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 왜 그렇게 인터뷰 하기 싫어했나?
김병현 내가 만족을 못하고 내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인터뷰를 하나 하는...
GQ 욕심이 많은 편인가?
김병현 일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미디어에 계속 나와야한다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런 것에 휩쓸리다 보면 내가 옛날에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했던 게 아무 것도 안 될 것 같아서 잘 안하려고 한다.
GQ 워낙 쑥스러움이 많은 편인가?
김병현 편한 사람들하고 있으면 말 잘 한다.
농담도 잘 하고.
GQ 사진 촬영 전 당신의 말처럼 정말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나?
김병현 미국 간 이후로. 거의 다섯 번쯤 했나? 스포츠 기자들은 거기 있으니까 시합 끝나면 내려오니까 와서 경기 내용에 관해 묻는 것 정도. 이렇게 따로 촬영하고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예전에 CF 촬영할 때 했지만 촬영장에 와서 잠깐 해 간 것이었다.
GQ 컴퓨터 CF 때?
그 이후에는 CF 요청이 뜸한가? 왜 안하나?
김병현 작년에는 많이 들어왔다. 올해도 요청하는 데는 있는데 작년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마지막이 안 좋았다. 그래서 남들 앞에 나가는 게 부끄러웠다. 내 자신이 용납을 못 해서 더 좋은 모습일 때 나가자고 했다. 그런데 옆에 사람들은 지금 이때 돈 벌어야지 나중에 후회한다고 했었다. 물론 그 때 CF 몇 번 했으면 돈은 많이 벌었을 거다. 돈은 벌었겠지만 뭔가 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올해도 지금 얘기중인 건 있는데 잘 모르겠다.
GQ 올해는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드나?
김병현 글쎄. 내 이미지에 맞는 게 있으면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굳이 CF를 해서 돈벌고 싶진 않다. 돈이 많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닐테니까.
GQ 그러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김병현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재미있게 놀고, 인상 안 쓰고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GQ 그렇다면,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야구인가?
김병현 아니다.
GQ 의외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김병현 만화책 보는 것, 오락 하는 것, 영화 보는 것 좋아한다. 가끔 나이트 가서 친구, 형들이랑 노는 것도 좋아하고. 밥먹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GQ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잘할 수 있는 건가?
김병현 막상, 야구가 아니면 할 게 없다. 싫다기보다 하고 싶지 않다. 근데 너 뭐할래, 하고 물어보면 답이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남들이 과외받고 그럴 때 운동만 해 온 나는 아는 게 없다. 남들보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인물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할 줄 아는 게 야구밖에 없다.
GQ 스스로 잘 하는 야구선수라는 생각도 안 드나?
김병현 잘 하는 야구선수라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멍청할 정도로. 어쩔 때는 거만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언제가는 분명히 최고가 될 거라고.
GQ 지금은 최고는 아니라고 생각하나?
김병현 아직은 아니다. 멀었다.
GQ 야구선수 김병현이 아니라 남자 김병현은 어떤가?
김병현 나쁜 놈이다.
GQ 왜?
김병현 글쎄, 야구를 빼놓고는 빵점이다. 뭐라고 할까? 야구할 때는 뭔가 목표를 위해 간다. 운동도 진짜 힘들게 목표를 잡아놨으면 그것을 다하고 안 끝났으면 절대 안 쉰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는 남들과의 약속들도 잘 잊고, 이기적인 면이 많다. 내가 싫으면 안 보고. 근데 한마디로 싫어하는 사람들하고는 말도 잘 못하고, 싫어하는데 좋다고 말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다 해 줄 수 있다. 한마디로 빵점이다.
GQ 그게 왜 빵점인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 한다면서?
김병현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너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다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GQ 어떤 일이든 절대 타협이 안되나?
김병현 안되는 것보다 이건 분명히 아닌데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힘 있는 사람들에게 그러는 거 보면 내가 보기엔 안 좋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안 그럴 텐데, 라고 단정짓는다.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지만 안 좋게 볼 때가 많다.
GQ 미국에서 외롭나?
김병현 가끔. '야, 너 여기서 뭐하냐? 야구하고 있잖아. 그거말고, 너 어쩌면 나이들어서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잘해서 후회 안 하게 하면 되잖아'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GQ 여자친구는 없나?
김병현 솔직히 말해서 만나고 싶다. 누군가를. 그런데 돌아가야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여자친구 소개해 준다고 많이 그러는데. 혹시 만나서 진짜 좋다고 해도 만날 수가 없다. 벽을 그어 놓는다. 나는 갈 거니까.
GQ 미국에 간다고 해도 한국에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위로가 되는 일 아닐까?
김병현 이것도 잘못된 생각인데, 몸이 떨어지면 마음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어쩌다보면 그 친구에게도 더 좋은 남자친구가 생기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나의 정신적인 위로를 위해, 나 좋자고 그 친구가 갈팡질팡하는 것보다는 그냥 없었던 일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결혼할 나이도 아니고 나이가 찬다면 누군가 한 사람 만나겠지만 지금은 그냥 그렇다. 그리고 뭐라고 할까? 주위에서 자주 보는. 일하는 동료, 학교 친구, 동네 어디에서 만나는 자주 볼 수 있는 여자, 자주 가는 슈퍼, 만화가게 딸, 무심히 보다가 하는 행동이 예쁘다 해서 자연스럽게 지켜보고 그런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