돌림병을 괴질(怪疾), 추위를 느끼는 병을 한질(寒疾), 매우 중한 병을 가질(苛疾), 질병에 걸림을 감질(感疾), 눈병을 안질(眼疾), 다리가 아픈 병을 각질(脚疾), 고치기 어려운 나쁜 병을 악질(惡疾), 질병을 숨기고 드러내지 아니함을 휘질(諱疾), 앓은 지 오래되어 고치기 어려운 병을 구질(久疾), 고치기 어려운 나쁜 병증을 말질(末疾), 그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면서 있는 어떤 좋지 않은 버릇이나 병을 문질(門疾), 빠른 말소리와 급히 서두르는 얼굴빛이라는 뜻으로 당황하는 말투나 태도를 이르는 말을 질언거색(疾言遽色), 사납게 부는 바람과 빠른 번개라는 뜻으로 행동이 날쌔고 과격함이나 사태가 급변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질풍신뢰(疾風迅雷),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강한 풀이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뜻을 꺾거나 굽히지 않는 절개 있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질풍경초(疾風勁草), 빠르게 부는 바람과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일컫는 말을 질풍심우(疾風甚雨), 원수처럼 미워함을 일컫는 말을 질지여수(疾之如讐), 배나 가슴이 아픈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는 뜻으로 털어 버릴 수 없는 근심과 걱정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복심지질(腹心之疾), 없애기 어려운 우환을 일컫는 말을 심복지질(心腹之疾), 근심과 걱정과 질병과 고생을 일컫는 말을 우환질고(憂患疾苦), 물고기는 배부터 상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배앓이나 설사를 비유하는 말을 하어복질(河魚腹疾), 병을 숨기고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을 호질기의(護疾忌醫) 등에 쓰인다.
▶️ 貧(가난할 빈)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分(분; 나누는 일)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貧자는 ‘가난하다’나 ‘모자라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貧자는 分(나눌 분)자와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貧자를 보면 宀(집 면)자 안에 分자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집안에 아무것도 나눌 것이 없다는 뜻이다. 금문에서는 집안에 쌀 한 톨조차 나눌 것이 없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었다. 이후 소전에서는 貝자와 分자가 결합한 형태로 바뀌면서 나누어주고 나니 아무것도 없다는 뜻의 貧자가 되었다. 그래서 貧(빈)은 재산이 나누어져서 적어지다, 가난함 등의 뜻으로 ①가난하다 ②모자라다 ③부족(不足)하다 ④빈궁(貧窮)하다 ⑤결핍(缺乏)되다 ⑥구차(苟且)하다 ⑦천(賤)하다 ⑧품위가 없다 ⑨인색(吝嗇)하다 ⑩말이 많다 ⑪수다스럽다 ⑫가난 ⑬빈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곤할 곤(困), 다할 추(湫), 다할 극(極), 다할 진(殄), 다할 진(盡), 다할 궁(窮), 다할 갈(竭),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부유할 부(富)이다. 용례로는 가난하고 궁색하여 살기 어려움을 빈곤(貧困), 가난함과 넉넉함을 빈부(貧富), 피 속의 적혈구나 혈색소의 수가 적어지는 현상을 빈혈(貧血), 가난하고 천함을 빈천(貧賤), 가난하고 힘이 없음을 빈약(貧弱), 가난하여 궁함을 빈궁(貧窮), 가난한 백성을 빈민(貧民), 가난한 나라를 빈국(貧國), 가난한 사람을 빈자(貧者), 가난한 집을 빈가(貧家), 가난한 사회를 빈국(貧局), 가난한 농가나 농민을 빈농(貧農), 야구에서 안타를 잘 치지 못하는 것을 빈타(貧打), 가난하고 쓸쓸함을 빈한(貧寒), 가난하고 고생스러움을 빈고(貧苦), 가난한 사람이 많이 사는 고을을 빈촌(貧村), 음식이 넉넉하지 못한 부엌이라는 뜻으로 가난한 살림을 이르는 말을 빈주(貧廚), 성품이 깨끗하여 가난함을 청빈(淸貧), 천하고 가난함을 천빈(賤貧), 몹시 가난함을 극빈(極貧), 아주 가난하여 아무 것도 없음을 적빈(赤貧), 집이 가난함을 가빈(家貧), 더할 수 없는 가난을 철빈(鐵貧), 극히 가난한 사람을 구제함을 구빈(救貧), 가난하지 아니함을 불빈(不貧), 가난할수록 더욱 가난해 짐을 빈익빈(貧益貧),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이룬 거리를 빈민가(貧民街), 살림이 가난한 백성으로 된 사회의 계층을 빈민층(貧民層), 지극히 가난한 사람을 극빈자(極貧者), 넉넉한 사람의 재물을 빼앗아다가 어려운 사람을 구원하여 주는 도둑의 무리를 활빈당(活貧黨), 가난한 사람이 밝힌 등불 하나라는 뜻으로 가난 속에서도 보인 작은 성의가 부귀한 사람들의 많은 보시보다도 가치가 큼을 이르는 말을 빈자일등(貧者一燈), 내가 가난하고 천할 때 나를 친구로 대해 준 벗은 내가 부귀하게 된 뒤에도 언제까지나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빈천지교(貧賤之交), 가난한 몸이지만 하늘의 뜻으로 알고 도를 즐김을 일컫는 말을 빈이낙도(貧而樂道), 가난함과 부유함이나 귀함과 천함을 일컫는 말을 빈부귀천(貧富貴賤), 가난한 사람은 굽죄이는 일이 많아서 뻣뻣하지 못한 까닭에 저절로 낮은 사람처럼 된다는 말을 빈자소인(貧者小人), 빈한함이 뼈에까지 스민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일컫는 말을 빈한도골(貧寒到骨), 자기자신을 과소 평가하는 망상으로 자기가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빈곤망상(貧困妄想), 가난해도 세상에 대한 원망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빈이무원(貧而無怨), 구차하고 궁색하면서도 그것에 구속되지 않고 평안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감을 일컫는 말을 안빈낙도(安貧樂道), 청렴결백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을 옳은 것으로 여김을 일컫는 말을 청빈낙도(淸貧樂道), 가난하기가 마치 물로 씻은 듯하여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적빈여세(赤貧如洗)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