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과의 여행은 ‘소확행’이 분명합니다. 예주를 픽업해서 종묘
투어를 했어요. 딸내미와 112일 만의 해후라서 그런지 똑바로 쳐다보면
금방 울음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형국입니다. 며칠 전에 서울의 5대 궁
투어를 마쳤으니 이번 종묘 투어는 한양궁궐시리즈에 와룡정점을 찍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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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있습니다. 4대문 안에 토네이도를 매어둘‘주차 공간이 있는 건
일요일의 행운입니다. 꽃샘추위 때문에 오그라들긴 했지만 Photographer
를 대동하고 갔으니 전신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어딥니까? 종묘는 조선
시대 임금의 위패를 모셨던 사당입니다. 저는 ‘동묘’랑 ‘종묘’가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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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줄 알고서 동묘는 번질나게 갔어도 ‘종묘’는 한 번도 와보지 못했어요.
프리마켓이 있는 ‘동묘’는 중국 후한의 장수인 관우의 사당이고 ‘종묘’는
조선왕조500년의 사당이 모셔진 곳임을 주의하시라. "오, 예주!" 검정색
재킷에 남보라 헤어, 질근 묶은 허리띠가 에니메이션 전사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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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척해진 흰 얼굴이 카메라 랜즈 안에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그 못난이가
완전체 숙녀로 변신해 제 앞에 서 있네요. 언더우먼 언 빌리버블! 우와,
사당이 이리 멋져도 됩니까? 여행과 먹 방은 누구랑 함께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종묘는 5대 궁중에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보존상태 또한 매우 양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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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위란 죽은 사람의 사진이나 지방 따위를 말하고 종묘사직은 토지신과
곡식 신을 일컫는 것으로 압니다. 조선은 유교사상을 따랐지요. 참고로 저는
'공자가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의 도읍지에는
반드시 3곳의 공간이 있어야 했대요. 궁궐, 종묘, 사직단입니다. 이런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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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소실 된 것을 17세기 초에 바로 증건해 거의 400년 동안 이
모습으로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겁니다. 흙길, 박석, 단청이 적절하게
조경과 어울러져 400년을 타이머시 해줍니다. “공주야!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할 줄 아니?” 철쭉이나 진달래는 왠지 슬픈 느낌이 들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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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나 죽음 말입니다. 나만 그런가?
우리는 마구잡이로 걸어갔는데 오른쪽 돌길은 왕이 다니는 어로이고
왼쪽 돌길은 왕세자가 다니는 세자로이라네요. 대체적으로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웠지만 '망묘루' 앞 연못이 그림을 썩 멋지게 그려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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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못에 고기가 한 마리도 없는 이유를 아시나요? 사당이니까요.
인사동에 물감 사러 30분을 걸어갔어요. 아빠는 좋기만 하고만 예주가
걷는 게 지겹다고 합니다. 택시를 탈 것을 그랬어요. 에스더랑은 종종
화방을 함께 왔지만 예주랑은 처음입니다. 꼭 교보문고 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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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에스더는 도매상이고 예주는 소매상 쯤 될 것입니다.
이제 예주도 완전한 미술학도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주의 '프리덤 선언'을 화두로 이남 장 내장탕-동표골뱅이-눈꽃빙수까지
먹 방 제대로 했습니다. 오늘 먹 방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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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주가 휴학을 하고 백수로 여행을 다니고 싶답니다. 아빠가 돈을 벌어야
되는 이유입니다. 하기사 나이22살에 자유를 박탈당했으니 오죽이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맘 알 것도 같습니다. 아빠는 휴학도 찬성 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확실하고도 그치지 않는 유일한 개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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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은 자유다”고 하질 않았던가? 개인이든 국가든 번영의 원천이 자유에
있음을 아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행복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며 사람은
각자의 삶에 주인이기에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로울 때 행복합니다.
근데 자유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설마, 의외로 많다네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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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싫어 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고, 다른 누군가가 세상
만사를 다 정해 주길 원하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인류의 번영은 자유의
확대와 같이했다는 걸 굳이 말해 뭐하랴. 인류가 이전보다 근자에 잘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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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자유가 더 확대 된 덕분입니다. 오늘날 지구상의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비교했을 때 자유로운 나라일수록 더 잘 삽니다. 공산주의 국가치고
잘사는 나라가 없다고요. 자꾸만 예주를 에스더로 부르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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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랑 있을 땐 예주라고 자꾸 그러거든요. 우리가 이촌 동 수영장 열라
다녔고 쌍쌍이 2인용 자전거를 탄 걸 예주가 알까요? 저는 예주만 보면 또
뭔가 알려주고 싶은 병이 있어요. 그러니 다정도 병인양 하여 독야청청 한가,
2021.4.19.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