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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이클럽 적월매혹
RigmaRole
: n. 데데한 긴 이야기, 조리가 없는 글
7. 피리부는 사나이
아주 먼 옛날, 독일에 하멜른이라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소박했고, 큰 사건이나 사고가 없는 그냥 저냥 한적하고 작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인가 이 마을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몰려들었는지 쥐떼가 온 마을에 득실거렸기 때문입니다.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새카만 쥐 떼가 몰려다니며 집 안 여기저기를 헤집어 놓고 음식이며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가구를 갉아대는 통에 이내 마을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쥐를 무서워하는 아이들과 여자들은 쥐들이 몰고 온 쾌쾌한 시궁창 냄새에 진저리치며 도망다니기 일쑤였고, 남자들은 밭을 갈 때 쓰는 도구들을 손에 들고 하루종일 쥐들을 잡으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쥐들의 수는 너무 많은데다 번식력까지 빨라서 하루에 수백 마리를 죽이며 다음날이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쥐들이 떼지어 나타나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무를 갉거나 음식물을 훼손시키던 쥐들이 점점 수가 많아지자 이제는 집 안으로도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쥐들이 엄청난 양의 식량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식량 부족난이 일어 쥐들은 사람들이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나 토끼 같은 애완동물이나 가축도 공격하여 잡아먹기 시작했습니다. 밤중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카만 쥐들의 번들거리는 작은 두 눈동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번쩍였고, 시궁창에서 주로 생활하는 그들의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와 세균 덕분에 사람들은 심한 피부병에 시달렸습니다. 아이들은 부스럼이 잔뜩 난 온몸을 벅벅 긁어 진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앓았고, 심한 아이들은 합병증까지 겹쳐 피를 토하는 기침을 하며 죽었습니다. 하얀 길 바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까맣고 작은 쥐똥이 마치 그림처럼 수놓아져 있었고, 도망다니던 사람들의 발에 밟혀죽은 쥐들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와 내장에 어지럽게 파리가 꼬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와 집을 잃고는 마침내 호수 건너에 있는 작은 마을 회관으로 모두들 피신하게 되었습니다. 호수 건너에 있는 터라 배를 타고 가야했기 때문에 불편해서 몇 해 전부터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물을 싫어하는 쥐들의 습성탓에 그 곳만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을 회관 뒤 쪽 숲을 통해 쥐떼들이 몰려들 것을 대비해 숲 안쪽 낭떠러지에 세워두었던 하나뿐이던 나무 다리를 잘라버렸습니다. 배 한척에 모두 비좁게 타고온 마을 사람들은 강 건너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쥐떼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했습니다. 그날 저녁 마을 시장님과 장로들은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님이 장로들을 둘러보며 물었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많은 쥐들이 .. "
시장님도 장로들도 다들 한숨을 쉬며 쥐떼가 갑자기 나타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쥐떼들이 왜 하멜른에 나타난 것인지 아무도 시원스레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우선은 저것들을 몰아낼 방법부터 강구해 보도록 합시다."
"쥐들은 물을 무서워 하지 않습니까. 그걸 이용한다면 .."
"그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홍수가 나지 않는 한은 저 쥐들을 싹 쓸어 버릴 수는 없을텐데."
한 장로의 말에 시장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한참이나 머리를 맞대어 보았지만 고작 쥐덫을 놓자거나 고양이를 풀어보자거나 불을 지르자는 등 별로 쓸모없는 의견들만 나왔습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아무런 해결책 없는 탁상공론만을 펼치고 있던 터에 이제까지 아무런 말없이 앉아만 있던 마을에서 가장 늙은 장로가 입을 열었습니다.
"내 의견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
모두의 지친 시선이 연장자 장로에게로 쏟아졌습니다.
"아주 어릴적에 나의 할아버지에게 피리부는 사나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 .. 라니요?"
젊은 장로가 잠오는 눈을 비비며 그 장로에게 되물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이지요. 나도 아주 어릴적에 들은 얘기니까. 신기한 마술 피리를 가진 남자가 있는데 남자가 그 피리를 불면 사람이건 동물이건 마음대로 어디로든 데리고 갈 수 있다더군요. 중국에서는 거대한 모기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모기를 다른 곳으로 끌고가 버렸고, 인도에서는 박쥐떼를, 터키에서는 들개떼를 .. 할아버지에게 전해들은 것은 그런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워낙에 오래 된데다 그 피리부는 사나이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으니 .. "
최고 연장자 장로는 말끝을 흐리며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시장님도 다른 장로들도 함께 고개를 끄덕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하멜른에도 다시 평화가 찾아올텐데."
"이럴게 아니라 그렇다면 다른 마을 여러곳으로 편지를 보내 피리부는 사나이의 행방을 찾아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젊은 장로가 자신이 직접 편지를 가지고 다른 마을로 가겠다며 나섰습니다. 시장님은 젊은 장로에게 편지를 챙겨 떠나보냈습니다. 젊은 장로는 마을 사람들에게 피리부는 사나이를 꼭 찾아 데리고 돌아오겠다며 손을 흔들고 떠났습니다.
그가 떠난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마을은 형편없이 피폐해졌습니다. 호수 너머에 있던 그들의 전 보금자리는 이제 황폐해진 벌판처럼 보일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마을 회관이 있는 이쪽의 형편도 그다지 좋지는 못했습니다. 식량도 약도 모두 바닥나 사람들은 기아에 허덕이고 병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시장님도 장로들도 젊은 장로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 허황된 희망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는 생존을 위한 다른 방도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쥐떼들은 갈수록 수가 불어날 뿐만 아니라 더욱 포악하게 날뛰었습니다. 쥐떼들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 젊은이 몇 사람이 호수 건너편으로 배를 저어 갔다가 뭍에 닿자마자 쥐떼들의 공격을 받아 불행히 한 명은 목숨을 잃었지만 나머지는 기겁을 하며 마을 회관으로 되돌아 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목숨은 건졌지만 손가락이나 발목이 뜯겨 나가는 등 쥐들에게 심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동료가 눈앞에서 쥐떼들에게 조각조각 잘라져 먹이가 되는 광경을 목격한 터라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젊은 장로를 기다리며 희망을 키웠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돌아오지 않는 그를 원망했으며 이제는 그를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새벽이었습니다. 마을 회관 뒤쪽에서 바스락 바스락하는 나뭇잎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들은 쥐떼가 기어코 여기까지 공격하게 되는 것인가하고 한탄하며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을 회관안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피리부는 사나이를 데리러 갔던 젊은 장로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빨갛고 노란 무늬의 얼룩덜룩한 광대 같은 옷차림에 파란 망토와 길쭉하고 뾰족한 모자를 쓴 요술쟁이같은 키 큰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다!! 장로가 피리부는 사나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소리치며 기쁨에 겨워 서로를 껴안았습니다. 젊은 장로는 긴 여행끝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수염이 더부룩한 얼굴로 빙긋 웃었습니다.
날이 밝자 시장님과 다른 장로들은 피리부는 사나이를 만났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으로 시장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코끝이 뾰족한 신발끝에 매달린 방울이 달랑달랑 소리를 내었고 파란 모자 위에 꽂힌 붉은색의 깃털이 흔들거렸습니다. 그는 금발에 피부가 희고 볼이 지나치게 붉으스름해 아이같아 보였지만, 큰 키와 뾰족한 코, 호리호리한 몸 때문에 심술맞은 요술쟁이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저희 하멜른을 위해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장님과 장로들은 피리부는 사나이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이탈리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골치아픈 해적 소탕을 맡았거든요. 그리고 나서 바로 장로님을 만나 이 곳 독일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시장님은 젊은 장로의 공을 치하하고 조심스럽게 피리부는 사나이에게 쥐떼 소탕을 부탁했습니다. 그는 금화 오백닢를 요구했습니다. 시장님은 그들의 힘든 사정을 설명하고는 쥐떼를 물리쳐 주기만 한다면 일년 후에 꼭 그에게 금화 오백닢을 주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그러겠다고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장님과 피리부는 사나이는 배 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호수 건너편에서 흉흉한 기세로 떼지어 다니고 있는 쥐떼를 보더니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았습니다.
"정말 많은 쥐떼군요. 수가 상당한데요."
"저 .. 정말로 저 많은 쥐들을 한번에 다 없애버릴 수 있으시겠습니까 .. ?"
시장님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피리부는 사나이에게 묻자 그가 몸에 둘렀던 파랗고 긴 망토를 뒤로 팔락 젖히더니 피리를 꽂아둔 허리춤을 탕탕 손바닥으로 몇 번 두드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곧 하멜른에 다시 평화를 찾아드리겠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기묘한 모양의 피리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피리의 주둥이에 입을 댄 채 호수 건너편을 향해 뿌우 - 하고 크고 길게 한 번 소리내었습니다. 배 안에 탔던 사람들도 그리고 뭍에서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도 히스테릭한 그 소음에 귀를 막거나 눈을 찌푸렸습니다. 소리에 반응하기는 건너편의 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쥐들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동작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우며 그 소리를 듣는 듯 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잠시 피리를 입에서 떼더니 짧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청동 피리위에서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여 보더니 곧 이상스런 곡조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피리로 내는 소리였지만 그것은 마치 쥐가 쇠붙이를 긁는 듯한 끼익끼익 거리는 쇳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그런 금속성의 소리에 리듬이 붙고 곡조가 붙어 마치 진기한 노래처럼 남자의 피리에서 연주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피리부는 남자와 호수 건너편의 쥐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건너편의 쥐들은 이상한 연주곡을 듣자마자 마치 혼란에 빠진 듯이 질서없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왁자지껄한 쥐들의 소음속에 남자의 연주는 잘 들리지 않는 듯 했습니다.
"앗!! 저것 좀 봐요!"
배에서 노를 젓던 한 남자가 벌떡 일어서 쥐들이 모여있는 한 쪽을 가리켰습니다. 호숫가에 자리한 넓은 바위 위에 쥐들이 모여있다가 차례차례 겁없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끊이지 않는 첨벙첨벙하는 소리에 사람들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바위위로 올라오려고 바둥거리는 쥐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한손으로는 계속 기묘한 곡을 연주하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배를 그쪽 뭍으로 가져다대라는 시늉을 해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노를 저어 이제는 텅 비어버린 호숫가로 배를 가져다댔습니다. 남자는 배에서 내리면서 이제는 벌판이 되어버린 하멜른의 마을 끝까지 걸어가면서 쉬임없이 계속해서 피리로 연주를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시장님은 배에 올라탄 채로 사나이의 피리 연주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호수위의 돌에서는 물로 뛰어드는 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쯤 흐르자 마을 끝까지 갔던 그가 돌아오는지 작아졌었던 그의 피리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습니다. 호숫가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새카맣게 몰려오는 쥐떼를 보고 놀라서 배 안으로 뛰어들어 왔습니다. 마을 끝에서부터 데려온 쥐떼 역시도 바위위로 떼지어 몰려갔습니다. 그들의 맨 뒤로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마치 어릿광대같은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으로 신나게 피리를 불며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한 마리의 쥐가 바위위에서 뛰어내려 물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죽어버리자 그제야 그가 피리부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그는 조금 빨개진 입술을 손등으로 쓰윽 문질러 닦고는 팔을 크게 벌리며 웃어보였습니다. 배 위에 올라탔던 사람들은 그제야 조금 머뭇머뭇하며 다시 뭍으로 내려섰습니다. 호수의 수면은 새카맣게 쥐들의 시체로 덮여 있었습니다.
"저 쥐들의 시체를 빨리 건져내지 않으면 아마 호수가 썩어버릴텐데요."
피리부는 사나이는 유쾌하게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호수는 마치 쥐들의 시체로 메워진 듯 배가 지나가기도 힘들었지만, 사람들은 쥐들에게 고통 당한 것을 생각하면 이제야 분이 풀리는지 그 역겨운 광경에도 환호를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피리부는 사나이에게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습니다.
일년이 지났습니다. 쥐들이 엉망으로 만든 하멜른 마을의 재건을 위하여 일년 동안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밭도 다시 일구고, 집도 모두 새로 지었습니다. 또한 피리부는 사나이에게 약속한 금화 오백닢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마을에까지 가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시장님과 마을 사람들은 금화 오백 닢을 마련해두고 피리부는 사나이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약속했던 일년이 지나도 피리부는 사나이는 하멜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멜른의 마을 사람들은 초조해하며 피리부는 사나이를 기다렸지만 피리부는 사나이는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도 돈을 받으러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5년이 지나고 사람들은 이제 피리부는 사나이와 흉폭했던 쥐떼의 습격을 받았던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멜른에는 5년전의 일은 아무도 기억에 없다는 듯 평화롭기 그지없는 나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가정을 꾸려 나갔고, 아이를 잃었던 사람들은 예쁜 아이들을 다시 낳았으며,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여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갔습니다. 마을은 다시 전처럼 풍요롭고 한적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하멜른에서 쥐떼의 습격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던 일은 마치 묵언된 금기처럼 치부되어 누구든 입밖으로 꺼내는 일이 없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잊어버린 듯이 보였지만,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마음속에는 쥐떼에 대한 공포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두려움들에 대한 방어기제 때문인지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녀의 출산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아이가 쥐떼에 의한 병 때문에 죽었던 부모들은 더욱 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자녀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수는 점점 많아졌습니다. 어느 가정이든 너나 할 것 없이 자녀를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멜른에는 이제 열 살 이전의 아이들이 지나치게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아 막 걷거나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주워들은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나이였습니다. 갓난 아이들은 하루종일 빼액빼액 울어대며 똥오줌 지린내를 풍기고, 일하느라 바쁜 부모들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의 몸에서는 이가 득실거렸습니다. 머리가 조금 큰 녀석들은 자기네들끼리 우르르 모여다니며 싸움박질을 하거나 부모의 눈을 피해 몰래 담뱃잎을 말아 태우기도 했습니다. 집안의 물건들은 형제들의 몸싸움에 깨지고 부숴졌으며, 언제나 배가 고프다고 징징거리고 울어댔습니다. 하루종일 밖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부모들은 밤이면 아이들의 뒤치닥거리를 위해 애를 써야 했습니다. 과거에는 쥐떼들에 의해 마을이 피폐해졌었다면 이제는 분별없이 낳은 아이들 때문에 어른들은 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탈선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님과 장로들은 자녀 문제때문에 다시 모두 한자리에 모여 의논을 해야 했습니다.
"어제는 마을 앞에 위치한 슈아씨의 빵가게가 아이들에 의해 몽땅 도둑맞았다고 합니다. 손에는 곡괭이나 나무 몽둥이같은 것들을 들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 녀석은 칼로 슈아씨의 노모를 위협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팔기 위해 만들어놓은 빵은 물론이고, 집까지 이리저리 엉망으로 헤집어 놓았다고 합니다. .. 슈아씨는 마침 다른 마을에 가 있었고, 아이들의 부모들은 모두 밖에서 일을 하고 있었답니다."
"쯧쯧. 이래서야 아이들이 무서워서 어디 마음놓고 살 수 있겠소."
"며칠전 디탈리씨의 헛간이 불탄 것도 아이들의 소행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대체 아이들의 부모는 자녀들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모르고 뭘 하고 있단 말입니까!"
"자녀가 한둘이어야지요. 일곱 여덟이나 되는 아이들을 다 감당할 수가 없을테지요. 게다가 하루종일 밖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어린 녀석들부터 돌보아야 하는지라 큰 녀석들이 밖에서 뭘하고 돌아다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시장님과 장로들은 말장난같은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안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이들을 모아다가 공부를 가르치는 장소를 만들어주어도 참여하는 아이들은 아주 적었습니다. 그리고 혹 참여하는 아이들도 선생님을 곯려주기에 바빴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대들며 욕을 하거나 위협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이제는 어른들도 아이들이 무서워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릴때부터 아이들을 너무 방치해 두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서로의 세계와 협동력에 방자한 우월감을 가지고 어른들을 우습게 생각했습니다. 지나치게 삐뚤어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어른들은 그저 망연자실해질 뿐이었습니다. 부모조차도 곱게 보지 않는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패륜의 냄새가 짙게 흘렀습니다. 어머니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의 무책임함에 울고 아버지들은 한숨만 쉴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 어귀에 요술쟁이같은 복장을 한 키가 큰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남자는 새롭게 재건된 마을을 둘러보며 빙긋 미소 짓더니 마침 지나가던 아이들의 무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얘들아, 이 곳이 하멜른이니?"
낮고 다정스런 남자의 목소리에도 아이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힐끗 그를 한 번 바라보더니 대답도 않고 자기들끼리 무언가를 떠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저 미치광이는. 옷차림 좀 봐."
"마귀인가봐. 저 뾰족하고 긴 손가락으로 아이들을 잡아먹는 것 아니야? 낄낄낄"
"야, 가자. 미친 사람이랑 얘기하면 재수 없어진다더라."
아이들은 그가 선 자리에 침을 탁탁 뱉으며 껄렁껄렁하게 그에게 눈을 흘기며 사라졌습니다. 남자는 조금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마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남자는 다름 아닌 몇 년 전 하멜른을 방문했던 피리부는 사나이였습니다. 곧 시장님과 장로들을 만나게 된 피리부는 사나이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마을 사람들이 대접해주는 음식을 모두 먹고 나서는 입을 열었습니다.
"마을이 참 많이 변했군요."
"그 일 이후로 우리 모두 마을 재건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했던 것보다 늦게 오셔서 혹시 약속을 잊으신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조금 멀리 가게 되어서 늦어지게 되었을 뿐입니다."
시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을 시켜 갖가지 선물과 그에게 약속했던 금화 오백닢을 가지고 오게 했습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마을 사람들이 그의 앞에 감사의 말과 함께 내려놓는 선물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표정이 조금은 침울해보여 시장님은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얼굴색이 좋지 않으신데, 혹시 어디라도 불편하십니까?"
그는 고개를 들고 시장님의 집에 모여있는 마을 어른들과 장로들을 주욱 둘러보았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걱정거리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그 말에 어른들 모두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저도 아까 마을 어귀에서 하멜른의 아이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거나 어찌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는 능력같은 것이 저에게 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신다면,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침착한 목소리에 어른들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마을 어른들 모두 지나치게 비뚤어져 버린 아이들이 점점 무서워진 나머지 피리부는 사나이에게 가망없는 희망같을 것을 다들 속으로 조금씩 바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쥐들을 물로 몰고 간 것처럼 아이들도 다른 어느 곳으로 데리고 가버렸으면 하는 바람같은 것들 말입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욕망을 읽어낸 피리부는 사나이도 놀라웠지만, 자신 한 사람만이 아니라 마을에 있던 다른 어른들도 그런 생각들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경악했고 또한 안심했습니다. 그들은 피리부는 사나이의 그 말을 시발점으로 조심스레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피리부는 사나이에 맡기자는 것이 그들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 역시 자신이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제의했으므로 군말없이 그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보수는 받지 않겠노라고 얘기했습니다. 내일 오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연주곡을 연주하겠다고 말하자 어른들은 모두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온 마을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알게 된건지 아이들이 손에 흉흉한 무기들을 들고 나와 시장의 집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마귀에게 우리를 팔아먹으려는 시장을 죽여라!"
"부모로써 어떻게 자식에게 이럴 수 있는거냐!"
"더러운 어른들을 죽이자, 죽이자!!"
아이들은 미쳐서 날뛰었습니다. 어젯밤 피리부는 사나이와 회의하던 내용을 훔쳐들은 모양인지 욕설을 지껄여대면서 자신을 팔아넘기려는 어른들에게 광분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말리려는 어른들과 어른들에게 적개심만 가득 품고 있는 아이들간의 몸싸움은 이미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어른들은 차마 자신들의 자식이라 말로 타이르고 부드럽게 대했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그런 것들이 보일리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손에 들렸던 곡괭이가 자신의 어머니들의 머리를 내려 찍고 아버지들의 팔을 잘라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주며 울었습니다. 사방으로 살점이 튀고 피가 흘러 넘쳤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형제 자매에게까지 낫을 휘두르며 살인의 쾌감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온 마을에 불이 붙고 피 냄새가 진동하는 잔혹한 그 찰나였습니다.
시장의 집에서 피리부는 사나이가 뚜벅뚜벅 걸어나오더니 파란 망토를 뒤로 휙 젖히며 청동으로 만들어진 기묘한 피리를 꺼내들었습니다. 피리의 주둥이에 대고 힘차게 연주곡을 불어대는 그의 표정이 조금은 지쳐 보였습니다. 필리리, 필리리. 이전에 들었던 쥐들의 연주곡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른 곡이었습니다. 슬프고 애처롭고, 또한 짙은 붉은색의 느낌이 드는 그런 연주였습니다. 그의 피리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지자 막 무기를 휘두르며 흥분했던 아이들이 일순간 행동을 멈추고 피리부는 사나이를 바라보았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발걸음을 옮기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더욱 크게 피리를 불었습니다. 마치 축제에서 신나는 행진곡을 연주하는 듯한 몸짓이어서 어른들은 모두 의아하게 사나이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의 눈동자에 짙은 즐거움이 서렸고, 아이들은 모두 피리부는 사나이의 뒤를 따라 기쁘게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그렇게 아이들을 이끌고 마을을 몇 바퀴 돌더니 곧 마을 바깥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도 덩달아 우르르 빠져나갔고, 시장님과 장로들 그리고 부상을 입지 않은 온전한 마을 사람 몇몇도 함께 아이들의 뒤를 따라 나섰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침울하게 울리는 곡조와는 어울리지 않게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며 계속해서 길을 따라 걷고 있었고, 아이들도 신나는 얼굴로 그를 따라갔습니다. 그 행렬은 바다가 보이는 해안까지나 계속되었습니다. 맨 뒤에 따라오던 어른들은 모두 지쳐 헐떡거렸지만 피리부는 사나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작은 흔들림 하나 없이 피리를 연주했습니다. 그가 해안가에 멈추어 서서 계속해서 피리를 연주하자 아이들도 해안가 주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러자 곧 바위 뒤에 숨어있던 배 몇 척이 뭍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왔습니다. 배에는 검은색과 흰 색으로 그려진 해골무늬의 깃발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얼굴과 팔에 칼자욱이 선명한 선원들이 배에서 내려 정신없이 멍하게 피리부는 사나이의 곡조를 듣고 있는 아이들을 잡아 밧줄로 꽁꽁 묶어 배에 실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손에 든 무기를 그제야 땅에 툭툭 내버린 채 밧줄에 묶여 짐짝처럼 배에 던져졌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배로 옮겨지고 선원들이 닻을 올려 바다로 배를 출발시키자 그제야 피리부는 사나이는 피리 연주를 마쳤습니다. 그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리자 해안가 바위 뒤에 숨어있던 마을 어른들이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저 배들은 .. 해적선 아닙니까?"
피리부는 사나이는 멀리 바다로 나아가고 있는 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노예를 주로 취급하는 해적들이지요. 어쨌든 이것으로 문제는 해결 된 듯 하니 저는 이만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다. 이제는 하멜른에도 평화가 찾아오겠지요."
마을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갔던 시장과 장로들이 마을로 돌아오자 마을에 남았던 몇몇 사람들은 다시 마을을 수습하기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불탄 집을 새로 세우고 병자들을 치료했습니다. 상당수의 어른들이 부상을 입었지만 사망자는 몇 되지 않았습니다. 마을에는 이제 아주 어려 말을 할 수 없거나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아이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 그 날 어른들과 싸우다가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가지 못한 아이가 한 명 남았습니다. 의식 없이 몇 날 며칠을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다가 겨우 살아난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피리부는 사나이를 찾았습니다. 의아하게 생각한 어른들이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눈 뜨자마자 피리부는 사나이는 왜 찾는거냐, 그 사람은 이미 사라졌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그 사람을 따라간거죠? 그렇죠?"
아이는 입을 앙다물며 분하다는 듯이 그렇게 외쳤습니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는데!! 정말로 가고 싶었는데!!"
화난 목소리의 아이에게 어른들은 달래듯이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 사람이 그랬어요. 자신을 따라가면 어른들이 없는 세상이 나온다고. 우리들을 방해하는 어른들을 모두 죽일 수 있는 힘을 준다고 그랬단 말이에요. 아이들끼리 행복하게 사는 세상!"
아이는 자신이 남자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이 어른들 때문이기라도 한 듯 악을 쓰며 그렇게 소리쳤습니다. 아이의 눈에서는 짙은 광기와 흥분이 흘러 넘쳤습니다. 어른들을 죽이고 아이들끼리 즐겁게 사는 세상. 아이들의 입에서 웃음을 자아냈던 남자의 침울한 피리소리는 아이들의 귀에는그렇게 들렸던 모양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살인의 쾌락을 알아버린 악을 쓰고 있는 움직이지 못하는 작은 악마의 얼굴위로 힘주어 베개를 눌렀습니다.
하멜른은 다시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이제는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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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_赤月魅惑
첫댓글 헐.... 아이들이 저렇게 될줄이야... ㅠㅠ 안타깝다.. 근데 이야기들 되게 재밌어!!
우와 나는 다 피리부는사나이가 벌인짓일줄 알았는데.. 첨부터 쥐들끓게 하고 애들 많이 태어나게하고 해적선에 넘기고... 쥐들 떼죽음당한뒤에 아이들이 엄청많이 태어나고 쥐들처럼 흉폭하다고 해서 복선인줄.. 애기들이 엄청무섭네..
원래어떤내용인지 몰라서 혼란
원래는 마을에서 쥐 소탕해준 댓가를 지불 안해서 피리부는사람이 빡쳐서 애들 데려간거 아닌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