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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수집 및 편집 : 권오신>
빛이 꿈꾸는 다이아몬드라면,
소리가 꿈꾸는 웃음이라면,
향기가 꿈꾸는 꽃이라면
그 빛과 향기와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마침내 이루는 보석도 있나니, (中略)
오뉴월 내리는 함박눈처럼
아, 함빡 웃음을 머금고 바라보는 꽃,
빛과 소리와 향기가 어우러진
꽃들의 꽃이 거기 있나니...........<오세영>
말할 필요도 없이, 꽃들은 제각기 피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절대로 순서를 바꾸는 일이 없다.
곁눈질도 하지 않고 모두 자기가 오고 가는 때만 기억한다.
매화(梅花)․산수유(山茱萸)․영춘화(迎春花)․목련(木蓮)․벚꽃․개나리․진달래... 봄꽃들이 가고나면
작약(芍藥)․능소화(凌霄花)․원추리․도라지․옥잠화(玉簪花)... 여름꽃을 지나
국화(菊花)․구절초(九節草)․쑥부쟁이.... 가을꽃이 오고
가을꽃이 왔다 가면 동백(冬柏, 冬栢)과 함께 겨울이 오고 간다.
모란(牡丹)이 지고 나면 이제 내가 꽃필 차례구나, 차례를 기다렸다 피는 꽃이 작약이다.
작약은 모란과 함박꽃나무가 피우는 꽃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셋 중 작약만 풀이다.
모란은 나무에서 새순이 나고 작약은 땅속뿌리에서 싹이 올라온다. 작약꽃을 쏙 빼 닮았는데 풀이 아니라 나무라고 해서 모란은 목작약(木芍藥)이라고도 부른다. 꽃으로 구분이 어려우면 잎을 보면 한결 쉽다. 작약잎은 갈래가 깊고 밑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오리발을 닮았다 싶으면 모란잎이다.
그런데 작약은 헛갈리기 쉽게 함박꽃이라고도 부른다. 나무에 피는 함박꽃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헛갈리지 말라고 풀인 작약과 구별하기 위하여 ‘함박꽃나무’라고 ‘나무’를 붙였다.
함박꽃나무에서 피는 함박꽃은 흰색인데 비하여 작약은 흰색 말고도 분홍색, 붉은색 꽃도 피운다.
닮았지만 비슷할 뿐 결코 같지 않은 꽃들 작약, 모란, 그리고 함박꽃나무......
모란은 가지가 나누어지면서 낮게 옆으로 퍼지니 온화하고 청초한 여인을 가리킨다.
작약은 가지가 갈래로 나뉘지 않고 똑바로 자라기 때문에 서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여인을 가리킨다.
그래서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라는 옛말이 생겨났다. 아름다운 여인을 구분짓는 재치있는 말이다.
또 모란은 꽃중의 꽃이라고 하여 화왕(花王)이라 불렀고 작약은 꽃의 재상이란 뜻으로 화상(花相)이라고 불렀다. (작약을) 프랑스에서는 ‘성모의 장미’,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산속의 장미’라고 한다.
모두 아름다운 자태를 칭찬하는 말들이다.
아름다움 못지않게 작약이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상처를 치료하는 약재로 훌륭하다는 점이다.
작약의 학명이 Peonia lactiflora인데, 페오니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파에온(Paeon)에서 온 말이다. 파에온은 올림포스(Olympos)산에서 채취한 작약의 뿌리로 저승의 왕 플루토(Pluto)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고 한다. 작약은 오래 전부터 가정의 상비약이었으니 그 이름 (한자로) ‘함박꽃 芍, 약초 藥’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예쁜데다 약이 되기까지 하니 꽃이 더 예뻐 보이는지 요즘 작약꽃밭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여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갓 수확한 작약꽃이 약재로, 화장품의 원료로 인기가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작약 향기는 장미처럼 달콤하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향기가 좋을 때 ‘작약의 향기’라고 칭찬한다고 한다. 작약의 영어이름이 피오니(peony), 피오니향이 바로 작약향이다.
아름다운 꽃과 향기에 약효까지, 버릴 것 없는 작약......
겨울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작약의 힘’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 ‘부끄러움’이다. 꽃말처럼 수줍음 많고 여린 신부 같은 모습을 지닌 작약은 반전의 매력이 있다.
작약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시기는 5월이지만, 작약 뿌리는 2월경 추운 겨울이 지나고 한파가 주춤거리면 언 땅을 뚫고 올라와 싹 틔울 준비를 시작한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작약 뿌리는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약초인 것이다.
작약은 꽃이 지고 여름이 지나자마자 다른 식물들에 비해 잎이 금방 말라드는데 이것은 뿌리에 모든 기운을 집중시키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라고 말하는 식물학자도 있다.
단단한 땅을 허무는 힘처럼 작약 뿌리는 뭉친 것을 깨뜨리는 것이 주효능이다. 작약 뿌리는 또한 간장과 비장계의 진통 경감, 소염에 도움을 주며, 보혈 및 통경 작용이 뛰어나 월경이 통하지 않는 것을 낫게 하고 어혈을 흩어지게 하는 효능이 있다.
감기 초기 증상에 약국을 찾을 때 감기약과 함께 쌍화탕(雙和湯)을 같이 먹는데, 그 쌍화탕의 주재료가 바로 작약이다. 작약이 지닌 진통, 소염 효능 때문이다.
옛날 파에온(Paeon)이라는 공주가 이웃 나라 왕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마침 왕자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에 나가야 했다. 내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왕자는 전쟁터로 떠났다. 공주는 늘 기도하면서 왕자를 기다렸다.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대부분 돌아왔지만 왕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왕자가 전사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럴 리가 없다,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며 공주가 믿고 기다리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대문 앞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장님 악사가 부르는 노래였다. 공주는 무심코 그 구슬픈 노래에 귀를 기울었다. 장님의 노래는 왕자가 공주를 그리워하다가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공주를 그리워하던 왕자는 죽어서 모란꽃이 되었다네. 그리고 머나면 이국땅에서 슬프게 살고 있다네.’
공주는 노래에 나오는 그 나라를 찾아갔다. 정말 모란꽃이 있었다. 공주는 그 옆에서 열심히 기도했다. ‘다시는 사랑하는 왕자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하여 주소서.'
공주의 정성은 신들을 감동시켰고 결국 공주는 모란곷 옆에서 한 송이 탐스러운 꽃으로 변하였다. 그 꽃이 작약이다.
‘함’으로 시작하는 말.....(국어사전)
함박 : 함지박
함박꽃 : 작약꽃,
함박꽃나무
함박눈 : 함박꽃 송이처럼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
함박[槊毛 삭모] : 말 머리를 꾸미는 (풍성한) 붉은 털
함박송이 : 함박꽃의 송이
함박쇠 : 꽃무늬를 새겨 만든 철판 장식
함박웃음 : 크고 환하게 웃는 웃음
함빡 : 분량이 차고도 남도록 넉넉하게, 물이 쪽 내배도록 젖은 모양
<우리말 겨루기> 어느 것이 맞을까요? / 정답은 위에 있네요.
․ 아기가 엄마를 보자 (함박, 함빡) 웃었다.
․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옷이 (함박, 함빡) 젖었다.
<終>
*** 댜음 글 '금계국' ***
첫댓글 오늘 날씨도 좀 덜 덥고하여 카페에 들어와서 화연의 '씀바뀌이야기'에서 부터 함박 까지 모두 읽어 보았다네. 한자-모란(牡丹),목단(牧丹)
지나간 이야기, 어릴적 이야기에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들이 새롭게 생각 났는데, 어쩌면 기억력이 그렇게도 좋을까 이것이
제일 궁금했다네. 보통 시간이 지나면 다 잊는데...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검색도 어디서 찾았는지 신통하고...
사실 난 요 근래에는 윔불턴 테니스 중계 자나깨나 보고 , 또 다른 중계도 몇가지 보느라고 빠져 있었거든...
모란(목단이라고 했던 기억)도 수십년전에 수백포기를 집안 공터에 키워서 주위에서 목단집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새롭게 나네.
좋은 글 고맙네.
웬 일인지 한 동안 여기 오시지 않는다 했더니..... 테니스에 푹 빠졌구려.
고맙소이다.
자네가 올린 글들 모두 잘 읽었네. 역시 자네는 검색왕.편집왕. 문장왕 등등 칭찬을 아끼지 않네. 등산가서도 항상 산야에 있는 신기한 것들에 관심이
많은 당신. 배울점도 많고, 고맙고, 도움도 많네. 김형석박사 처럼 계속 움직이고, 머리 굴리면 백세까지는 건강하게 살 수 있을거야.
다음에도 좋은 소식바라고, 만날때까지 안녕! 화이팅!!
가당찮은 칭찬이오. 잘 하라는 채찍으로 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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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지적 고맙소이다.
'형기'는 당연히 '향기'로.,., 당장 고쳤소이다.
그런데 지적하신 '함빡'은 '웃음'이 아닌 '머금고'를 꾸미는 말로 생각되네요,
'함박'으로 하려면 '웃음'과 붙여 '함박웃음'으로 써야 될듯하구요,
무엇 보다 작가의 원문대로임을 밝히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