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럭시 노트7 단종은 삼성전자에 7조 원대 손실을 안겼다.
고객들이 '범작(凡作) 아이폰7으로 옮겨가는 건 더 뼈아프다.
삼성-애플 간 진검승부는 내년의 '8시리즈'로 일단 미뤄졌다.
한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는 삼성 앞에 위협적인 변수가 또 등장했다.
'안드로이드 혈먕'인 구글의 정면도전이다.
구글은 지난 4일 스마트폰 픽셀 등 5가지 '메이드 바이 구글' 신제품을 공개했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 넥서스폰 발매에 나선 적은 있으나 직접 기획.제작한 진짜 '구글폰'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는 구글이 맡고 생산은 삼성전자가 선봉에 선 기존 협업 구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일 미국 등에서 출시되는 픽셀폰의 예약판매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그러나 삼성과 애플이 양분한 프리미엄 시장구도를 당장 흔들긴 어려워 보인다.
기기 스펙은 대단할 게 없다.
연말까지 최대 400만 대 판매가 예상되지만, 연간 2억~3억 대씩을 파는 삼성.애플과는 비교가 안 된다.
구글이 준비한 승부수는 진작 알파고로도 성가를 높인 인공지능(AI)이다.
'컴퓨팅의 메인 스트림은 10년 주기로 PC,웹,스마트폰으로 변해왔다.
이젠 '모든 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옮겨가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CEO의 말에 구글의 전략이 들어 있다.
픽세폰에 내장된 '구글 어시스턴트'는 음성을 인식해 각종 검색에서부터 스케쥴 관리, 가전제품 작동,
음식점 예약까지 개인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지 올해 10년쨰다.
구글은 스마트폰 이후의 정보기술(IT) 세상에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경계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그 중심에 AI가 있다.
학습능력이 있는 AI는 양질의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똑똑해진다.
사용자.기기.소프트웨어가 하나로 연결되는 AI 플렛폼은 협업보다 승자가 독식하는 구도다.
구글이 동맹을 깨고 마이웨이에 나선 이유다.
구글뿐 아니라 애플.페이스북.아마존.IBM 등 IT 전통 강자들도 AI 성과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
픽셀폰을 두고 '스마트폰이 아니라 AI를 담는 기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24시간 손안의 비서 역할을 할 'AI폰' 시대를 예고한다.
삼성은 구글의 픽셀폰 공개 다음 날 애플 '시리' 개발자들이 세운 비브랩스를 사들였다.
차기작에서 무결점 기술력을 입증해야 하는 삼성엔 AI라는 승부처도 기다리고 있다. 김회평 논설위원